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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Nov 12. 2017

티베트인들의 마을에서 함께

인도 맥글로드 간즈에서 

Rogpa! - 친구, 함께 도우면서 걸어가는 사람!

 

내가 여행을 떠나도록 만들었던 또 다른 큰 이유가 하나 있었다. 주어진 시간 동안에 그동안 내가 꼭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다 해보고 싶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봉사였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티베트 사람들을 도우면서 보다 내 시야를 내가 모르는 곳으로 더욱 넓히고 싶다는 바람이 늘 있었다.


나는 여행이 이왕이면 그 동안 머물러 있던 나의 시야를 더욱 넓힐 수 있는 시간이자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여행 전,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곳. 사직동 그 가게! 

심지어 그 곳이 인도 맥글로드 간즈에 있는 티베트 봉사 단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소개글을 보게 되었다.

바로 이거다! 싶어서 마침 예정되어 있다고 하는 이 곳의 바자회 같은 잔치에 가서 무작정 이 곳을 만들었다는 담당자를 찾았다. 마침 인도에서 이 단체를 만든 분이 넘어와서 있는 상태였고, 나는 궁금한 마음에 이것저것 물어 보았다.


그로부터 6개월 후, 나는 네팔을 거쳐 인도의 그 곳에 정말 있게 되었다. 

그 곳에서 직접 일을 해보고 싶어 찾아 갔던 것이다.

모든 것은 어쩌면 작은 우연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시작된 작은 인연들이 어쩔 때에는 나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리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짧은 나의 시간들로부터 조금씩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신기한 우연과 인연의 흐름들이란.


티베트 아이들과 함께 하다

티베트는 부부의 맞벌이가 아니면 생활을 유지해 나가기 힘든 곳이다. 그렇기에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일터까지 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록빠의 탁아소가 생긴 이후 이 곳의 부부 혹은 엄마는 아이를 안심하고 맡기고 생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아직 두 세살 정도 되었을 이 아이들이 얼마나 예뻤던지. 그 예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그란 눈과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 볼 때면 마음이 다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라와 언어를 초월해서 이들과 한걸음씩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너무도 생경하고 설레는 경험이었다. 그것도 한국에서 몇 만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을 것 같은 이 히말라야 산자락의 작은 마을에서 말이다. 


나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온 이후의 시간을 함께 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그저 아이들이었다. 국적을 초월해서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함을 갖고 있고, 시끄러울 때는 더없이 시끄러울 수 있는 아이들! 함께 색칠 놀이도 하고 그들이 좋아할 만한 애니메이션을 틀어 주기도 하며, 20분 정도 로컬 버스를 타고 내려가서 계곡으로 하루 종일 소풍을 다녀 오기도 한다. 나는 아이들과 놀아 주는 데에 그렇게 타고난 사람은 아니지만, 이 아이들은 유난히 귀여워서 볼 때 마다 그만 얼굴에 미소를 활짝 짓고 만다. 이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금도 멀리서나마 볼 수 있는데 그저 그 모습에 기쁠 뿐이다.


이 곳에서 가장 아늑한 까페에서 일하다

7평 남짓의 조그맣지만 너무나 따뜻한 벽면의 색감과 함께 온기가 가득 느껴 지는 곳이었다. 록빠에서 운영하는 맥글로드 간즈의 까페이다. 게다가 이 곳 맥간에서는 나름 ‘감각있는’ 까페인 데다가 좋은 목적으로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하는 곳이었기에 개념 있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그나저나 지금도 이 곳의 아늑하고 따스한 분위기가 떠오른다. 내가 좋아하는 인도의 빛바랜 느낌의 따스하고 연한 노란색의 벽과 낮은 천장이 이 곳만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나는 주중 아침 8시에 이 곳의 문을 열고 하루의 시작을 준비했다. 6월 말이었던 이 곳에는 몬순의 영향으로 조금씩 비가 오는 경우가 있었고, 그런 순간에 이 공간은 가장 머물기 좋은 편안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부지런한 여행자들은 문을 열자마자 간단한 무슬리나 베이커리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찾아 들어 오는 경우가 꽤 있었다. 이 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맥글로드 간즈만이 지닌 따스한 분위기와 아늑한 품을 찾아 들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로 요가를 배우거나 티베트 불교를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조용한 자신의 시간을 찾아 오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이 까페의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 이 곳에 모여 드는 사람들은 이 까페만큼이나 따뜻하고 선한 사람들이었다. 봉사를 한다지만, 나는 되려 그들로부터 그런 선한 에너지를 받아 하루를 충만하게 채워 갔다.

배운 대로 프렌치프레스 커피를 내리거나 카푸치노를 위해 우유 거품을 내어 이 곳의 푸르스름한 도자기 컵에 그들의 모닝 커피를 내어 준다. 어제 구운 건강하고 맛있는 케익들을 원할 때면 한 조각 덜어서 따스한 느낌의 접시에 담아 대접한다. 그러면서 기분 좋은 대화가 나와 그들 사이에 오고 간다.


그냥 이 소소함만으로, 따스함만으로 크게 욕심내지 않고 행복이라는 느낌을 가슴 안에 따스하게 꺼지지 않게 품고서 지내갈 수 있겠다, 아니 지내 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든 당시의 하루하루였다.



사실 지금도 이러한 글을 쓰는 게 머뭇거려진다. 적당히 정보형으로 요약형으로 지나간 시간을 써갈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느꼈던 여행하던 순간의 느낌, 그 소중한 한 순간 한 순간을 다 그려 내고 당시의 나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어떻게 흘러갔었는지를 모두 표현할 수 있을까? 그 당시의 나의 마음이 인도의 북쪽 가장 끝자락, 여행자들은 가지도 않을 곳까지 흘러 다니고, 얼마나 계속해서 감사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나의 걸음을 끝없이 이 세상 끝까지 내딛고 싶었는지, 순간 순간이 이끌어 주는 대로의 신비를 기대했던 그 설레는 마음의 조각들을 과연 표현해낼 수 있을까? 

그러자면 나는 지금 내가 있는 이 공간과 시간의 끈을 끊고 설레게 내달리던 그 순간으로 뛰어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면 나의 두근거리고 설레는 이 그리움과 마음을 다잡기 힘들 것 같아, 지금 나의 이 곳에서 두 발 딛기 위해 노력하기 위해 애써 담담한 척 기록하고 있는 나를 보며 약간의 괴리감을 느끼고 있는 순간이라는 것을 부끄러운 듯 고백해 본다. 

문득 나의 소중하고 아끼고 싶은 순간 순간들이 떠올라서 풀어본 마음의 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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