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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Nov 07. 2018

Letter from Varkala

바르깔라에서의 일상

아침 7시 전에 일어 나서 해변 산책하기

한국에서는 늦게 뜨이는 눈이 신기하게도 이 곳에서는 당황스러울 만큼 일찍 떠진다.

시차의 영향인지. 그저 고마울 뿐이다.

아침 6시, 6시 반 즈음 눈이 떠지면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무조건 집을 나선다.

잠들어 있던 동네가 조금씩 깨어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좋다.

숙소가 나름 대로변이라 낮에는 오토릭샤 소리가 들리지만 이른 아침 시간에는 더없이 조용하다.

부지런한 현지인들 한 두명 정도가 조깅을 하느라 야자수가 우거진 길을 혼자서 묵묵히 열심히 달리고 있다.

약간은 착잡한 온도를 품고 있는 공기가 팔을 스치는 아침의 느낌이 좋아서,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몸을 재빠르게 일으켜 이렇게 밖으로 나온다.

싱그럽게 깨어나고 있는 아침의 꽃들에 하나하나 지긋이 오랫동안 눈길을 주면서 내가 좋아하는 좁다란 골목길들을 지나면 빠빠나삼 해변에 이른다. 늘 그 자리에서 비슷하거나 조금씩 다른 하루하루를 보낼 것 같은 상인들은 부지런하게도 아침 일찍부터 비질을 하며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보는 이들마다 웃으며 아침 인사를 건네는 게 퍽 정겹다.


아침을 깨우는 커피 한 잔

그렇게 다니다가 이 시간에 가장 먼저 문을 여는 곳에 가서 진한 커피 한 잔을 시킨다.

그래도 아직 7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손님은 나 혼자, 혹은 한 명 정도 외국인이다.

일찍 문을 여는 이 식당은 다행히도 내겐 많은 식당들 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려 주는 곳이다.

진한 커피를 한모금씩 마시다 보면, 몸과 마음이 조금씩 깨어나는 느낌이다.

그렇게 아침 시간의 여유를 부리며 마치 바다를 처음 보는 듯이 한없이 바라 보거나 아침 일기를 끄적끄적 하면 시간은 금새 한 시간 여를 지나 있다.

이제 8시에 시작하는 아침 요가 수업을 들으러 갈 준비를 한다.


아침 요가

바르깔라에서 괜찮다고 하는 요가 클래스들을 알아 두긴 했지만 이제 시즌이 곧 시작하려는 찰나이기도 하고 거리상의 문제도 있기에 홈스테이 주인에게 얘기했더니 흔쾌히 추천해 준 곳이다.

숙소 호스트가 내게 물었었다.

"몸과 동작에 더 집중하는 게 좋아? 아니면 철학적인 부분?"

"동작!"

장기간 트레이닝 코스를 듣는다면 철학적인 부분은 더없이 중요한 부분이겠지만, 당장 굳어진 몸의 깨어남을 느끼고 싶었던 나는 운동으로서의 요가가 당장은 더 필요했다.

그렇게 매일 아침 어김없이 들어 오고 있는 아침 요가 수업이다.

처음에는 바르깔라에서의 일상이 조금은 무료하다고 느껴졌지만, 아침 요가 수업을 듣고 요가가 바르깔라 일상의 중심이 되면서 이 곳 일상이 겉으로는 무료해 보일 지언정 내게는 딱 알맞게 기분 좋은 속도로 흘러 가고 있다.

요가 선생님은 지금의 내게 딱 어울리는 분이다.

남인도인 특유의 태양같은 유쾌함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늘 얼굴에 웃음이 걸려 있는 분이다.

그 웃음은 학생들을 지도할 때면, 학생들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때면 마치 자신의 일인 듯이 행복해 하면서 최고치가 된다.


아침 식사

그렇게 요가 수업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후 땀에 젖은 몸을 깨끗이 씻고, 드디어 아침 식사를 먹는다. 홈스테이 숙소 주인에게 아침을 부탁하거나, 좋아하는 식당으로 나가서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보낸다.

아침의 여유는 언제나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것!


오후 시간 - 멍 때리거나 하고 싶은 것들 하기

오후가 되면 햇살이 너무 강하게 내리쬐어 밖을 돌아다니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게 또 바르깔라의 식당 겸 까페들에게 신세를 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절벽을 따라 일자로 한 편에 늘어선 식당들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이 곳의 점심 시간은 넘어 가고 여행자들이 이 커피 한 잔 혹은 자신의 음료 한 잔을 테이블에 두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 온다.


그야말로 여유의 시간이다.

Afternoon Coffee Break.

누군가는 일기장을 꺼내어 일기를 쓰고 있고, 누군가는 하아얀 노트에 끄적끄적 선을 그으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또 누군가는 노트북을 꺼내 놓고 일을 하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이 여유롭고 화사한 시간을 누리고 있다.

어떤 날은 그저 절벽 위에서 수평선을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아끼는 가까운 식당에 앉아 정면의 바다를 바라 본다. 하지만 어떤 날은 조금 더 새로운 보다 날 것의 바다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절벽 위를 따라 쭉 걸어 본다. 나름 오후의 산책. 나중에 얼굴이 까매져 있는 것은 그 즐거움의 덤과 같은 것.


넘어 가는 해를 하염없이 바라 보기

그러다 보면 또 거짓말같이 중천에 있던 해가 조금씩 수평선 쪽으로 내려 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모든 순간이 아름다운 이 곳이지만 유독 더 예쁘게 다가오는 바르깔라의 일몰 시간이 조금씩 다가 오고 있다.

순간이다! 하늘이 조금씩 노랗게 붉게 물들어 가기 시작하는 것은.

그러면 사람들은 또 약속한 듯이 절벽의 어느 식당 가장 좋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설레는 표정으로 정면을 지긋이 바라 보고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 해넘이를 한껏 느끼기 위해 파도가 바로 발 앞에서 부서지는 해변 앞에 선다.

그 곳에서 보는 해는 열기의 땅, 인도의 해가 맞다.

생명력을 품고 바다로 떨어지는 해는 이 곳이 지닌 모든 에너지를 응축시켜 놓은 듯하다.

해넘이를 끝까지 바라본 후 하늘이 완전히 칠흑같이 까맣게 될 때면 본격적으로 저녁 식사를 시작한다.

또다시 여유의 시간.


저녁 시간 - 홈스테이 주인과 한참 얘기하며 놀다 일찍 잠들기

감사하게도 홈스테이 주인은 남인도인 특유의 여유로움을 천성적으로 가득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서두르거나 조금이라도 급해지는 순간을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이야기보다 상대의 입장과 이야기에 먼저 귀기울여주는 덕분에 주인에게는 어땠을지 모르나, 내게는 더없이 고마운 대화 상대였다. 넘치지 않게 딱 적당할 정도의 느낌으로!

무엇이든지 적당한 것, 적당한 거리감이 가장 좋은 듯하니까. 사람도 관계도! :)

그렇게 놀다가 상쾌한 다음 날을 위해 자리에 일찍 든다. 평소 한국에서의 나라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무엇보다 한국에서 꽤 오래 붙잡고 있게 되던 폰을 자주 보게 되지 않고 그럴 맘도 없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더 가벼워지고 내 몸은 바람직한 패턴을 찾아 가고 있는 듯하다.


이 이외의 나머지 일정들은 조금씩의 변주랄까. :)

내가 원하던 적당한 무게의 여행과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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