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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Oct 17. 2017

쿤상과 다와 (2)

인도 라다크, 내가 사랑하는 곳에서 지낸 시간들

나는 한국에서 어쩔 수 없이 결혼 적령기 혹은 이를 살짝 넘어 가고 있는 나이 대의 여자였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시기였다. 결혼을 갈망하지는 않으나 결혼 생활이란 어떤 것인지 20년 가까이 너무나 현명하게 이 생활을 이어 오고 있는 듯한 그녀에게 꼭 물어 보고 싶었다. 너무 내 나이대에맞는 상투적인 질문으로 보이지 않을까 주저하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쿤상, 결혼 꼭 해야 하는 거에요? 결혼하면 어때요? 정말 행복해졌나요?”

결혼에 대한 나의 관점을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면서, 나는 결혼을 하면 어떤 느낌인지 현실은 어떤 것인지 등 평소 궁금한 점들을 물었다.

그녀는 너무나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에.ㅎㅎ

“지은, 몇 살이지 지금?"

그녀가 나의 나이를 물었다.

그런데 정말 의외의 말들을 그녀가 들려 주기 시작했다.




# 독립적이었던 그녀, 쿤상


“나는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 원래.

혼자 살아야지라고 늘 생각했었고,

결혼할 나이대가 되었을 때에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어.”


나는 이런 말을 라다키 여성으로부터 듣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아니, 이런 생각이 다른 곳도 아닌 라다크라는 곳에서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생각이 한동안 지켜지고 존중될 수 있었는지 너무 궁금하고 신기했다.

심지어 그녀는 장녀였던 것이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철이 들 무렵부터 얘기했다고 한다.

라다크에서는 장녀의 이러한 선언이 특히나 중요한 이유가 있다.

라다크의 결혼식 복장을 보면, 여성은 라다키 전통 복장과 함께 전통 양식의 관을 머리에 쓴다.

이것은 세대를 걸쳐서 전해지는 것이다.

외할머니가 장녀인 딸에게, 그러니까 쿤상의 어머니에게, 그리고 이것은 장녀인 쿤상에게 전해져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녀에 앞서서 둘째 여동생이 먼저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녀는 이 관을 지켰다고 한다.

결혼식을 올리는 동안에만 빌려 주는 것으로.

쿤상이 소담스럽게 가꾼 들꽃들. 자연스러움이 아름다운 그녀같다.

그리고 이후에 너무나 아름다운 결혼식 사진에서 그녀는 자랑스럽게 이 관을 쓰고 있었다.

앳되고 어린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뭐랄까. 한 여성의 일생 이런 것이 눈앞에 그려 진다고 해야 하나?

참 어여쁘고 아름다운 인생 같아 보였다.다른 것보다 지금 그녀의 얼굴과 미소, 그리고 그녀의 따뜻한 태도가 그녀의 삶이 어떠했을지 말해주고 있었다.

모두에게는 당연히 주어진 일정량의 고통과 아픔, 시련이 있다.

그걸 무시하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그녀는 참 아름답게 살고 있는 복된 사람일것 같은 고귀한 느낌이 들었다.


# 쿤상이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


그랬던 그녀가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일까?

아니, 어떻게 일생의 남자를 만나게 된 것일까?

나는 궁금해서 질문을 계속해서 이어 갔다.

“사실 수많은 남자들을 소개 받았었어. 모두 다 거절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

시간이 조금 지나서 오빠가 아는 분이 Dawa의 집안 사람이었고 그를 넌지시 소개시켜줬어.”

사실 이 때도 쿤상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고 한다.

이 둘의 결혼이 이루어진 것은 전적으로 다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인 듯햇다.ㅎㅎ

우리의 다와!!!

의외의 면모의 연속이다. 장난끼 뒤에 박력 있는 남자다운 모습이 있나 보다.

둘은 이후 라다크에서는 예외적으로 한동안 친한 친구처럼 지낸 듯했다.

쿤상이 결혼에 대해서 아예 맘을 닫고 있었으니 다와는 별 수 없었을 것 같다.

그렇게 좋은 친구 같은 사이를 지속하면서 자주 보다 보니, 어느새 쿤상도 정이 들긴 했나보다.

그렇게 어느 순간 그녀의 맘에 역시 그가 자연스럽게 들어 온 듯했다.

당시 그녀는 27살이었던 듯하다.

이미 라다크의 기준에서는 매우 늦은 나이였는데, 어쩌다 보니 1년 이상 결혼식이 더 늦어지게 된 이유가 있었다.

"결혼식을 하려고하는데, 내 외할머니가 돌아 가셨어. 집안에 상이 있으면 결혼은 최소 1년 이후로 미뤄져야 하거든. 그러다 보니, 결혼식이 지체되었는데 다와가 그 시간도 쉽게 기다리지 못했어. 쿄쿄쿄쿄! 다와가 나를 정말 좋아했고 이제 그는 빨리 결혼을 하고 싶어 했었거든.”

그렇게 둘은 결국 결혼을 했고, 이렇게 어여쁜 가정을 일구고 살아 가고 있는 것이다.

그 행복한 모습을 지금의 내가 보고 있는 것이고. :)


# 여전히 자유로운 그녀, 쿤상


한국에서도 여자로서는 가득 찬 나이이기에, 라다크에서는 더 그러려니 싶어서,

“이렇게 혼자 여행해도 되는 걸까요?”

라고 장난스레 물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또다시 의외로 이렇게 얘기했다


“무조건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즐겨!

그렇게 늦은 나이가 절대 아니야!

혼자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지금 뿐일 테니, 최대한으로 누리렴.

You should enjoy now and do everything that you want to do!”


역시 쿤상다운 쿨하고 힘되는 말이었다!ㅎㅎㅎ


반전의 연속인 그녀였다.

역시 자유로운 영혼의 본성은 그녀 안에 그대로 숨쉬고 있나 보다.

아름답고 긍정적인 사람은 옆에 있는 사람마저 그렇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나는 그녀의 긍정적이고 따뜻하며 유쾌한 면을 너무나 배우고 닮고 싶다.그녀처럼 조금 더 나이가 들었을 때, 행복한 미소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자기만의 중심을 잘 갖고 살아 가고 있는 멋진 사람이고 싶다.

나아가 나의 행복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마저 그렇게 따스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바로 내가 쿤상의 옆에서 그렇게 느꼈던 것처럼.

진심으로 닮아 가고 싶은 사람을 만나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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