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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난, 좋은 하루를 보냈다

비 오는 날 신은 레인부츠

by Chroma J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기다려지는 9월 초.

갑자기 서늘해진 날씨와 아침부터 내리는 비가 왠지 모르게 사람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든다. 누구나 그렇듯 매일 아침마다 오늘의 날씨를 검색하고 비가 올 확률을 체크한다. 비가 온다고 하기엔 은근히 맑은 하늘 때문에 우산은 챙길지? 신발은 뭘 신고 가야 할지? 한동안 고민 아닌 고민을 한 날도 많았다.


약 1달 전쯤. 일기예보에서 이제 곧 장마가 시작될 거라는 소식을 듣고 주문했던 레인부츠. 생각보다 마음에 든 레인부츠를 신어보고 싶었지만 지난 1달간, 비가 온 날은 생각보다 적었고, 온다고 했어도 약간의 소나기 정도만 지나갈 뿐이었다.


본격적인 비가 내리는 오늘, 드디어 신어보고 싶었던 레인부츠를 신고 출근을 했다. 도로마다 내린 비로 물 웅덩이들이 생겼고 비 오는 풍경들은 운치 있으면서도 겉옷을 챙겨야 할 정도로 싸늘한 날씨였다. 비가 내리고 있는 오늘, 운동화였으면 이미 젖었을 텐데, 레인부츠 덕분에 물웅덩이도 사뿐히 지나갈 수 있어서 좋았고 따뜻하게 챙겨 온 가디건으로 따뜻한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고작 따뜻한 가디건과 레인부츠지만 비 오는 말 따뜻하고 비에 젖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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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도, 인간관계도, 내 인생에도 소나기는 내린다.



날씨를 직접 고를 수 없듯 세상을 살아가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화창한 날씨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나, 앞이 안 보일 정도록 내리는 폭우 같은 경우는 대책 없이 내리는 비를 보면서 비가 멈추기만을 기다릴 때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날씨만큼 변덕스럽고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처럼 감정이 요동치기도 하고 폭우처럼 사이가 틀어지기도 한다. 친구사이에서도, 연인 사이에서도, 가족 사이에서도, 심지어 스쳐 지나가는 인연 사이에서도 언제 소나기가 내릴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소나기든 폭우든 내릴 땐 하늘에 구멍이나도 뚫린 듯이 내리지만 비가 그친 후 나타나는 하늘엔 맑은 구름과 이쁜 무지개가 뜬다는 것이다. 폭우가 몰아치는 날에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고용하고 조용해지듯이 소나기 같은 시련 뒤엔 깨끗하고 맑은 하늘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버텨내는 시간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리는 비를 그냥 맞지는 않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떨 때는 지나가는 비이기에 그냥 맞으며 버틸 수도 있고, 감당이 안 되는 비라면 피해 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에서도 버티고 혹은 피해 가는 선택을 해야 할 텐데 이때 비가 그친 후 다가오는 것들을 생각한다면 선택하는 게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피할 수 없는 비라면, 쌀쌀한 날씨에 챙겨 나왔던 가디건과 우산처럼 조금이나마 편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옵션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놔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비 오는 날, 선물 받은 연보라색의 이쁜 우산과 빗길에도 당당하게 걸을 수 있는 레인부츠, 그리고 조용히 듣고 있으면 편안해지는 빗소리와 비가 그친 후 다가올 상쾌함과 맑은 하늘을 생각하며 오늘도 난,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늘 행복한 일만 가득한 게 아닌 일상에서도 소소하지만 나름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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