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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Nov 12. 2017

이 곳에서 만난 사람들

맥글로드 간즈에서

그 곳에서 만난 S 

S는 록빠 까페에서 만나게 된 매니저였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밖에 없어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친해질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엄밀히 말하자면 티베트계 인도인이었다. 그녀가 태어난 곳은 인도 히말라야 자락의 또 다른 산간 마을 안도라고 했다. 인도 여행을 꽤 하고 이 나라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나조차 어디에 있는지 아리송한 지역이었다. 

그녀에게는 다른 어떤 티베트계 여성보다도 더욱 두드러지는 점이 있었는데, 바로 그녀 특유의 당당함과 적극성이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듯했다. 그녀는 인도에서는 흔치 않게 이혼을 한 싱글맘이었고, 자신의 7살 딸 아이를 위해서 더욱 힘을 내서 살아 가자고 다짐한 멋진 여성이었던 것이다. 그 때의 인연으로 지금까지도 자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주고 받는 그녀와 나. 여행으로 이런 인연을 얻을 수 있고 지속해갈 수 있는 친구를 얻는다는 것은 단연 여행의 가장 큰 행복이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 가는 삶을 통해 내게 영감을 준 특별한 사람 중의 한 명이 되었다.


그리고 몇 년 뒤, 그녀는 늘 얘기하던 것처럼 그녀만의 베이커리 가게를 정말로 오픈했다. 역시 내가 아는 그녀다웠다. 진심으로 그녀가 대단해 보였고 멋져 보였다. 나는 그녀가 지금처럼 해왔듯이 그녀만의 씩씩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면서, 그녀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R! Free Tibet!

그리고 이 까페에는 현재는 중국령인 티베트 본토로부터 건너 온 매니저 친구 한 명이 있었다.

정말 책에서나 볼 법한 얘기를 그로부터 직접 들었다. 티베트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쓴 어떤 책에서 이런 구절을 본 적이 있다. 이들은 중국의 탄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라이라마를 향한 염원 하나만 간직하고서 자신들의 심장이 밖으로 튀어 나올 정도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중국 군인들의 매서운 눈길과 감시를 피해서 세상에서 가장 험한 히말라야의 티베트 고원을 그것도 일부러 그 추운 겨울을 틈타서 넘어 온다는 것이다. 사실 그 곳을 성공적으로 건너는 사람들이 드물 만큼 목숨을 걸고 넘어 오는 그런 곳이었다. 고원에 이미 적응된 신체를 갖고 태어난 그들임에도 실제로 고산병으로 목숨을 잃기도 하는 그런 험한 곳을 넘는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다. 그들이 마침내 마음과 정신적인 안식을 느낄 수 있는 곳이 티베트 고원을 넘어 와서 당도하는 첫 타국 네팔인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성공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이들 조차도 이후에 이 시간을 악몽으로 기억하는 트라우마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한다.


이 곳에서 너무나 평안한 얼굴로 항상 웃음을 띈 얼굴로 일을 하는 남자 매니저 역시 그런 시간을 거쳐서 티베트 본토에서 네팔로 넘어온 경우였다. 어느 조용한 오후에 우리는 대화를 나눌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가 그 때의 얘기를 살짝 꺼내면서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몸서리를 치는 모습을 보일 때, 그가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거쳐서 지금의 평온한 시간에 이르렀을지 상상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티베트에서의 일이 떠오른다.

매서운 칼바람과 눈발이 온 티베트 고원을 뒤덮고 있던 그 1월 초의 이야기가.


다른 것보다 나는 그저 이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텅 빈 마음을 지니고 꿈과 희망을 놓은 채로 지내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과 자부심으로 자신들의 삶을 원래의 그들답게 주체적으로 일구어 나갈 수 있는 그런 당연하고도 평범한 삶을 회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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