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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영 Grace H Jung Jun 22. 2023

화가의 양구일기 8_어떤 맥락이 있을까

양구 정림리 '밭일' 스케치. 작업실 '산맥' 콜라주

2016년 4월 6일.
박수근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 15일 차.


<트랙터 정림리> 종이에 먹, 21 x 31cm, 2016


밭 한 곁에 서있는 트랙터를 언젠가는 그려봐야지 했었다. 겨우내 굳어져 있는 땅을 갈아엎는 작업. 가까이 지나며 봤을 때는 상당히 육중한 덩치로 다가왔는데 먼발치에서 그려서 그런지 장난감처럼 보인다. 오늘도 어디에서 산불의 위험이 있었던 건지 소방헬기 한 대가 오가기 시작했다.


사방이 높은 산들의 겹으로 둘러싸인 게 참으로 매력적인 동네라 그리다 보면 트랙터의 움직임에 끌려 시작했음에도 마을은 조그마해지고 뒤의 산까지 담게 된다.

 

_2016/04/06 드로잉 노트: 트랙터 정림리




<정림리 모종 심기> 종이에 먹, 21 x 31cm, 2016


마을 분들 한 가족이 모종 심기 준비에 한창이다. 양해를 구하고 그리기 시작했다. 후에 두 분이 더 오셔서 북적댔는데 이미 사생을 오래 하고 온 터라 온몸이 얼어서 다섯 분 중 두 분만을 그렸다. 내심 그림에 담길 것에 긴장하고 계셨던 듯하여 빠르게 다 담아내지 못한 것이 죄송했다. 실력을 더 쌓아 후에 그려드리겠다 하고 떠났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들



그림을 그리며 이들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들린다. 이렇게 매일 눈에 보이는, 끌리는 장면들을 담는 것에 어떤 큰 맥락이 있을까 궁금하다. 평범한 시골의 일상과 군이라는 특수집단의 공존. 우리의 땅에 존재하는 현실이 이곳 양구에서 보인다.


_2016/04/06 드로잉 노트: 정림리 모종 심기




'산맥' 100호 콜라주 작업과정 _2016/04/06


내게 믿음의 조상이 있음은 큰 힘이 된다. 내 할머니, 외롭고 힘겨운 가난한 생과부의 삶에 믿음을 지켰고 내 부모님, 거친 역경을 딛고 믿음으로 주께 복을 받아 역전하는 생을 살았으니 그 믿음의 자녀인 내가 나의 할머니와 부모님의 하나님께 의탁합니다. 어제 부모님의 방문 후 처음으로 긴장이 풀려서인지 목감기가 심하게 걸렸다. 너무도 지쳐 난 사실 주님, 그저 이대로 쉬고 싶을 뿐입니다.


_2016/04/06 아침묵상(창 26:24) 중에: 네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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