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섭리 속에 자라는 너의 신비
한동안 카시트에서 잘 자던 아이가 요새는 잠결에도 곧 잘 깨서 울곤 한다. 생각해보니 요 며칠은 밤에 자다가 깨는 것도 조금 늘었던 것 같다. 재접근기가 오는 건가, 아이가 혹시 내 사랑이나 애착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애정 결핍이 오는 거면 어쩌나 이런저런 고민이 들었다.
저녁식사 후 양치를 시키는데, 오늘따라 칫솔질을 싫어한다. 어쩔 수 없이 거즈에 약간의 치약을 묻혀 손으로 닦아주었다. 잇몸 쪽도 닦아주는데 뭔가 딱딱한 것이 있어 깜짝 놀랐다. 안쪽 윗 어금니가 양쪽 다 꽤나 많이 나와있었다. 나무는 특이하게 앞니부터도 이빨이 차례대로 나는 게 아니라 바깥 앞니가 나고 중앙 앞니가 나는 식으로 이빨이 났다. 이번에도 안쪽 어금니부터 나느라 앞에서는 전혀 보이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 큰 이빨이 뚫고 나오는데 얼마나 아팠을까. 어금니가 날 무렵이면 아이들이 굉장히 힘들어한다던데, 그에 비하면 나무는 얼마나 많이 참았던 걸까. 생각해보니 지난주에 어린이집에서 갑자기 너무 많이 울어서 내가 회사에서 급히 어린이집으로 간 적이 있었다. 얼굴에 열이 뻗혀 붉은 반점같이 올라올 정도로 심하게 울고 있었다. 급한 대로 젖을 물려 진정시키고 재웠는데 어린이집에서도 처음 보는 울음에 놀라 우선 엄마를 불렀던 것이었다. 계산해보니 대충 그 쯤부터 어금니가 났던 것 같다. 휴직 중에는 앞니가 진주만큼 보이던 때부터 알아채고 매일같이 아이에 모든 변화에 관심과 반응을 주었는데, 복직하니 어금니가 이렇게 많이 올라와서야 알아채다니.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 몸에 대한 신비도 느꼈다. 몸은 참 신비로워서 언제 어금니가 나고 언제 키가 커야 할지를 다 안다는 게 새삼 새로웠다. 엄마이자 어른인 나는 잊고 있었지만, 저 조그맣고 여린 아기의 몸은 태초부터 알고 있어서 자기 스스로 몸에 변화를 내고 성장을 시키는 것이 참 신비롭다. 그렇게 성장을 거듭하다가 2차 성징 때는 태어나서 십여 년을 기다린 후에 알아서 몸은 다음 세대를 만들 수 있도록 몸의 변화를 진행할 터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으니 묘하게 나무가 대단한 신의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의 보호자인 내가 돌보지 못해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아이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키우시는 자연의 섭리와 신의 영역도 있구나. 나는 나의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여 아이를 사랑하고, 그 손길 사이로 어쩔 수 없이 새어나가는 순간들은 신이 돌보시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워킹맘의 고질적인 아이에 대한 죄책감 대신 신의 영역을 존중하는 마음자세를 발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