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라면 치가 떨리고 이가 갈리는 1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강아지 세금에 찬성한다.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는 데 얼마나 들까?우선 아기때 예방접종비 5번 ,중성화수술비, 이후 매년 한 두번씩의 광견병과독감 예방주사와 심장사상충 예방약그리고 사료값( 우리 쿠키는 알레르기 체질이라 2킬로에 37000 원하는 하이포 알러제닉 사료만 먹는다 ㅠㅠ. 문제는 일절 간식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사료만 먹으니까 사실, 빠르면 2주 느려도 한 달 안엔 다 먹는다), 또 털이 먹는 대로 자라 얼굴을 덮어서 미용비도 빼놓을 수 없다. 한 번은 부분 미용 5만 원, 한 번은 가위컷 전체 10만 원가량 지출이 나간다. 또 열 살이 되니 건강검진비도 세세한 비용이 추가된다. 얼마 전 받은 건강검진에서 간 건강을 나타내는 세 가지 피검사 결과가 한 개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와 철저히 간식을 끊고 몇 달 후 또 해봐야 한다. 또한 무형의 노동비도 엄청 들어간다. 매일 산책을 나가지 않으면 힘이 없고 우울해하니 내가 힘이 없고 우울해지더라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책을 다니고 씻기고 말려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쿠키의 동생 크림이도 중성화 수술과 예방접종, 장난감, 츄르 간식, 사료, 똥 모래값이 들어간다. 크림이는 아직 팔팔한 나이라서 건강검진까지는 필요 없지만 이것저것을 입에 넣다가 병원에 실려가 수십 만원을 가뿐하게 지출한 적도 있다. 학원이나 학교만 안 다닐 뿐, 두 동물에게 들어가는 비용과 관심은 자식과 다름없다. 자식은 20살까지만 키우면 어느 정도 한숨이라도 돌리지만 쿠키 앤 크림은.... 죽을 때까지 어린 아기다.
그리고 나는 내가 하는 이 지출은 (책임감을 갖고 한 생명을 키우기로 작정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불해야 할 최소한의 비용일 뿐이란 것을 안다. 정말 많은 반려인들이 옷 장난감 간식 게다가 유치원 비용까지 아낌없이 반려견 반려묘에게 투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또한 이들 중에는 산책을 하루 두세 번 30분 기본에 한두 시간씩 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쿠키에게 미안한 일이다.
어쨌든 이렇게 많은? 기본비용을 내돈내산 들여가며 키우는데 세금을 또 내겠다고?
너나 내라 세금!!하며 불같이 화내기 전에 몇가지 짚어볼 문제가 있다.
사료나 전용 간식은 커녕 사람이 먹다 남은 밥과 반찬조차 제대로 못 먹고 밧줄 같은 끈에 목을 묶여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타는 듯한 햇볕 아래, 발이 꽁꽁 어는 추위에 그대로 방치된 채 살아가는 수많은 개들도 존재한다. 주인의 눈길 한번 관심 한 줌 받지도 못한다. 반려동물의 삶도 빈부의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의 삶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이들은 원망이나 비교를 하지 않고 그저 돈 쓰는 주인이나 학대하는 주인이나 주인 섬기기에는 여념이 없다는 것이다. (학대 당한 개가 그 주인을공격한다면 괜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텐데...라는 생각도 들 정도로 나는 자격없이 개를 데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분노한다)
내가 다른 곳의 지출을 조금 줄이더라도, 반려동물에 대한 내 세금이 음지에 있는 가엾은 개들을 돕고 버려진 유기동물에게 먹을 곳과 잘 곳이 제공된다면 나는 기꺼이 내고 싶다.
또한, 무책임하고 나쁜 주인을 만나 물과 음식조차 못 먹어 황폐해진 들개나 다름없게 되어 사람을 무는 안타까운 사고가 났을 경우, 억울한 피해자에게 적절한 손해배상을 해줄 필요도 있다. 사람을 문 개의 주인들은 개탓이나 하고 형사상의 책임은 지겠지만 어차피 손해배상을 해줄 능력이 없는 경우도 너무 많다. 피해자들이 증거를 모아 민사소송을 따로 해야 하는 현실도 안타깝다. 다행히 가해자 측에서 합의한 대로 충분한 보상을 해준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심신이 다친 피해자에게 그 세금으로 보상을 해주고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법이 타당하다고 보인다.
무엇보다 개를 키운다면서 밥과 물도 제대로 안주며 학대 방임하는 사람들은 세금을 걷는다고 하면 단돈 만원일 지라도 그 돈을 내며 키울 리가 없기에 자격이 없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걸러질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는 어떨까.
애완견 세금이 최초로 부과된 나라는 1796년 영국이다. 18세기에 수많은 유기견이 돌아다니면서 거리마다 개똥 천지였고 광견병마저 유행하자 결국 세금 부과로 개 사육을 억제시키기로 했다. 이후 1810년 독일 프로이센에도 반려견 세금이 부과되었다. 당시는 모든 게 개가 야기하는 사회문제들 --개똥, 개 물림, 광견병 등등 --때문이어서 동물권 보호보다는 개를 기르는 것을 억제시키려는 의도가 컸기에 조세저항도 컸다고 한다.
결국 영국에서는 1987년 반려견 세금이 폐지됐지만 요즘 다시 부활하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프랑스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 미국 중국 호주 등의 나라는 반려동물 세금을 징수 중인데 지방세 개념으로 걷히고 있으며 세금이라는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등록비, 라이선스비 등의 용어로 포장돼 있다고 한다.(일본 역시 브리더 펫샵 등에 엄청난 세금을 물리고 있다고)
그리고 다른 반려동물보다 개에게만 부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공공장소에 개만큼 사람과 같이 등장하는 반려동물도 없을 테니.
내가 선진국의 사례를 찾아보며 소름이 돋았던 대목은 반려견 보유세를 실시하는 나라에서 개를 두 마리 이상 키우게 되면 세금이 급증하는 이유였다. 개들이 한 집에서 두 마리 이상 같이 지내면 스트레스가 많아져 동물권이 침해되기 때문이고 애니멀 호더, 동물학대, 개체수 증가 등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니 철저히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세금이 아닐 수 없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더욱 촘촘한 의무가 주어지는데 반려견 보유세 이외에도 반려견 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개 물림 사고 및 사유재산 손상 등 모든 손해배상이 이 책임보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독일에선 아주 작은 소형견을 키우더라도 세금과 책임 보험비만으로 최소한 20~30만 원 이상의 비용이 지출된다. 대신 독일의 개는 상점과 공공시설, 대중교통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데 이는 의무 훈련 규정이 엄격하고 손해보험 등을 통해 손해배상이 손쉽게 전액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또한 독일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에선 펫 샵에서 동물을 파는 것이 모두 불법이며 엄격한 조건을 충족하는 브리더들만이 정부의 통제 하에서 개를 팔 자격이 있다. 때문에 독일의 모든 개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국가에서 모니터링하고 태어나는 반려견은 내장 마이크로칩이 이식되며 어린 시절, 의무적으로 정부에서 운영하는 개 탁아소에서 엄격한 훈련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고 나쁜 행동 습관을 교정한 후에야 일반가정으로 입양된다고 하니 자료조사를 하는 중에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지금이야 아득하게 먼 유토피아지만 차차 저런 환경을 목표로 한 걸음씩 다가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식 같은 강아지의 동물권 --자유로운 공원 출입이나 대중교통 이용, 강아지들만의 공원이나 복지 시설을 주장하기 위해선 결국 돈이 필요하고, 반려인들이 학대받는 강아지들에 대해 분노와 슬픔을 비 반려인보다 몇 배로 느끼는데 그에 대해 조그마한 도움이 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고, 자격이 없는 동물학대자들을 걸러내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동물권 보호를 위해 제대로만 쓰인다면 수많은 종류의 세금 중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주며 흐뭇하게 쓰이는 세금일 수도 있다.
일 년에 10만 원이라 치면 한 달에 커피 한두 잔만 덜 마시고 반려인으로서의 주장과 권리, 안타까운 피해자 지원에 쓰인다면 그 돈의 가치는 별다방의 커피를 포기한 대신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 마시는 커피맛과 같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