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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Oct 10. 2018

드디어 다시 온 인도 바르깔라

여전한 편안함이 있는 이 곳

"내가 사랑하는 라다크의 햇살과 파란 하늘이 나를 정화시키는 듯한 맑음의 햇살이라면, 남인도의 햇살은 나를 그저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만들어 주고 내 안에 머물고 있지만 잠들어 있던 생명력을 깨워 내어 주는 밝음의 햇살이다. 그 남인도를 내 안에 한껏 담으러 가는 길이다."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남인도

7년 만이다.

다시 돌아온 이 곳은 여전히 그대로 아름답고 편안하며 빛나고 있었다.

금방 다시 돌아올 줄 알았던 이 곳에 오랜만에 돌아와 푸르른 아라비아해를 바라 보고 있자니 오히려 너무 새삼스러워 한동안 믿기지가 않았다. 그토록 그리던 곳을 내 눈으로 보고 있다는 걸 최대한 실감하기 위해, 일부러 한참 눈을 감았다가 슬며시 천천히 뜨며 이 곳을 진득히 바라 보고 또 바라 보았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

이 곳은 여전히 내가 본 중 가장 넓은 수평선을 지니고 넓디 넓고 큰 바다를 품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아름다운 절벽도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여전했고,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여행자들에게는 인도에서 보기 힘든 깨끗한 바다와 압도적인 풍광으로 유명한 해변.

인도인들에게는 성스러운 해변으로 알려진 곳.

늘 이런 묘한 어우러짐이 질서 있게 함께하는 곳이 인도이며, 바르깔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원래 인도를 여행할 때에는 숙소를 예약하지 않는다.

하지만 짧은 일정을 지니고 나온 이번에는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굳이 예약을 하고 나왔다. 예약했던 홈스테이의 주인은 내가 본 중, 가장 여유롭고 편안하며 배려 깊은 사람이었다. 혼자 보내고 싶을 때는 혼자의 시간을 보내게끔 배려해 주다가, 가끔 내가 심심할 때쯤 툭툭 말을 적당히 걸어 주는 센스있는 친구여서 홈스테이임에도 생각보다 즐겁게 자유롭게 지내고 있는 중이다.


드디어 아라비아해를 만나러

해질녘에 도착했던 터라, 이튿날 눈을 뜨자마자 오랜만에 도착한 이 곳을 보고 싶어 우선 해변으로 바로 내달린다.

시차의 장점도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3시간 반 늦은 이 곳에서 눈을 뜨니, 무려 아침 6시였으니 말이다.

의도치 않게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이 되어 아무도 없는 동네를 조금씩 깨우며 돌아 다니는 기분이 퍽 좋다.

아직 선선하고 조용한 아침 공기와 함께!

기억이란, 특히 여행 중의 기억이란 미화되기 마련일텐데 이번만큼은 참 예외구나 싶다.

히말라야를 사랑하는 내가 유독 깊은 편안함을 느끼는 이 바다는 여전히 거친 듯 포근하게 다가온다.

저 서방으로, 아프리카로 끝도 없이 이어질 아라비아해이며, 말라바 해안이다.



남인도 햇살이 가득한 골목들을 거닐다

이 아름다운 바다를 눈에 가득 마음에 가득 담고 인사를 나눴으니, 해변 반대편의 현지인들의 동네 골목을 어슬렁 어슬렁 거닐러 가본다. 오후 4시께의 따스하고 부드럽게 산란하는 오후 햇살이 유독 포근하다. 온 동네에 아스라한 온기가 가득한 느낌이다.

조금은 번잡한 비치를 벗어나 조용한 진짜 동네를 거니니, 또다른 느낌의 애정이 이 마을에 솟아나는 느낌이다. 참 편하고 정겹고 아름답다.

그리웠던 남인도의 햇살과 코코넛 야자수, 빛바랜 듯한 노란빛 혹은 색색의 귀여운 집들, 밝고 여유로운 사람들 그 모두가 이 곳에 한데 있었다.

기분 좋게 눈이 부시는 따사로운 오후 햇살을 따라 이곳 저곳 예쁜 집들을 연두빛 초록빛 잎사귀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는 골목 골목을 천천히 걷는 기분이 너무 좋다.

새삼 내가 이 풍경을 참 보고 싶어서 남인도를 떠올렸나 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께랄라의 이국적인 힌두 템플에서 느낀 고요함

어느 해질녘은 이 곳의 로컬 지역에 위치한 템플에 가보고 싶었다.

현지인들이 사는 동네를 걷고 또 걷다 보니 도착했다.

규모는 크지 않은 사원이지만, 먼 곳에서도 일부러 찾아 오는 신성한 곳으로 여겨지는 곳이라고 했다.

가파른 계단을 걸어 입구를 통과하자 평지에 펼쳐진 사원은 너무나 조용하고 편안하며 경건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일순간 느껴지는 고요함에 너무나 기분 좋은 편안함을 느끼며 맨발로 천천히 천천히 걸어 본다. 독특한 남인도 께랄라 전통 건축 양식과 전통 힌두 템플 양식이 낯선 듯 조화롭게 어우러진 풍경이 이국적으로 다가왔다. 넘어가는 해를 등진 사원은 더욱 차분하면서 은은한 빛을 뿜어 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가장 곱디 곱고 정갈한 옷으로 차려 입고 저녁 의식을 올리러 이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중이었다. 여자는 사리를, 남자는 이 곳 도띠를 입고 사원의 벽에 초를 하나하나 켜는 모습이 얼마나 정성스럽고 진지하던지, 그 아름다운 모습을 한참을 멀리서 바라 보았다.


이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경 안의 건강한 구릿빛의 피부와 새까만 머리카락, 빛을 품은 사람들, 이 모든 모습들이 내 눈 앞에서 한 데 어우러지면서 고갱의 그림의 한 장면을 직접 목도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정말로 그랬다. 이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직접 보여 주고 함께 느껴 보고픈 맘이었다.

폴 고갱, < Ia Orana Maria >, 1891
폴 고갱, < Three Tahitians 세 명의 타히티인들 >, 1899

바다 쪽에는 거친 듯 끝도 없이 뻗어 있는 아라비아해와 그 안에는 그 누구보다 밝고 쾌활하고 따뜻한 태양같은 사람들이 살아 가고 있는 곳, 바르깔라.

God's Own Country 라고 불릴 만큼 신이 유독 편애하여 온갖 축복을 다 내린 땅 께랄라주에서도 손꼽히게 아름다운 곳에 무사히 다시 당도하게 된 것이 감사하고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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