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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l 26. 2017

판공초의 아침

판공초의 아침


아침에 일어 나서 아무도 없는 듯한 판공초를 느껴 보고 싶었다. 

아침 6시 무렵 눈을 떠서 홀로 밖으로 산책을 나갔다. 

더없이 푸르른 하늘과 외계의 어디쯤 같은 풍경이 나를 맞아 주고 있었다. 

끼룩끼룩 나는 갈매기까지 지저귀면서 상쾌함을 더해준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다. 그래도 이 곳이 4200m에 있는 호수인데! 

이 곳이 새삼 더욱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도대체 이 곳은 어디이며, 나는 도대체 이 지구상에서 어디쯤 와 있는 건가 싶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풍경을 한 이 곳에 와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새삼 내 자신의 여정이 좀 멋지다고 대견하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처음에 그 한 발자국을 떼지 않았더라면 과연 나는 이 멋진 풍경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두려움 따위가 처음에 있지도 않았고 내겐 너무나 설레었던 당연한 여정의 시작이었지만, 그 여행의 첫 시작을 가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가슴 벅찬 광경이었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맑은 곳일 것만 같은 곳이었다. 

내 생각을 가리고 어지럽히는 것 조차 없고, 그저 가장 신선한 바람이 선선히 불어 오고 그 안에서 가장 맑고 가볍게 산책을 하는 나만이 있었다.

푸르게 잔디가 깔린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하늘을 한없이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명상을 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 

너무나 예쁘고 맑게 지저귀는 새소리에 더해서 더없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한없이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홀로 외딴 곳에서 현지인들과 섞여서 여행하고 싶어 하던 나는 누브라 밸리로 끝도 없이 버스를 타고 들어 가서 일주일 정도 머물고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하던 적이 있었다. 이 곳에서 가능하다면 그렇게 머물러 보고 싶다는 생각이 솟아 오르다가, 그래도 사람도 없고 어디도 갈 수 없는 횡한 지리적 특성으로 너무 심심하겠다며 아쉽게 발길을 돌린다.




< 세 얼간이 > 의 판공초에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도 가끔 그렇게 스스로에게 얘기해 줘야 하지 않을까?

Aal izz well! 

All is well!!

모든 것은 괜찮을 꺼라고.

모두 좋은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음.. 이건 어떨까?

우리는 당연히 삶을 어렵고 고통의 연속이며 힘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전제한다. 그 편이 더 편하니까. 

하지만 누군가는 ‘삶이 무언가 힘들게 느껴지고 있다면, 지금 무언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조금 더 가볍게, 쉽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자신의 행복에 조금 더 무게를 실어 주면서. 

이제 양심의 가책은 조금 덜어 내고서 말이다. 더없이 행복한 것에 마음을 불편하게 갖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원래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이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세 얼간이의 영화에서처럼, 모두가 똑같이 정해진 삶의 방식을 따라서 똑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대신 이번 여행에서 만나진 우리가 자신의 삶 안에서 차라리 세 얼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이렇게 자신의 안전선 안에서 스스로를 찾기 위해서 멋진 여정을 떠나온 우리 자체가 이미 멋진 세 얼간이가 아닐까 하고.


모두가 자신만의 빛깔을 따라서 멋지게 펼쳐 나갈 ‘the only one’의 삶을 응원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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