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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이 Oct 03. 2021

쿠키의 슬픈 이별

ㅡ쿠키의 찐 친구 내 아들 , 영국으로 떠나다

쿠키가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일까? 추측컨대 나와 아들이 함께  때일 것이다. 내 아들 승현이는 쿠키의 가장 친한 형이자 찐 친구다.  쿠키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11살 아들과 나는 쿠키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들은 여기저기 똥 싸고 쉬 싸던 아기 쿠키를 따라 징검다리 건너듯 뛰고 이빨이 나는 시기, 이가  가려운 쿠키가 머리카락을 물어뜯을 때 기꺼이 머리를 대주고 놀았다. 아들과 나는 쿠키를 보며 함께 웃고  종종 오솔길을 걸었다.  쿠키를 입양했던  이유는  8할이 내성적이고 수줍은 성격의  아들 때문이었다.  강아지가 주는 따스한 위로와 즐거움을 아들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어린 시절   내가 그랬던 것처럼.


11살 아들의 나이였던 무렵, 나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전학을 가야 했다. 12월 말이 생일이어선지 원래 그랬는지 어리바리  막내딸인 나를 초등학교에 넣어 놓고 엄마는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셨다. 게다가 몸까지 약해서 렴을 달고 사는 바람에 2학년 한 학기를 못 다녀 3학년까지는 어찌 보냈는지도 모른다. 4학년 되어서야  겨우 학교에 적응하나 했는데  또 전학을 가게된 이다.  지금도 마지막 인사하던 그날 울고불고 안 간다 떼를 쓰는 내 모습에 선생님도 엄마도 우셨던 그 장면이 생생하다. 어쨌든 낯선 환경과 처음 만난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또다시 어리숙한 아이가 되어 학교만 끝나면 곧장 집으로 달려왔다. 마당 한켠 큰 철장 안에  갇혀있던, 사납지만 늠름하고 멋진 진돗개 조리가 가장 친한 친구였다. 집 안에 들어가기 전 나는 조리 집  철장 안에 들어앉아 조리에게  내  고민과  슬픔을 얘기했다. 조리는 묵묵히 앉아 내 얘길 들어주고 핥아주고 꼬리도 흔들어주고 포옹도 같이 해주었다. 그다음은 스피츠종의 존이랑 마당을 뛰다가 집 안에 들어가면 책가방 내던지고 치와와랑 고양이랑 꽁냥꽁냥 놀았다.  동물의 왕국 덕분에  나는  웃음을 되찾고 다음날 낯선 학교에서 견딜 힘을 얻곤 했다.



 미국에서 살다 4학년으로 편입을 앞둔  아들 역시 그러할 것이었다.  예상대로 쿠키는 아들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동생이 되었고  아들에게 자신감과 웃음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쿠키는 아들을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구해준 은인이기도 하다. 정말 뉴스에나 나오는, 주인을 구하는 강아지가 내게 올 줄은 몰랐다. 쿠키가 5~6개월쯤 됐을까...(아가 티를 막 벗었을 무렵이었다)

감기몸살이 있던 아이는 감기약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쿠키는 언제나처럼  우리 부부의 침실에서 같이 자고 있었다. 얼마나 됐을까?  별안간 쿠키가 끙끙거리며 안방 문을 열어달라고 난리가 났다. 너무 졸려서 이리오라고, 왜 그러냐고 화까지 내다가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처음있는 일이었다. 일어나 방문을 열자마자, 용수철 튕기듯 뛰어 나간 쿠키는 아들방 쪽으로 달려가 짖었고 그 순간 나는 아이의 신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 마이 갓!!!!! 아마도 감기약이 너무 독했는지 아이가 토한 후 정신을 못 차린 채 그 토사물  위에 엎드려 신음하고 있는 것이었다!  기겁한 나와 남편은 아이를 안방으로 옮기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같이  밤을 새웠다. 아이는 정신을 차렸지만 쿠키가 아니었으면 혹시라도 큰일이 나지 않았을까 돌아볼 때마다 모골이 송연해진다. 아들 때문에 데려온 쿠키가 정말 아들과 참 인연이 틀림없구나...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

(내새끼 쿠키야 ~ 엄마가 늙어서 자꾸 잊어버리지만 이일을 떠올릴  때마다 정말 너무너무 고맙다 ㅠㅠ)

아들을 구해준 막내 쿠키... 항상 고맙다. 진심~


산책을 몹시 좋아하는 쿠키는  나갈까? 산책 갈까? 말을 건네면 자다가도 먹다가도 넋 놓고 쉬다가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갑자기 까만 눈에 빛이 나고 코는 오일을 바른 듯 촉촉해지며  온 얼굴과 몸짓에 생기가 넘친다. 꼬리를 세차게 흔들고 눈을 마주치며 발랄하게 뛰면서 현관으로 달려 나간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솔직히 10년 가까이 쿠키를 산책 시키고 집에와 씻기고 말리는 일은 내 입장에서는 귀찮아 한숨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이때 나는 분업을 주장하는데 두 사람이 있으면  한 명은 산책 나머지 한 명은  씻기고 말리기를 하고 세 사람이 있으면 산책 씻기기 말리기 이런 식으로 나누곤 한다.(나 혼자 독 박쓰는 경우가 젤 많지만ㅠ)

딸이나 나는 일단  집에서 쉬는 날은 현관 밟는 일도 버거워할 만큼 게을러서 씻기기나 말리기를 자원하기 때문에 산책은 거의 아들의 몫이 된다. 승현이는 시간이 있는 한, 단 한 번도 쿠키 산책 좀 시켜달란 부탁을 거절한 적이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여건만 되면 묵묵히 쿠키를 데리고 나갔다. 쿠키는 유난히 승현이와의 산책을 좋아했다.  맘이 약해서 쿠키가 하자는 로, 가자는 대로 다 따라가 주기 때문이다. 아들 덕에 쿠키는  우리 동네는 물론 옆동네 구경까지 다하고 다녔다.  딸이나 나는 쿠키 원하는 대로 해주기보다는  내 시간 맞춰서  내 가고 싶은 곳으로 끌고 다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볼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영차 안아 들고 온 적도 많다.

쿠키   늘 도맡아 챙기고 사료가  떨어져 가면 두말 않고 근처 동물병원에 가서 사다 날랐던 아들,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 데 관심 없지만  예외적으로 쿠키  사진만은 갤러리에 담았던  아이의 모습에서 쿠키에 대한 애정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쿠키가 자는 곳은 항상  내 옆자리지만  아침 6~7시 정도만 되면 녀석은  어김없이 승현이의 방으로 가곤 했다. 아이가 눈을  떴을 땐 쿠키가 항상 옆에 있어 행복했을 것이다.

학교 가야 하는 이른 시간, 쿠키는 늘 아들방으로 옮겨가서 누워있었다.

잘 놀아주고 찐 사랑을 쏟아준 그 형이 오늘 영국으로 떠나는 것이다.  


아침부터 분주한 가족들의 모습에 쿠키는 불안한지 좌불안석이었다. 커다란 이민가방과  펼쳐진 캐리어에  가득 쌓인 짐을 들여다보며 끙끙거렸다. 말은 못하고 거실과 아들방을 왔다갔다 하며 사태파악에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간의 경험으로 캐리어는 곧 온가족 또는 누군가의 여행을 의미하는 것인만큼 쿠키에겐   큰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출국이 예정보다 미뤄져,  떠나는 아이나 남는 가족이나 피로감이 상승해있는 상황이었다. 나나 남편이 동행하려던 계획도 몇 번이나 틀어지고 아들이 영국 대학을 한국에서 다니는 코미디 같은 현실이 일어날까 봐 짜증이 났었다. 사이버대학도 아니고 유학을 한국에서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 모두는(본인 의견 포함) 승현이 혼자서라도 무조건 영국 땅을 밟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모두들 담담하게 하나하나 준비하고 드디어 갈 시간... 아들은 쿠키에게 인사를 건네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쿠키  역시 긴 이별의 시간을 직감했는지  꼬리를 축 내리고 슬픔 가득한 표정으로 아들을  배웅했다.

가는 거야? 멀리?? 쿠키는 너무 서운하지만 붙잡을 수도 없다... 망연자실...

스코틀랜드까지  먼길을  홀로 가야 하는 스무 살 아들을  공항에서  애써  무심하게 들여보내고 남편과 나는 조금 쳐진 맘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 내내  이제 본격적인 새 인생을 살게 된 아들을 축하하고 믿자고 다짐했다.


 집에 왔는데 쿠키가 쿠키답지 않았다. 이상했다... 녀석은 현관  옆 아들방의 문간에 서서 전혀 반가운 기색 하나 없이 원망 섞인 눈을 하고  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 우리를 맞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들의 텅 빈 방을  보자니 나는 그제야 허전함과 짠한 맘에 코끝이 찡해왔다. 한참을 아들의 방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공항 가기 전 차려먹은 밥상을 치우러 부엌에 갔다.

아... 그런데 불러도 오지 않던 녀석은  부엌 식탁, 늘 아들이 앉아 밥 먹던 의자 밑에 슬픈 얼굴로 가만히 있었다. 눈빛엔 여전히 서운함이 가득하다... 정말 말 못 하는 쿠키지만 어떤 말보다 더 크게 외치고 있었다. 보고 싶어, 형! 어디루 간 거야!...


벌써 그립구나 너도.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쿠키에게 형의 부재는 알수 없는 슬픔과 허전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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