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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이 Jun 03. 2022

그럴 때가 있다.

오랫동안 발행을 못했다.

서랍 속엔 갖가지 주제로 쓴 글이 여덟 편. 발행만 누르면 되는 글도 있고 쓰다만 글도 있다.

일상은 감사하고 평온한데 마음은 여기저기를 떠다녔다.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내 삶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그 가운데 틈틈이 쓴 글들에 발행을 누르자니 갑자기 망설여져서 남편과 글 잘 쓰는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발행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듣자 더더욱 자신이 없어졌다. 그중 하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뺑소니범을 잡았던 방송에서 공범 아닌 공범이 된 이의 이야기였는데 이미 지난 일에 개인의 일을 되새기는 일이라 적당하지 않다는 견해였다. 또 하나도 예전의 대히트작이었던 드라마를 보다가 그 작가 언니와의 짧은 인연이 생각나 쓴 글인데 그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 언니의 민감한 부분이 내 글에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이래 저래 반대 의견에 부딪히니 의욕도 줄고 부끄러워졌다. 그다음부터 쓰는 글은 줄줄이 서랍 속에 처박혔다.


그냥 쿠키 크림이 얘기만 써. 리스크가 전혀 없잖아. 그런 얘기도 들었다. 그건 팩트다.

집 안 전체에 온기와 웃음을 곳곳에 뿌려주는 우리 아기들의 모습은 언제나 심장을 두드리는 즐거운 에피소드 덩어리니까. 하지만 녀석들의 다양한 귀여운 모습은 영상을 올리지 않는 한 내 표현력을 고갈시킨 지 오래다. 녀석들의 모습을 담아내기에 내 글솜씨가 너무 빈곤하기 짝이 없다는 이야기다.


아직 삶을 정리하는 나이는 아니지만, 내 미래의 삶을 생각함과 동시에 자꾸 과거를 돌아보며 성당에 다시 나가서 본격적인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픈 마음도 생겼다. 슬픈 일도 있었다. 얼마 전, 친한 언니가 보살피던 길고양이의 죽음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오로지 사진으로만 접했을 뿐, 얼굴도 못 본 안타까운 길고양이의 죽음으로 나라 잃은 사람처럼 울기도 했다.

다시금 내 이야기를 풀어쓰고 싶은 때가 온 걸까.

브런치를 하다 보면, 누구나 그럴 때가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즐겁게 쓰다가도 갑자기 자신이 없고 부끄러워져 숨기도 하다가 또다시 용기를 내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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