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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May 28. 2018

양평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

생기가 넘치기 시작하는 순간

내가 가장 애타게 기다리는 꽃, 매화.

그가 피어날 때, 비로소 기나긴 이 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니.

일년 중에서 단연 가장 큰 기쁨을 안겨 주는 꽃이다.


집 앞 홍매화가 드디어 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 하루하루를 함께 하며, 조금 더 꽃망울을 터뜨릴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라며 눈길이 닿을 때마다 깊은 응원을 함께 건넨다.


양평에 한참 집을 구하면서 주택을 알아 보다가, 마지막 순간에 빌라에 사는 것으로 결정했었다.

아무래도 안전 문제가 꽤 크게 작용했다.

지금도 생활의 편리함은 유지한 채, 눈닿는 곳곳에 자연 정원이 펼쳐져 있으니 꽤 괜찮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곳곳이 산책로이고, 눈닿는 곳이 나의 정원.

그 어떤 위안도 자연이 주는 위안만은 못한 것 같다.

그저 한없이 바라 보고, 이 바람을 느낄 것 같으면 이 곳에 사는 것이, 이 곳에 이사하기로 결정한 즉흥적인 내가 문득 대견해진다.

이 눈 앞의 풍경을 내 마음 속에 하나하나 그대로 담을 수 있기를 늘 바란다.


특히 빌라 1층 주인아저씨 동생분은 사시사철 새로운 꽃이 얼굴을 보일 수 있도록 정원을 정성으로 관리하시는데, 덕분에 나는 봄의 기운을 꽤 오랫동안 만끽할 수 있다.


집 앞에서 바라 보는 장면.

공기 중에 봄이 한가득인 느낌이다.

따스하고 포근하고 부드러운 느낌.

얼어 붙은 마음도, 겨우내 굳어 버린 몸도 이내 부드럽게 풀어 버릴 것만 같은 봄의 힘.

우리 철순이.ㅎㅎㅎ

어쩜, 아저씨가 이름도 이리 잘 붙이셨는지.

부정하고 싶다만, 넌 정말 철순이다.ㅎㅎ


집에서 돌아오는 길이면, 철순이가 항상 어찌나 반가워 하는지

늘 기대하며 돌아오는 것이 행복한 봄의 귀가길이었다.

나 역시 유독 철순이를 예뻐 했는데, 나중 알고 보니 철순이가 나와 좀 닮아서 더 정이 가는 것 같다는 엄청난!!ㅋㅋ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공사장에서 태어난 강아지 중 유독 허약하게 태어나서 데리고 오게 된 철순이는

동네 사람들의 걱정과 보살핌으로 유기농 음식들만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나 개린이를 지나 이제 어른 개가 되어 간다는 웃픈 이야기가.ㅎㅎ

철순아. 니가 아기였던 게 엊그제인데 기억이... 아득하다...ㅎㅎㅎ

봄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동네 산책을 하다가 벤치에 앉아서 한없이 꽃과 나무를 들여다 본다.

아름다운 향기 가득 품은 라일락에 시선을 오래 주기도 하고.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 어떤 색도 자연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색만큼 진정으로 아름답지 못하다는 사실.


날이 좋아 자전거를 갖고 강변길을 달린다.

아무도 없이 혼자서 조용히 달리는 시간이 참 좋다.

햇살과 풍경이 너무 예뻐 10m도 채 못가서 계속 가던 길을 멈출 수밖에 없는 그런 양평의 봄의 날들.


봄비가 나린다.

햇살이 반짝이는 날도, 비가 토톡톡 나리는 날도 이 곳 양평은 아름답다.

그저 자연이 그려낸 아름다운 그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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