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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Oct 21. 2017

SECMOL - <세 얼간이> 란초의 학교

# <세 얼간이> 의 모티프가 된 그 곳,

SECMOL

앞선 <세 얼간이>라는 영화의 결말이 참 흥미롭다.

그렇게 강압적인 교육 제도와 부모님의 기대의 희생물이 된 것 같던 세 주인공은 각자 자신의 마음을 따르기로 다짐한다. 그렇게 한 친구인 파르한은 어릴 때 진지하게 갈망하며 자신의 머리 맡에 사진을 붙여 둔 것처럼 야생 동물을 찍은 사진작가가 되었고, 또다른 친구는 라주도 원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이 둘을 거의 선동했다시피 했다고 할 수 있는 가장 자유롭고 열린 영혼의 소유자인 란초는 그럼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영화의 중간 쯤에 갑자기 사라진다. 한동안 영화에서 모습을 감췄던 그는 결말 즈음에서 인도 북쪽 히말라야 쪽에서 그가 진정으로 꿈꾸는 교육을 하고 가르치는 자신만의 학교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랬기에 마지막 장면에서 란초와 그의 사랑이었던 피아가 만나는 장면이 라다크 판공초에서 촬영되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이 영화의 모티프 자체도 그렇지만 결말도 그렇게 허구는 아닌 듯하다.


# 진짜 란초의 학교를 찾아서!


사실 나는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아니, 그렇게 멋지게 자신의 삶을 살아 가고 있는 사람이 이미 이 현대의 인도 사회 안에서 존재하고 있다고?

그런데, 정말 사실이었다.

왕축은 이제 거의 50대에 접어 든 라다크 출신의 너무나 비상하고 똑똑한 선구자적인 사람이다.

아마도 여자 주인공인 피아는 미국 출신의 여성 엘리자베스일 것이다. 현식 속의 그녀는 하버드 출신의 매우 영민하고 똑똑한 여성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던 건, 레에서 6년 가까이 한국 식당을 운영했던 여주인 언니로 부터였다. 그녀는 20대 때에 인도로 공부를 하러 왔고, 같은 반 동기로 라다크 출신의 남편을 만났다고 한다. 그렇게 그들은 라다크로 이주했고 레에서 한국 식당을 그렇게 오랜 기간 운영하면서 이곳 라다크에서 겨울까지 나면서 현지 라다크인과 똑같은 생활을 해왔다고 했다. 6년 동안 딱 현지 라다크인이었던 것! 그러다가 한국으로 돌아가 자리를 잡은 현재, 한 달간 처음으로 긴 휴가를 온 그녀였다.


마침 레에서 마날리로 돌아 가는 육로가 막혀서 마날리로 내려 가는 일정이 기약 없이 지체되어 나는 그리운 한국 음식과 음료와 함께 네팔에서 만났던 시인 선생님의 꼴까따 봉사 여행기를 몇 번이고 읽고 있었다. 심지어 식당에 꽂혀 있던 가이드북까지 정독하고 있던 중이었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나에게 그녀가 얘기했다.

“우리 거기 갈래요? 안 그래도 궁금하던 차였고, 우리 가족도 잠깐이라도 다른 곳에 갔다 와보고 싶은데!”

세상에 이런 행운이!

위치를 찾아 보고서는, 혼자서 가기는 힘든 곳에 있고 숙소 사정도 여의치 않을 것 같아서 아쉬운 눈물을 머금고 이 곳을 방문해 보고 싶던 마음을 내려 놓고 있었던 참이었다.


다와에게도 혹시 이 곳을 아느냐고 평소 물었을 때,

“거기를 어떻게 알아? 정말 멋진 일들을 많이 하고 있는 훌륭한 곳이야.

나도 가끔 라다크 농작물 경작에 대해서 강의해 주러 그곳에 가. 그런데 거기에 왕축이 지금 있을지 모르겠다.”

라고 얘기하면서 이 곳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한국식당 전 여주인은 사실 이 단체를 예전에 EBS에서 취재한 적이 있는데, 이 부부가 실제적으로 취재를 돕고 프로그램에도 약간 출연했었다고 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을 수 있나.

냉큼 가겠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기회였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 나는 그녀의 집으로 갔고 대절한 지프를 타고 아침에 SEC를 향해서 출발했다.

SEC는 SECMOL을 편의상 줄여서 말하는 것이었다.


SECMOL = Students Educational Cultural Movement of Ladakh


약간 한적한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우리였지만, 이미 교육적인 측면에서 너무나 유명해진 이 곳이었기에 SEC를 연구하고 탐방하기 위한 인도 관계자들이 이것저것 학교의 스탭에게 물어 보고 있었다. 너무나 궁금하고 만나보고 싶었던 왕축은 지금은 없고 잠시 다른 곳에 있다고 했다. 부부의 말에 따르면 정말 정말 진정으로 멋지고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냥 보기만 해도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고.


너무나 이상적인 곳이었다. 한 눈에 봐도.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곳은 라다크의 전통 문화를 지켜 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라다크 어린이들이 배우는 인도 교과서는 사실 그들 라다키들의 전통적인 면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자체적으로 라다크 옷을 입고 라다크식 전통 주방에서 음식을 씻고 준비하고 불을 때면서 요리하는 그들의 그림을 담은 책을 만들었다.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호호 할머니를 그린 듯한 그 모습이 그렇게 친근할 수가 없었다.


100% 태양열로 에너지를 생산한다고 한다
1년 내내 농작물을 자급자족하고, 학생들이 이를 직접 주체적으로 관리한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것에서 인공적인 것은 배제한다. 전기도 그들이 직접 고안해낸 방식으로 태양열을 통해서 100% 발전시키고, 농작물이나 경작물도 모두 자급자족을 구현하고 있었다.

당연히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이를 관리하는 것은 주체적인 학생들의 몫이었다.

SECMOL의 모든 것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또 이건 무언지... :)


학생들은 모두 자신이 해야 하는 일들 – 작물 관리, 청소 등등 – 이 정해져 있고 한 두 달에 한 번씩 다른 일로 바뀐다.

특히 이 부분은 책임감과 자립성을 중요시 하는 SEC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모든 활동은 철저하게 학생들에게 나누어져 있고,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SECMOL에서의 친근한 점심 시간

같은 가치관을 갖고 생활해 가는 공동체나 자급자족을 하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을 충당할 수 있는 자급자족 공동체, 혹은 대안적인 교육에도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아름다운 라다크 안에서의 또 하나의 아름다운 움직임처럼 다가왔다.

무엇보다 이들 라다크의 고유한 전통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 나가려고 하는 힘!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책임을 지는 능력!

과학적인 실험과 호기심을 장려하는 분위기!

이 모든 것들이 내게 매력적이고 가치있게 다가 왔던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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