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든 남자든 사람이 너무 좋아질 때, 다가가는 속도 조절을 잘 못해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비일 비재하다. 좋아하는 마음을 조금씩만 내보이며 밀당을 잘해야 좋은 관계가 오래 유지되는데 누군가 너무 당기면 겁이 나고 밀어내면 섭섭하다.
가족은 또 어떤가. 내 가족이라는 이유로 마지노선 없이 내 자식 내 남편 내 아내의 영역에 불쑥불쑥 침범해 크고 작은 소란이 생긴다.
쿠키와 크림이의 관계에 대해 개와 고양이가 어떻게 이리 잘 지내는지 궁금해하고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가 때부터 같이 자라온 것이 아니고 외동으로 십 년을 살아온 강아지 쿠키네 집에 어느 날 종도 완전히 다른 6개월 고양이 크림이가 입양된 것이니 처음엔 나도 걱정이 많았다.
서로의 싫고 좋다는 표현 방식이 전혀 다른 두 마리가 오해 끝에 물거나 할퀴어 사고가 날까 노심초사했다.
호기심많고 정많아 집안일에 오지랖이 넓은 쿠키는 크림이 주변을 배회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을까 틈을 노리곤 했다. 하지만 크림이는 정해진 범위 내에 쿠키가 들어오기만 하면 평화로이 있다가도 자리를 피했다. 때로 쿠키는 약이 오르는 듯했고 자꾸만 다가가려 하다 결국 크림의 냥 펀치를 맞기도 하고 하악질을 당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놀이도 제각각~가끔은 서로를 한심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기를 몇 달, 둘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생겼다. 불편하지 않은 거리. 함께 있어도 편안한 거리. 심지어 같이 머무르고 온기를 나누며 잘 수 있는 거리로 좁혀졌다.
불과 두세 달만의 기적 같은 일이었다.
물론 반 이상이 외동으로 자랐지만 순진하고 착한 쿠키의 성품 덕분이고 다행히 크림이도 발톱 내미는 방법도 모르는 온순한 냥이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년 2월이면 쿠키와 크림이가 함께한 지도 벌써 만 2년이 된다.
서로의 영역을 지켜주고 개성을 인정해주면서 사람들보다 더 현명한 관계로 개와 고양이는 평화롭게 동거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쿠키와 크림이가...♡
자식들의 우애를 보면 부모 맘이 흐뭇한 법! 우리 딸과 아들은 어릴 땐 매우 사이가 좋더니 크면서 대면대면~
이젠 쿠키와 크림이의 모습에 내 맘이 따스하다.
쿠키와 크림이가 우정을 나누는 비법은 하나다.
맘에 안 들어도 "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가 아닌
"그럴 수도 있지~"하고 지켜봐 주는 일이 아닐까.
* 쿠키와크림이의 관계에 대해선 비슷한 내용으로 과거에 쓴 글이 있지만 마지막 사진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서 또 쓰게됐네요..사진을 찍으면서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신기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