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투를 빕니다.
나도 그랬다. 아이 낳고 기르면서 이런 궁금증들이 있었다. 이 사건은 내 인생에 가장 큰 충격적인 사건인데 왜 아무도 내게 제대로 말하지 않고, 공교육에서는 실전을 교육하지 않았을까라고. 임신과 출산과 육아는 거의 모든 인간에게 국어과목 가르치듯이 필수과목으로 생생하게 실전위주로 가르쳐서 이게 뭐인지나 알고 입문할지 말지 결정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거 뭐 다들 하니까 자연스러운 코스인 줄 알고 아무 생각 없이 들어섰는데 생각보다 너무 빡쎄서 억울하기까지 했다. 이럴 줄 알았음 입문 안 하는 옵션도 진작에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 그래서 아직 입문 전인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말한다. 선택이라고. 결혼이 선택이듯, 아이도 선택이라고.
나야 뭐 이미 입문했고 내 새끼의 이쁜 맛을 본 사람으로서 후회하거나 되돌리고 싶거나 그렇진 않다. 이게 마약 같아서 맛을 안 보면 안 봤지 보면 어쩔 수 없는 거라. 근데 입문 전은 다르다. 맛을 보지 못했기에 말로 설명해도 와닿지 않고 또 그 세계에 입문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절대 덜 행복하지 않기에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경험한 친구들에게도 왜 말 안 했냐니까, 했단다. 했는데 미혼인, 아이가 없던 나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 얘기라 그냥 흘려 들었을 거라고. 첫애를 낳고 이제 내 맘대로 죽지도 못하겠구나 싶으니 마음이 무거웠다. 절대 자살을 생각하진 않지만 '이 생을 길게 가져갈게 뭐 있나', '나 죽으면 가족들 좀 슬프겠지만 그거 말고 아무 상관없다'라고 나름 이 생명에 대해 쿨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엄마라는 존재가 된 이상 난 절대로 죽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됐음을 직감할 수 있었고 그것이 주는 쿨하지 못함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기도할 때도 협박했다. '저 죽으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적어도 고등학교 졸업까지는 절대 안 된다고. 엄마 없는 애가 젤 불쌍한 거 아시지 않냐고. 결혼을 하면서 느낀 '아.. 이제 난 죽을 때까지 내가 한 밥을 먹어야 하는구나'의 충격과는 다른 엄청난 무게감이었다.
지금도 갓난 아기 엄마들을 만나면 뭐라도 도와주고 싶고 시큰거릴 손목에 눈길이 가고, 괜찮다면 아기를 잠시라도 안아주고 싶고 그렇다. 지하철에서 우는 아기 소리가 들리면 그 엄마가 얼마나 쩔쩔맬까, 등에서 땀이 범벅일 텐데 하며 멀리서 응원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다 이해해 줬으면, 부담되게 쳐다도 보지 않아 줬으면 했다. 내가 그렀거든. 간절했거든. 단 5분만이라도 자유로워지고 싶어 누구라도 아무라도 도와준다면 엄청 반가웠거든. 엄마 선배님들의 따뜻한 응원의 눈길과 토닥임이 큰 힘이 됐거든.
그 후 나는 나보다 나이 많고 그 길을 먼저 걸어간 모든 여자 선배들이 대단해 보였다. 그들은 그냥 아줌마들이 아니라 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의 자세로 대하고 싶은 선배들이었다. 이제 그 뒤가 또 궁금하다. 선배들이 미리 얘기해주지 않은 충격적인 사건이 뭐고, 어떨까? 자녀들의 사춘기? 갱년기? 병듦? 노화? 공부가 필요하다.
응답하라에서 성동일이 그랬다. 나도 아빠가 처음이라 그렇다고 미안하다고 이해해 달라고. 지금 이 시간에도 졸면서 수유하고 있을 수많은 후배들. 처음이라 미숙하게 엄마 흉내 내고 있을 수많은 초보 엄마들. 진심으로 응원한다. 우린 다 처음 해봐서 부족하니까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지 말자. 잘하고 있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