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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영 Grace H Jung Jul 01. 2023

화가의 양구일기 11_이때 보았으면 좋았을걸

양구 '자작나무', 노도부대 '군인' 스케치

2016년 4월 10일.
박수근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 19일 차.


<자작나무 안대리 뒷산> 종이에 먹, 25 x 23cm, 2016


산 중턱의 자작나무 숲.

부대의 철망과 밭. 그 사이의 정비된 개울.

하얀 자작나무를 먹 붓펜으로 어찌 그릴 수 있을지 고심하였다.

최대한 가느다란 붓끝으로. 그리고 검은 맺힘.


어두운 선으로 보이는 다른 나무들과 달리 하얗게 곧은 몸체로 뻗어있는 자작나무 무리. 

이질감보다는 돋보임으로, 고고함으로, 귀함으로.


돋보임,
고고함,
귀함으로



산 아래 독특할 수밖에 없는 군부대. 더구나 철망이 달린 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더욱 고립된. 그러나 시골의 생활이 일상이 아니었던 내게는 이토록 다른 부대나 매한가지로 밭과 농부들의 삶도 그저 너무도 달라 신기한 세계이다.


군부대와 산골마을. 

저 산속의 자작나무 군락처럼 섞이진 않으나 그렇기에 더욱 눈길을 잡는 매력으로 자리하는.


_2016/04/10 드로잉 노트뒷산 자작나무안대리




<안대리 뒷산 길 꼭대기> 종이에 먹, 25 x 23cm, 2016


부대와 밭 사잇길을 끝까지 가봤더니 마을을 둘러싸는 산 자락과 마을의 밭과 부대의 경계철망이 만나는 지점이 나왔다. 부대는 중간에 한번 끊어져 또 다른 구역이었다. 어제와 같은 문제로 나무가 크게 잡히며 부대도 밭도 담지 못했다. 나무와 무성한 갈대풀들과 철책과 먼 산을 연습하였다.  

 

_2016/04/10 드로잉 노트안대리 뒷산  꼭대기

 


 

<정림리 뒷길 안대리 끝에서> 종이에 먹, 25 x 23cm, 2016


바로 뒤돌아 내려오는 길의 풍경이다.

밭의 모양도 예쁘고 부대의 모습도 있으니 가로로 길게 확장하여 그리면 두 곳의 생활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밭에 물이 가득하다. 논인가?


_2016/04/10 드로잉 노트: 정림리 뒷길. 안대리 끝에서




<군인 노도부대> 종이에 먹, 25 x 23cm, 2016


안대리 뒷산을 스케치하고 내려오는 길에 노도성당 앞부대의 바깥 언덕에서 대여섯 명의 군인 아이들이 주변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 지나쳐 갔다가 기회를 놓치기 아까워 다시 돌아와 양해를 구하고 크로키하였다. 할머니 할아버지 농부의 모습도 수월치 않았는데 젊은 아이들의 빠른 동작이란. 두어 장을 하릴없이 망치고 있는데 휴식을 취하며 한 명이 다가와 보기를 청한다. 


세상에. 목 위와 발이 없고 있다 해도 영 인체구조가 나오지 못한 크로키를 보여주고 있으니 민망하여 풍경스케치도 보여주었다. 그래도 좋은 경험하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되돌아간 군인 아이가 참 고맙다. 5장 만에 군인의 모습을 성공적으로 담을 수 있었다. 이때 보았으면 좋았을걸. 어서 실력을 쌓아서 빠르게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


노도부대 의무대 '군인' 아이들 크로키 과정


_2016/04/10 드로잉 노트: 군인. 노도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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