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와 쪽쪽이
15개월 예방접종을 맞으러 가서 쪽쪽이를 슬슬 끊으라는 권면을 받았다. 모유수유도 18개월 전에는 끊기를 권했다. 아이가 점점 더 애착을 갖게 될수록 쪽쪽이나 모유수유같이 비본질적인 것을 특정하여 집착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것 같다. 나 역시 나무의 어금니를 본 이후로 치아관리를 위해서라도 쪽쪽이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했다.
쪽쪽이를 끊는 것은 며칠 칭얼대는 것을 받아줄 준비만 되면 언제라도 끊길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모유수유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치밀 유방으로 젖이 잘 안 나와 젖몸살도 심하게 앓던 내가 15개월 완모라는 게 믿기지 않기도 했지만, 내 어린 아가가 이제 정말 내 품을 떠나 독립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워킹맘인 내가 이 아이와 가장 친밀하게 애착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를 끊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도 든다.
사실 나무가 돌 지나면서 끊을뻔한 기회가 있긴 했다. 나는 머리에 있던 지방종을 제거하는 가벼운 수술을 했는데, 항생제 때문에 수유를 하루 이틀 안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젖도 마르는 듯하더니 또 며칠 뒤에 다시 나오기 시작하여 그대로 지금까지 수유를 하고 있다. 친밀감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잠투정이 올라올 때 가장 쉬운 재우기 방법이기도 해서 나 역시 편리한 방법으로 쓰고 있다.
언젠간 끊어야지 싶지만 결단이 쉽지 않은 일들이 있다. 여섯 시 이후에 먹지 말아야지, 밥은 반공기만, 과자를 먹지 말자, 우유는 하루 한 컵만 먹어야지, 다리 꼬지 않기, 목과 허리를 구부정하게 앉지 말아야지, 넷플릭스 보느라 밤새지는 말아야지, 그리고 나무 젖 떼야지. 좀처럼 실행에 옮기기 힘든 것 들인데 또 끊어도 크게 허전하지 않을 일들이기도 하다. 단지 알맞은 동기가 필요할 뿐.
나무랑 언젠가 외출을 했다. 낮잠 시간과 애매하게 겹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칭얼대기 시작했다. 안아서 재워야지 했는데, 나무의 행동에 놀랐다. 안기기를 적극 거부하고 자꾸만 젖을 달라는 것이다. 주로 밖에서 자는 경우엔 유모차나 카시트에서 몽롱하게 잤기 때문에 밖에서 내가 재워줘야 할 일이 거의 없었다. 집에서 재울 때야 젖을 물려 재우는 게 익숙한 것이라 의식할 일도 없었는데 밖에서 젖을 찾으니 여간 난감했다. 사실 몇 달 전만 해도 나는 풀타임 엄마였고 나무는 마냥 젖먹이 아기의 느낌이 있어, 설령 외출했을 때 이렇게 투정을 부린대도 그냥 아긴데 뭐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 약간의 객관성과 사회적인 의식 따위가 생겨,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의 모습을 새삼 깨달았다. 내 품에 갓난아기가 아니었다. 어느새 내 품에만 안겨 세상을 봐야 하는, 목도 못 가누고 먹지도 못하는 아기가 아니었다. 새삼스레 자라는 아이를 보며, 언젠가 내 손을 떠나 날아다닐 날도 오겠구나 지레 서운해본다.
또 예상 밖의 야근으로 이 사람 저 사람 눈치 보며 달려가는 귀갓길. 오늘만큼은 나무에 대한 미안함 대신, 아이가 스스로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노라는 자신 없는 핑계를 살며시 꺼내본다.
나무야 주말이다-.
그간 밀린 미안함 담아 찐하게 붙어있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