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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Nov 28. 2018

남인도에서 요가하다

바르깔라 일상

"내가 사랑하는 라다크의 햇살과 파란 하늘이 나를 정화시키는 듯한 맑음의 햇살이라면,
남인도의 햇살은 나를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만들어 주고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생명력을 깨워 내어 주는 밝음의 햇살이다.
그 남인도를 한껏 담으러 가는 길이다."



남인도의 첫 요가 수업에 들어 가다!

드디어 요가 첫 수업!

역시 예상했던 팬시한 요가 공간이나 요가 선생님은 없었다.

요가 선생님은 40대 정도로 보이지만, 실은 60에 가까운 나이의 인도 남자 선생님이었다. 더없이 편안한 '츄리닝'의 요가복! 그걸 보는 순간 나는 왜이렇게 편안하던지. 우리가 생각하는 팬시한 요가 따위는 이 곳에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세련된 공간에서 서양 선생님과 함께 요가를 하려면, 그것은 굳이 인도가 아니어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나, 잘 찾아 왔구나 싶었다. 2% 정도의 의심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오늘 인원은 3명. 아직 이 곳은 시즌이 시작하기 직전이다. 사실 나는 그래서 더 반갑고 기대되는 수업이었다. 선생님은 나를 처음 보고 10분쯤 지나자마자, 지난 몇 년 간 아주 드물었고 연속적이지 못했던 나의 요가 수업들 중 내가 시도해볼 생각조차 못했던 동작들을 대뜸 할 수 있다며 오늘 해보자고 하신다.

내가 "헉" 놀라자,

"분명히 오늘 수업 끝나기 전까지 성공할 수 있어! 그래서 너도 깜짝 놀라게 될 꺼야." 

라고 얘기한다.


선생님은 딱 한 번에 내 몸의 강점과 약점을 캐치해 내셨다. 그리고 내 몸이 지닌 강점들로 해낼 수 있는 동작들을 거듭 해낼 수 있다고 이끌어 주었다. 동시에 약점은 조금씩 극복할 수 있게 도와 주셨다.

그리고 믿기지 않게도 선생님의 얘기는 모두 현실이 되었다.

한국에서 내가 할 수 있을 꺼라고 시도해볼 생각조차 못했던 동작들을 "할 수 있어!"라는 선생님의 말에 따라서, 깊은 호흡에 따라 조금씩 몸을 더 이완시키거나 몸을 쓰는 각도를 조금씩 바꾸는 등의 노력으로 비슷하게 해가고 있었다. 마치 요가 아사나 사진들 속 그들처럼 조금씩.



스스로에 대한 믿음의 부족, 그리고 두려움

딱 하나, 바로 그 날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동작 한 가지가 있었다.

선생님은 바로 알아 보셨다. 그 이유를!

스스로 할 수 없을 꺼라고 생각하는 나의 마음. 그리고 그 동작을 할 때 허공에서 무게를 잡지 못할 그 느낌에 대한 두려움. 그것들이 나를 가리고 있다고.

"그거 니가 정말 쉽게 할 수 있는 동작이야!"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만 아니면  내가 쉽게 해낼 동작들이라고!



순간 우리의 매사가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랬다. 나는 평소 하고 싶어하는 것도 많고 해보고 싶어하는 것들이 머리 속에 늘 맴도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결국 나는 제 풀에 쓰러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내가 그걸 과연 할 수 있을까?"

"내가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까?"

"내가 이걸 해내기에 충분한 능력과 경험을 갖고 있는 걸까?"

"괜히 시도했다가 부족함만 드러내고 창피만 당하는 것이 아닐까?"

이 수많은 생각들로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많은 시도들을 흘려 보내고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제 풀에 쓰러지기가 수차례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나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던 지난 몇몇의 일들에 대한 후회를 지금도 이따금 하고 있다는 것. 그 때 정말 했어야 했던 일이라는 후회.

아주 단순히 생각해 보면 나 조차도 내 자신을 못 믿어 주는데, 누가 나를 믿어줄 것이며 이 일에 되게끔 도와줄 수 있을까?

때로는 머리로 단순하게 정리되는 일을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우리가 믿는 일은 어떻게든 된다. 하지만 되지 않는 일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부분 우리 자신으로부터 기인하는 것들도 참 많다. 이럴 때면 나를 있는 그대로 응원해 주고 진심으로 확신을 갖고 이끌어 줄 수 있는 내 편인 긍정적인 좋은 사람들이 꼭 필요한 것 같다. 나의 바르깔라 요가 선생님처럼.

그리고 어느 순간에 나를 믿어 주는 내 편이 완벽하게 나 자신이 된다면, 그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나의 몸과 친해져 가고 이해해 가는 순간 순간들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동작 하나하나를 발전시켜 나가는 느낌, 움직임을 주거나 바꿀 때마다 내 몸의 어느 부분에 힘이 들어 가는지, 이완되는지 등등을 살펴 가는 것은 생각보다 큰 즐거움이었다.


우리의 강점과 약점은 모두 다르다

사람의 몸은 모두 다 다르게 생겼다. 어떤 사람은 허리가 더 유연하고 어떤 사람은 등의 윗부분이 더 유연하다. 어떤 사람은 다리가 길고 또 어떤 사람은 다리가 유독 짧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의 몸이 지닌 강점과 약점 역시 다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그 간단한 사실을 쉽게 잊어 버릴 때가 많은 것 같다.


나의 경우가 딱 그랬다. 나는 유연하지 않고 요가를 지속적으로 수련해 오지는 못했지만 놓지 않고 해온 경험은 있었다. 어느 날 우리 수업에 요가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는 친구가 함께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다른 사람은(그 중의 한 명이 나) 몇 달이 걸릴 아사나를 척척 해내는 것이다. 허리도 어쩌면 그렇게 유연한지! 심지어 비기너로서 쉽지 않은 핸드 스탠드까지 척척 해낼 정도였다. 너무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순간 내가 초라해 보였던 것은 왜일까. 그녀는 선천적으로 유연함을 타고 난 듯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선생님에게

"그녀는 정말 유연해요. 대단한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선생님은 바로,

"그녀가 유연하다고??!! No!!!"

이러신다.


‘응??’ 이건 또 무슨 얘기인가 싶었다.

내가 어제 두 눈으로 봤는데??!!

그렇게 허리가 바로 숙여지고 접혀지고 거의 아크로바틱한 요가 아사나까지 해내는 걸 봤는데??!!!

‘그녀는 단지 허리만 유연할 뿐이야!’ 그러신다.


아차! 그런 거구나.

그런데 마치 그녀가 나와 비교해서 모든 부분에서 뛰어 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니, 그녀가 모든 동작들을 다 잘 해낸다 하더라도 그것이 도대체 나와 무슨 상관인가?

그리고 잠시 내 자신이 아니라 밖과 다른 사람을 보고 스스로를 비교했던 내가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나는 정말 부끄러웠다. 담담한 척 나의 동작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듯해 보였겠지만, 사실 나는 그렇게 남을 보고 의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각자가 가진 강점과 약점이 다른 것이고, 나의 몸을 조금씩 더 이해하고 친해지고 있으면 충분한 것인데. 내 기준에서 조금씩이라도 더 발전하고 있으면 되는 것인데!


그리고 다음 날 보니, 선생님의 말이 정말 이해되었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오히려 내가 너무 쉽게 하는 동작을 그녀가 정말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녀가 헤매고 어려워 하는 동작이 내겐 너무 쉬운 동작이라, 내겐 그녀의 모습이 낯설 만큼 신기하게 다가왔다.


모든 것이 우리의 생활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강점과 약점은 모두 다른 것인데. 아니, 애초부터 어떤 것을 잘 해야만 한다는 그런 기준 자체가 없는 것인데. 느리게 느리게 꾸준히 즐기면서 가야 할 요가에서조차 나는 내려 놓지 못한 욕심을 어느새 부리고 있었나 보다.


나에게 집중하기


나는 그렇게 다시 나로 돌아 왔다. 나의 몸의 움직임에 더 집중하고 그것에만 반응하게 되었다. 밖으로 돌려서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었던 나의 시선을 나에게로 돌렸다. 오늘은 나의 움직임이 어떤지, 나의 다리 뒤쪽이 평소보다 조금 더 편안하게 이완되고 있는지, 나의 마음이 산란하거나 복잡하지는 않은지. 조금씩 더 깊게 깊게 들여다 보고 살펴 보면서,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알아 주고 이해해 주면서, 조금씩 스스로 나의 몸과 마음을 이끌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침 시간이 생기와 활기로 채워지고 나 자신과 만나는 싱그러운 시간들로 채워지면서, 그것은 내가 이 곳 바르깔라에서 하루를 기쁨에 넘치게 채워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그래도 어느 날은 오후 4시에 있는 수업까지 꼭 들어야지 하고 마음으로 욕심을 내어 보기도 한다.

그런데 흠.. 그건 조금 무리인 듯하더라.


그렇게 이번 겨울에는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요가 강사 코스를 듣고 싶다.

한 달 동안 이 곳에서 제공하는 숙소에서 먹고 자고 하며 하루를 요가와 관련된 시간들로 모두 채워 가면서 집중해서 수련해 보고 싶다. 왠지 매우 즐겁게 그 시간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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