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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숲풀 Jun 26. 2022

또다시 염소가 되었다(2)

결핍 욕구 채우기 두 번째(2)

또다시 염소가 되었다(1) (brunch.co.kr)

'사회 공포증'이라는 인생 클레임 속의 또다른 작은 클레임이 새롭게 들어왔고 현상파악도 완료했으니, 이제 원인파악과 개선활동을 할 차례이다.


약 처방받기


번아웃과 우울증의 경우, 약 4년 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물을 처방받았던 3개월을 제외하고는 모두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며 스스로 회복을 했었다.

그 이유는 가스라이팅하는 상사를 벗어난 덕에 일상과 사회생활을 크게 망치는 증상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른 힘든 상황도 꽤나 남아있었지만 아예 모든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았으니, 서서히 라도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이유가 크다.

그러나 현재의 나는 당장 수일, 수주 내에 공식적인 상황에서의 발표라는 상황을 마주해야 했었고 그렇기에 실패에서 얻는 교훈으로 성장할 시간이 너무도 부족했다.

또한 과거 약물로 효과를 본 경험도 있으니, 과한 긴장감만큼은 약물 크게 완화시켜 발표가 무섭지 않다는 경험을 쌓는 것이 우선이므로 이번에는 약도 처방받아 보기로 했다.


약을 처방받은 바로 다음 날에는 일부러 약을 먹지 않았고 약을 먹은 그다음 날과 비교해보았다.

두 날 모두 발표 준비가 잘 되어 있어서 내용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 없었고 심한 긴장으로 인한 떨림은 없었다.

하지만 분명 약을 먹지 않은 날은 약간이라도 티가 날 정도의 떨림이 있었다.

약을 먹은 날은 발표 전부터 그 긴장감이 확실히 덜 했다.

발표 중에도 아주 잠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두려움에 휩싸이는 듯했으나 곧바로 내용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억이 돌아왔고 마음도 금세 편안해져 무사히 발표를 마칠 수 있었다.



자신감과 솔직함


약은 당장의 심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므로 결국은 내 마음이 중요하다.

따라서 내가 느끼는 공포가 사실이 아님을 꾸준히 인식시켜 줄 활동이 필요했다.


일단 그 첫 번째 방법은 자신감 장착이었다.

사회 공포증이 있음을 인지한 후 타인 앞에서 이야기를 해야 할 세 번의 상황을 맞이했었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 참여를 위한 면접이었는데, 자기소개 및 지원동기를 이야기할 때는 며칠 전 경험으로 또 떨릴까 봐 긴장한 탓에 내 안의 염소가 가끔씩 나타나 겨우 잠재웠다.


두 번째는 달랐다.

자본을 어떻게 확보할 건인지에 대한 대답은 평소 준비해두었던 내용이라 꽤나 자신이 있었고, 정말 목소리는 거의 떨리지 않았다.


세 번째는 면접관이 아닌 참여자 모두의 앞에서 이야기해야 했다.

다행히도 자기소개와 지원동기가 주제라 이미 면접 시 준비했던 내용이기도 하고, 참여자 중 가장 마지막 차례였기에 마음으로 수도 없이 연습한 덕에 꽤나 자신감이 생긴 상태였다.

그럼에도 발표 중 약간 씩 떨리는 느낌이 들면 바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얼마나 티가 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사실 발표 공포증이 있어서 지금 많이 떨립니다. 그래도 이렇게 나와서 자꾸 연습해보며 점차 성장해 간다면 저에게도 여러분께도 희망이 되지 않을까 싶어 용기를 냈습니다.'

속마음을 털어놓고 나니 '염소 목소리가 나와도 다 이해해 주겠구나.'라는 생각에 서서히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고 거의 티 나지 않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물론 준비를 완벽하게 해서 자신감이 생겼다 해도 돌발상황은 늘 발생하기 마련이다.

당황하고 머리가 하얘진다면 의미 없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준비가 부족해서 처음부터 불안하기 시작하는 상황만큼은 없을 수 있다.

또한 그럴 경우 솔직하게 말하고 앞으로 이야기할 다른 방법들을 함께 이용한다면 조금이라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쌓인 경험이 앞으로의 발표 상황에서 '찮다.'라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자면 상황이나 청자의 성격에 따라 다소 다를 수는 있겠으나 대부분의 상황에서 발표자가 긴장하고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한심하기 짝이 없다. 답답해서 상종도 하기 싫다.'라는 생각보다는 '아, 긴장을 많이 했나 보다. 힘을 냈으면 좋겠는데. 안쓰럽다. 응원해주고 싶다.'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심호흡 하기


자신감을 갖고 솔직하게 하자는 자세를 가질 때 동시에 하면 좋은 것은 바로 심호흡이다.

실제로 심호흡이 통증 완화와 스트레스 관리에 효과적이라는 이론이 있기도 하고, 나 역시 이미 과거에 심호흡으로 목소리가 떨리기 직전에 감추는 효과를 확실하게 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괜찮아진 줄 알고 연습을 하지 않아서인지 당황한 순간부터는 쉽게 호흡이 조절되지 않았다.

그래서 거의 습관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연습을 했다.


당황하면 말이 빨라지곤 하는데 이때 이미 말 전체에 대해 내 호흡을 조절할 수 없다고 느낀다면, 적어도 문장과 문장 사이에 심호흡을 한 번씩 해주었다.

그 방법이 익숙해지면 문장 내에서도 적절히 끊어가며 숨을 고르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의도적으로 심호흡을 하다 보면 말이 과하게 빨라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그로 인해 긴장감이 일부 사라지는 것을 분명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 방법을 쓰더라도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이 쓰이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내 신경은 온전히 시선에 대한 두려움으로 쏠리게 되고 금세 호흡은 빨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그럴수록 호흡법을 자연스레 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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