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게 쉽니다!
회사 업무가 많다. 조직 개편과 인사이동 시즌과 겹쳐 조직이 뒤숭숭한데, 작년 실적이 나빠 올해 부담이 커졌다. 이런 코로나 시국에 돌아올 자리가 있던 것만으로도 감지덕지긴 하지만, 하루하루 내 모든 한계를 끌어올려 살아가다 보니 가끔은 타이밍이 나빴던 걸까 싶기도 하다.
일이 바쁘면, 긴장과 함께 묘한 아드레날린 따위가 생겨 출처 불분명한 에너지가 생긴다. 회사 업무만으로도 그런데, 집에서도 육아와 집안일이 있다 보니 하루하루 극한의 부지런함을 경험하면서도 묘한 아드레날린 속에 있다. 집에 돌아오면 나를 세상 밝게 반겨주는 나무의 얼굴을 볼 때면 그간의 피로마저도 가신다. 부모란 게 이런 건가보다.
하지만 가끔 부모도 지친다. 지친 체력은 마음도 지치게 하고 예민함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예민함은 불안으로 번진다. 이러다가 남편과 불화가 생기면 어쩌나, 나무에게 화목한 가정환경을 보호해주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고개를 젓고 차라리 일에 집중하자 해도 마찬가지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중소기업까지 전면 도입된 시대에 살면서도, 똑같이 9-6 근무하지만 나는 늘 반쪽짜리 근무이다. 조금이라도 잔업이 있으면 귀찮지만 야근을 할 수 있는 사람들과 경쟁이 안된다. 지친 저녁에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동료들과 나는 늘 어딘가 쫓기는 느낌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괜히 울적해진다.
그래서 과감히 쉬기로 했다.
쉬어도 돼서 쉬는 게 아니라, 쉬어야 해서 과감히 쉬기로 한다! 놓치기로 작정한 시간은 어딘가 불안하지만, 내 안의 연료를 채우는 것이 우선이기에 기꺼이 쉬기로 한다. 그리고 보니 하염없이 나를 필요로 하고 바라보는 나무가 보인다. 어느새 나도 눈에 보이는 압박과 스트레스가 더 중요하고 소중한 가치를 짓누르고 있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쉬기로 작정하니 어설프고 아슬아슬하게 유지했던 삶을 무너지기 전에 다시 한번 중심 잡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