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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이 Oct 23. 2022

소비해도 괜찮아

갖고 싶은 욕망에 충실한 삶도 한 때일 뿐.

돈이 많아도 명품을 갖지 않는 것이 미덕일까?

남들에게 있는 명품, 갖고 싶어서 비록 박봉이지만 조금씩 모아서 아니, 명품 적금이란 것을 들고 결국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에 달하는 핸드백이나 시계 혹은  고급 옷 등을 사는 것은 과연 허영심 가득한 몹쓸 짓이고 된장남녀이며 한심한 짓인가?  있는 사람이 에코백을 들면 추앙받을 일이고 없는 사람이 에코백을 들면 분수에 맞는  당연한 일인지..?


50대 중반으로 향해가는 지금, 나는 열심히 사는 3040  젊은 사람들에게 분명히 말해주고 싶다. 사고 싶은 건 꼭 사라고.

명품이 갖고 싶어도 내 분수에 뭘? 이라며 애써 외면하거나 신포도 이야기처럼  합리화하지도 말고 허영심이라고 자책하지도 말고 돈 모아 사고 싶은 명품을 사라고 권하고 싶다.

부자 부모를 두고 부자 배우자를 둬서 천만 원을 백만 원같이 쓰는 사람보다 돈을 아끼고 모아서 사고 싶은 것을 내 힘으로 사면 진짜 명품의 가치가 우러난다고  생각한다. 명품을 만든 사람은 실은 그런 사람들이 사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명품을 사서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니란 걸. 이것이  나의 부족한 것을 대신해 주거나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게 할 수도 없다는 걸.

그 물건을 갖고 있음으로써 남에게 보이는 내 모습이 달라진다든지  너와는 급이 달라라고 생각하는 것도 젊을 때의 착각이다. 젊을 땐 그럴 수 있으니까.


 또 알 수 있다. 명품을 소비해보면 괜히 명품이 아니구나, 그 가치는 분명하다. 그래서 다음 계획을 세우고 돈을 모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명품을 갖고 싶은 정신승리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사람이 명품이어야지, 명품을 든다고 자기가 명품이 되나?'  그건 명품이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대체 명품인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돈이 철철 넘치는데 소비 안 하는 사람? 학식이 풍부한 사람? 직장이 빵빵한 사람? 교양이 넘치는 사람?  명품 인간은 이런 몇 가지 정의로 단정하거나 재단할 수 없다. 부러운 걸 부럽다고 소리내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 내 안의 욕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것이 소비든 학식이든 교양이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사람이 명품인간이 갖춰야 하는 한가지 요소임에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너무 갖고 싶으면 빚을 내서라도 사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고 보면 또 다른 깨달음이 온다. 명품을 든다고 명품 인간이 되는 게 아닌 건 당연한 거다. 화려한 보석이나 온갖 비싼 옷과 가방으로 본인을 치장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그 사람이 명품을 둘렀기 때문에 사람도 명품이라고 생각해본 일은 없다. 오히려 화려한 보석이나 패션때문에  더 초라해 보이는 사람도 있다.  비싸고 블링블링한  보석이든 옷이든 TPO에 맞게 갖추어야 하는데 아무 때고 뜬금없이 눈부신 보석이나 옷을  두르고 나오는 사람이야말로 ' 오로지 돈 밖에 없는 자존감 없는 졸부' 같다.  물론, 명품  보석이나 패션이 맞춤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람도 많다.  과하지않게  제대로 갖춘 보석이나 패션은  눈에 띄거나 튀지 않고 그의 일부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젊은 시절, 남들 다 있는 명품이 나만 없는 것 같아서 슬플 때 명품 가진 사람을 괜히 비하하거나 내가 명품이 되면 된다는 실체 없는 모호한 생각은 하지 말자. 부러움의 눈물을 닦고 돈을 차곡차곡 모아 꼭 사기를 바란다. 단 결혼 전, 직장생활을 계속할 때, 아이를 낳기 전, 보다 많은 버킷리스트가 생기기 전이 좋은 시기다. 결혼을 하거나 아이가 생기면 아무래도 부부 중심이나  아이 위주로 갈 수밖에 없으니 여유가 없어진다. 뭔가 너무 갖고 싶은 그런 욕망도 정말 한 때다.

나이가 들어버리면 그다지 큰 욕심도 없고 남이 든 명품이 부러워 잠을 못 이루는 일도 없고 단지 그런 하찮은 일 때문에 신경 쓸 틈도 없다. 명품이 갖고 싶은 내 마음이 버거울 정도라면 정말 젊은것이다.

갖고 있는 명품을 다 팔아서라도 산적한 일들이 해결된다면 다 팔아버리고 싶은 머리 아픈 일들이 나이 들수록 많아지니까.


또한 젊을 때 명품 소비를 해봐야 나중에 여유가 생겼을 때 명품을 가져도 어색하지 않다. 평생 에코백만 들다가 느지막이 여유가 생겨서 명품을 사려고 하면 도대체 뭘 사야 할지 어느 브랜드를 사야 할지 그 많은 종류의 명품 중 무슨 색을 골라야 할지 우왕좌왕하게 되고 혹여 사서 들거나 몸에 지녀도 물과 기름처럼 떠다니게 마련이다. 왠지 짝퉁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나 나나 집이 없을 때의 일이다. 모델하우스를 찾아다니며 내부 인테리어 구경하는 것이 취미였던 그 친구가 나는 이해가 안 갔다.

왜 그렇게 모델하우스를 다녀? 이유를 물으니 집을 사면 어떻게 꾸밀지 미리 공부해두는 거라고 했다.

얘, 집 사면 인테리어 업자 시켜서 그냥 하면 되지 집도 없는데 무슨 인테리어 공부냐. 집사는 게 관건이지!  했는데 인테리어 구경하며 조금씩 소품을 사기도 했던  그 친구는 그 공부가 노하우가 돼서 집을 샀을 때 자기만의 특별한 공간으로 잡지에 소개될 만큼 매력적으로 꾸몄다. 반면 나는, 동네 인테리어 업자 몇 명과  여기저기 면담하다가 나의 의견을 제시하긴 했지만 결국은 업자의 편리에 따라 꾸며진 공간이 많다. 우리 집 인테리어는 뭐 SO SO다.


뭐든 젊을 때 욕망과 소비가 최고조에 달한다. 비교 의식이나 열등감, 도전도 그 시기가 가장 높아진다.

그때 본인의 욕망을 인정하고 욕망을 이루기 위해 그만큼 노력한다는 건 멋진 일이다.

세상에 깔린 명품 시계 하나, 가방 하나쯤 가장 갖고 싶은 브랜드를 찜해두고 그것을 사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서 그것을 가져보자.

나는 그런 젊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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