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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l 26. 2017

인도 라다크 판공초

" All is Well! "  차라리 세 얼간이가 되자! :)

'Aal izz well! 모든 것은 잘 될 꺼야!'


내 가슴에 손을 얹고 나의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고 다스려 준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따뜻한 목소리로 속삭이면서.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듯한 말이다.


2008년 인도에서 개봉한 영화 중 예외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영화가 있다.

< 세 얼간이 > ! 

우리 나라에서도 전례 없이 인도 영화 중에서 너무나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인도는 우리 나라 이상의 교육열과 그로 인한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엄청난 곳이다. 가족과 부모님의 영향력이 매우 큰 곳인지라, 아이들이 애초에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그들의 적성을 따라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자율성을 크게 가질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그런 인도의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교육 제도를 비판하면서도 이를 너무나 위트 있고 사랑스럽게 표현했던 영화가 바로 < 세 얼간이 Three Idiots > 이다. 내가 좋아해 마지 않는 아미르 칸의 사회 의식과 멋진 연기의 정점을 찍은 영화라고나 할까.

결과적으로 이들은 결코 얼간이가 아니었다.

실은 자신과 자신의 삶에 가장 충실한 용기있는 Hero였을 뿐! :)

새로운 삶을 향해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을 모두 주체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인물은 왕축으로 분한 아미르 칸이었다. 그랬던 그가 인도 북부 어느 지역에 자신이 원하던 멋진 꿈의 학교를 세우고 그동안 연락을 끊고 지냈던 연인과 볼리우드 영화답게 더없이 드라마틱하게 재회하는 마지막 장면이 바로 라다크의 가장 높은 호수인 판공초에서 촬영되었던 것이다.

그 덕에 이 곳은 어느새 세 얼간이를 기억하며 방문하는 인도 현지인들과 각국 특히 한국 여행자들로 무척이나 유명한 여행지가 되었다.


그나저나,

< 세 얼간이 > 에서의 아미르 칸은 잘 키워 놓은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고 구원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적절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의 흥행력을 선한 영향력으로 충분히 활용하는 케이스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는 유난히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가진 영화들을 직접 제작하고 그 작품에 출연한다.

가장 좋은 예는 < PK (별에서 온 얼간이) >가 아닐까.

인도 사회는 종교적인 면에 있어서 혁신이나 변화를 이루어 낸다는 생각을 쉽사리 하지 못할 정도로 힌두교가몇 천 년에 걸친 시간 동안 인도 사회의 깊은 곳까지 스며 들어서 종교뿐만 아니라 생활 방식, 철학이 되어 인도인들의 삶을 철저하게 지배하고 있다. 물론 그 안에는 폐단과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면들이 수없이 존재하고 있으나, 이런 뿌리깊은 종교에 반한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의 삶의 근간을 통째로 뒤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힌두교는 불교, 기독교와 같은 종교의 형태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고대 사회의 애니미즘, 토테미즘 등을 여전히 포괄하고 있는 고대 원시종교 형태로 남아 있지 않은가?

이런 사회에서 그가 인도에서 내부의 목소리를 통해 힌두교의 부패와 종교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는 것은 인도 기득권층에서 볼 때에는 통탄할 노릇일 수도 있으나 일어날 수 없을 만큼 더없이 혁신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도 판공초로 향했다.

2015년에 라다크를 방문했을 때 느껴지는 판공초는 이미 너무 흔한 여행지가 되어 버린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적어도 2011년에 방문했었던 판공초는 무언가 미지의 오지로 향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우리만이 아는 듯한 곳인 것처럼.

당시 우리는 거의 최초로 여행자들이 향할 수 있는 최고 지점을 넘어 서서 가장 중국 국경 쪽에 가까운 마을까지 들어가 보기로 여행사와 얘기를 해뒀다. 메락이라고 하는, 현지인의 집 한 두 채 정도 있는 지점이라고 한다.

그 설레임이라니! 우리의 의지대로 끌고 가는 여행.

‘세상에 너무 아름답다. 진짜 멋지다!!’

끝없는 탄성이 이어진다.

‘내가 카라코람 다녀와 봤는데, 여기가 백배는 더 멋진 것 같아! 여기가 최고네!’

예의 자신을 드러내는 사진작가 친구가 얘기한다. 뭐, 적어도 이 곳이 얼마나 멋진지 인증해 줬으니 고맙다. :)

그 말을 듣고 보니 이 곳이 더욱 사랑스러워진다. 그 길목에서 보는 풍경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했다.




이 곳의 풍경 자체가 마치 당시의 우리 같았다.

그 햇살이 내리쬘 때 반짝이며 부서지던 햇살 아래의 녹색 잔디의 푸릇함과 더 진한 파란 색일 수는 없던 호수를 앞에 두고 그 주변을 거닐던 우리 말이다.

아름다운 색상의 조합은 가장 싱그러운 에너지를 내뿜고 있던 우리와 같았고, 이 미지의 곳은 마치 없던 길을 만들어서라도 가고 싶어 하고 도전하고 있던 우리와 같았다.

흔히 사람들이 밟아 볼 수 없는 이 곳에서 푸릇하고 싱그럽게 설레며 청춘의 기운을 마구 뿜어 내고 끝없이 나아갈 것을 꿈꾸는 우리!


우리 모두는 정말 그랬다.

가장 싱그러운 에너지를 마구 뿜어대고 있었다.

그저 아름다웠다.

지금도 두근대며 눈앞에 아른거리는.



가장 아름다운 나의 여름의 한 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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