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인계

내가 남길 것은 무엇일까

by Grace Hanne Lee

낮은 실적으로 조직이 정신없이 개편되고 이동하면서 인수인계가 정말 엉망으로 진행되었다. 뚜렷한 인계자 인수자가 없었기에 내용도 정말 산만하게 전달되었다. 이를테면 다른 제품 마케팅 담당자가 부서이동을 하며 내게 자신의 일을 인수인계했지만, 정작 마케팅 예산과 외부 예산 등은 다른 담당자가 담당하고 있어 내게 전달해주지 못했다. 워낙 다른 팀의 업무다 보니 으레 나는 해당 예산은 팀에서 통합으로 관리하겠거니 했지만, 알고 보니 그의 일을 도와주던 다른 담당자가 처리해왔던 일이었다. 그 담당자 역시 급하게 이동하게 되어, 결국 일이 엉망으로 꼬였다.


급히 업무를 전달받으면서 내 머릿속에 그들의 모습은 마지막 파일들의 모습이었다. 이 사람은 이 업무를 하는 사람. 마케팅하면 이 사람을 떠올리게 되었고, 예산 및 집행은 다른 사람을, 기획은 다른 사람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러다 그들의 컴퓨터 파일을 클라우드 드라이브에 한 번에 모아 두고 정리를 하다 보니, 이 사람들은 사실 각각의 키워드 말고도 수많은 업무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예산과 집행으로 내 머릿속에 저장되었던 담당자는 사업 개발 쪽에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왔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 역시 굉장히 수평적으로 다양한 일을 하며 정신없이 살고 있는데, 누군가 짧은 시간 안에 나를 이해하고 나의 삶을 알아가야 한다고 할 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춰질까? 아니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이, 내가 둘째를 임신해서 출산휴가를 떠나게 되면, 내 업무를 인수인계받는 사람은 나를 어떤 카테고리로 생각하게 될까?


문득 그게 궁금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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