오징어회만 보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나는 몸통도 다리도 맛있어서 가족이 몸통을 좋아하니 그냥 다리 위주로 먹었다.
어느 날 부모님은 우리 딸은 희한하게 다리를 좋아한다며 챙겨주셨다.
"아니, 난 몸통도 좋다고요! 다리'도' 맛있는 것뿐이라고요."
한참을 웃었다.
같은 상황. 그러나...
'찬밥? 내가 먹을래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도 늘 찬밥이 남으면 내가 먹기를 자처했다.
어차피 누군가는 먹어야 하는 찬밥이니, 더운밥도 찬밥도 잘 먹는 내가 먹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스스로 찬밥을 차지했다.
어느 날, 엄마는 아침부터 찬밥을 먹겠다는 내게 굳이 갓 지은 뜨끈한 밥과 국을 주셨다. 자꾸 찬밥만 먹지 말라시면서.
솔직히, 그리고 당연히 그 밥과 국이 훨씬 더 맛있었다.
다행히도 그날의 나는 우울의 늪에 있지 않아 울컥함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내가 나를 스스로 찬밥 대접하고 있었구나.'
쉰밥이 아닌 찬밥 먹는 게 뭐 대수냐 싶었다. 하지만 굳이 늘 내가, 나만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엄마가 나를 챙겨주지 않으셨다면 갓 지은 밥의 따뜻함을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나를 대접할 필요가 있다.
우울할 때는 직접 요리한 음식으로 스스로를 대접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오늘은 스스로를 대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