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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이 Dec 15. 2021

크림아~너는 엄마 알아?

키울수록 궁금하다!!(feat. 남편한테 속고 크림이에게 속고)

크림이 집사가 된 지 어언 10개월이 다 되어간다.

크림이 집사는 남편이 온전히 하기로 하고선 데리고 왔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또!! 나 혼자 열심히 키우고 있다. 딸이고 남편이고 다들 자기들 시간 나고 여유로울 때 이쁘다 귀엽다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생명에 필요한 책임감 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두 아이들도 (마치 내가 밖에서 데려온 애들처럼) 친정 도움받아 혼자 키운 것 같은데... 쿠키& 크림이의 육아조차 내 몫이다. 사실 나도 육아에 그닥 소질은 없는 사람이다. 크림이의 모든 시중은 본인이 다한다고 데려와 놓고 이럴수가... 남편한테 속은 일이 참 많지만 크림이 양육마저 속다니 갑자기 부들부들.




어쨌든 크림이는 같이 지내던 형제, 가족들과 떨어져 우리 집에 온 게 딱해서 그동안 크림이에게 크게 바라는 것 없이 집사 노릇을 해왔다. 화장실 청소, 밥 주기, 간식 주기, 장난감 사주기, 놀아주기, 볼일 급해도 물 달라면 알맞은 줄기로 물 틀어주기, 사람 물컵에 입대도 양보하기, 내 영역에 들어와 널브러져도 황홀해서 비켜주기.. 참 사진사 노릇도 했다. 그런데 오랜 시간 정성을 쏟다 보니 기대가 생겼다. 나를 좋아하겠지? 충실한 집사로는 알아주겠지? 내가 엄마이자 보호자인 건 설마 알.. 겠.. 지?

고양이의 애정표현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네이버 등등을 무진장 찾아본 바 따르면~

1) 가끔 다리에 비비고

 2) 만져주면 몸을 맡겨 골골대고

3) 내 이불에 꾹꾹이를 하고

4)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주변에서 야옹거리고(수다쟁이)

5) 노트북에 올라와 낙서하고

6) 항상 반경 2미터~5미터 이내에 머무르는 등

분명 크림이도 나를 좋아한다는 싸인이 있긴 한데, 확신이 없다. 나쁜 남자 스타일의 크림이 같으니라고!

내 주변을 맴맴 돌 때도 많긴 하지만...크림이의 관심에 나는 항상 목이 마르다...


내가 섭섭한 건, 밖에 나갔다 와서 쿠키 한번 안아주고 탑 위에 있는 크림이를 보면 귀엽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싶어서 마루를  쿵쾅거리며 크림아! 하며 두 팔 벌려 달려가곤 한다. 그러면 크림이는 못 볼 것을 본 겁먹은 눈을 하고 달려오는 날 보다가 고개를 푹 파묻고 몸을 돌돌 말아 동그란 도넛이 되어버린다. 하지 마!! 오지 마!! 싫어 싫어!! 를 온몸으로 표현한다. 개의치 않고 가까이 가서 키발을 번쩍 서서 주물럭주물럭  만지고 쓰다듬고  뽀뽀하고 보드랍고 작은 발을 덥석 잡기라도 하면,

' 이야융...'신음소리 섞인 울음소리를 내면서 고 귀여운 발을 쏙 빼가서 몸 안으로 감춘다.

다시 잡아 빼려 해도 가녀린 발이 힘도 좋아서 좀처럼 빼낼 수가 없다.

정말 섭섭하다.  고양이는 바로 이 밀당 맛으로 키우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과연 크림이에게 나는 뭘까? 내 자리에  처음 보는 낯선 아줌마가 오건 아저씨가 오건  집사 노릇만 잘해주면 오케이겠지? 이런 슬픈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내 그림자인지 분신인지, 항상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우리 쿠키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첫 고양이 크림이 이기에 자꾸 집착하게 되나 보다.

쿠키최고!!


크림이를 안고 토닥이면서 딸아이랑 궁금증을 나눠본다. 아주 가끔 기분 날 때 냥이 화장실 청소도 하고 밥도 주는 '민 집사'우리 딸도 '크림이는 내가 언니인지, 엄마가 엄마인지 모를 것'이라 단언한다.

언제 빠져나갈까만 궁리중인 얼굴

가까이 가면 도망가려는 크림이를 덥석 안아 배 위에 놓고 가만히  크림이 표정을 보면 '어떻게 여길 탈출할까'궁리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안은 팔의 힘을  아주 조금만 풀어도 크림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잽싸게 빠져나간다. 츄르나 물, 밥을 줄 때나 나타나 다리를 비비고 아양을 떠는 크림이, 배은망덕하지만 그래!

이뻐서 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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