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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이 Aug 25. 2022

바하마 바하마 4

상어와 함께 슬라이드!!

바하마의 이틀째는  상어 슬라이드로 유명한 워터파크에 가기로 했다. 바하마  아틀란티스 하면 상어 슬라이드를 손꼽을 정도로 유명해서 매우 궁금했다. 상어 슬라이드는 물론 모든 슬라이드를 타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아틀란티스 안내도에 있는  워터파크  놀이기구를 미리 공부하며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 비가 오는 악몽을 꾸며  가늘게 눈을 뜨고 창밖을 봤더니 하늘은 푸르고  화창했다. 야호!!! 나이를 까맣게 잊은 채  힘들게 온 보람을 찾고자  후다닥 일어났다.

알아보니 워터파크는 9시가 개장.  지금은 오전 6시 반. 일단  포세이돈이라는 뷔페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동남아 등 더운 나라의 실내는 빵빵한 에어컨 덕분에  시원함을 넘어 시베리아 벌판에 온 듯 추운 것쯤이야  상식으로 알고 있었지만 내가 가져온 옷으론 뼈 속까지 파고드는 에어컨 바람을 막기엔 어림없었다.

돈걱정에 안 가겠다고 할 땐 언제고  아이처럼 들떠서 일찌감치 짐을 싸면서,

"거기 가면 너무 더울테니까  외국인처럼 헐벗은 옷 입고  다녀도 될까?"

남편은 "으응  맘대로 해~"하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아니 자기가 창피해할까 봐~ 혹시 일 때문에 가는 건데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ㅎㅎ."

"멀찍이 떨어져 걸음 되니까  걱정 말고  입고  싶은 대로  다~입어~~."

"... 그래 뭐~^^"

그래서 신나게  챙긴  옷들이 한국에선 입었다 하면 엄마와 언니에게 나잇값 못한다고 구박받는  짧은 바지와 크롭티, 미니원피스,  짧은 치마를 주로 싸고  멋내기용 얇은 긴 팔 상의 두어 벌과 청바지 하나를 넣은 것이다.


조식 뷔페 식당은 크기도 어마어마한 데다 문 열자마자 들어가서 사람도 거의 없고  몇 접시를 떠다 먹어도  추웠다.  포근한 플리스 점퍼쯤은 걸쳐야  알맞을 추위. 따뜻한 수프와 커피를  음식마다 곁들여  먹어도 금방 식을 정도였다.


세 접시는 더 먹을 수 있었는데 추워서 더 이상 먹는 건 소화에 무리가 올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9시가 되자마자 물놀이 전사가 되어보고자  선글라스 선크림 셀카봉  물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워터파크로 향했다. 나가자마자  온통 사진기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신세계가 펼쳐졌다. 바하마의 아틀란티스는 첫날보다 이튿날이 더 좋았고 그다음 날이 더 좋았다.  시간이 갈수록 머물고 싶은 새로운 매력을  조금씩 알게 되는 곳이었다.  보면 볼수록 새롭고 신기했다.


워터파크 가는 길의 풍경들~


Challenger Slide. 두 사람이 속도내기를 할 수 있다.
열 개가 넘는 수영장 중 가장 한적하고 풍광이 예쁜 풀이었다.

드넓은 워터파크를 돌아다니다 어느 전망 좋은 풀장 앞 선베드에 자리를 잡았다.  이른 시간이라 물속이 차가워서 선베드에 누워 선탠부터 시작. 외국인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과감한 비키니와 쇼트 팬츠를 입고 이미 선탠 중인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저 사람들은  왜 모노키니(원피스 수영복)보다  비키니가 어울리는 것인가! 평생 비키니를  걸쳐보지 못한 나는 가끔 비키니를 입고  활보하는  또래의 외국 아줌마들의  자신감과 당당함이  부럽다. 다음 생애에 도전해봐야지.

 6월 초 바하마의 날씨는 우리나라보다 선선한 26~28도 수준. 태양은 강렬하지 않고 보드랍게 내 살갗에 닿았다. 따스한 기운이  온몸을 훑었다.


워터파크라면 에버랜드의 캐러비언 베이와  스파월드인가 하는 곳을  아이들 뒤뚱거릴 때 데리고 다녀봤으니  15년 만인 듯했다.

50대 중반, 아이들도 없이  워터 파크라니!

슬라이드 시간이 다가올수록 관광객들이 모여들었다. 가장 유명하다는 상어 슬라이드를 먼저 도전해보기로 했다.

튜브를 매고 계단을 오르고 올라 조금 기다리니 금세 내 차례가 되었다. 배가 살살 아프고 긴장이 된다.

물이 흐르는 슬라이드에 튜브를 놓고 그 위에 앉아 다리를 뻗고 손잡이를 꽉 쥐고 신호등이 파란불로 들어오자 세이프가드가 'GO'라고 말하며 손짓한다.  가파른  슬라이드 동굴 속으로 휙 빨려 들어가면서 이내 아무것도 보이질 않자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나왔다. 시꺼먼 슬라이드 안에서 눈을 크게 뜨고 정신없이 내려갔다.   생각보다 견딜만한 공포라 생각될 무렵 거센 파도인가 싶게  몰아치는 물줄기를 흠뻑 맞으며 바다로 연결된 관으로  뚝 떨어진다.  눈앞엔 상어들과 각종 물고기들의 유영이 펼쳐지고  튜브는 천천히 앞으로 밀려간다.  경사는 거의 없지만  쪽의 가파른 슬라이드에서 나오는 세찬 물줄기가   밀어주는 식이라 튜브는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조금씩 전진하며 바닷속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대단한 규모의 진귀한 슬라이드임에 틀림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정말  좋았겠다 하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우리 애들은 아직 젊으니까 올 기회가 많이 있겠지.


짧지않은 투명슬라이드는 완만한  속도로 전진하며 슬라이드 바깥에서 헤엄치는 상어들과 각종 물고기들을 구경할 수 있다.

상어 슬라이드 역시 반복할수록 더 재밌어지는 마법 같은 놀이기구여서 열 번은 타러  다닌 것 같다.

너무 여러 번 타다 보니 어떤 상어와는 눈도 마주치고 어떤 상어는 아직도 타고 있냐고 말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남편은   나에게  50대 아줌마 체력이 필요 이상으로  너무 좋은 거 아니냐며 혹시 요즘 먹고 있는 건강음식이나 영양제가 있는지를 궁금해했지만,  아니다.  다신 못할 경험에 대해 최선을 다한 것 뿐이다.


상어 슬라이드 다음으로 우리가 찾은 곳은  유수풀.

Rapid River pool. 역대급으로 길고 볼거리 많고  래프팅 구간까지 갖춰진, 개인적으론 상어 슬라이드보다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낸 곳이다.

푸른 하늘과  주변 경치에 감탄사를 내뱉으며  강을 따라 유유자적 흘러가다  보면 수상요원이

튜브를  끌어  거센 파도의 물줄기 쪽으로 밀어준다. 꽤 긴 래프팅 구간에서는 튜브  위에 팔과 발을 다 올려서 오므려야  다치지 않는다. 속도는 나지 않지만 튜브를 태우고 돌아가는 엘리베이터도 있다.

물속을 도느라 안타깝게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바하마 관광청 홈페이지의 아틀란티스 리조트에 소개된 사진과 설명을 그대로 올려본다.


출처 https://www.atlantisbahamas.com/thingstodo/waterpark/waterslides

Leap of  Faith라는 이 슬라이드는 60피트에서 튜브 없이 몸으로 타는 슬라이드라 우리는  나이도 있고  심장마비가  걱정돼 패스 했다.  보기에도 무서워 지나치느라 사진을 못 찍었다.


그밖에 카리브해를 보며  타는 'Surge' 나 'Drop'

슬라이드 등 하루 온종일 슬라이드를 타고  먹고 뛰느라 하루를 다 보냈다.


해  저무는 아틀란티스.  시간의 흐름이 아쉬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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