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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Sep 28. 2017

두 번째 만난 라다크

인도 라다크, 나의 파라다이스에서 아름다운 가족과 보낸 일상

# 2011년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달을 보냈던 그런 라다크가 끊임없이 나를 불렀다. 


이 곳은 이미 나만의 파라다이스가 되었고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순수한 곳이 되어 있었다.

고맙게도 다음 번의 라다크는 내게 더욱 가까이 다가와 줬다.


삶은 계속되니까 /

수많은 풍경 속을 혼자 걸어가는 걸 두려워했을 뿐

하지만 이젠 알아 /

혼자 비바람 속을 걸어갈 수 있어야 했던 걸

눈물 잉크로 쓴 시 길을 잃은 멜로디 /

이제 다시 일어나 영원을 향한 여행 떠나리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간 끝나니까 /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 없으니

수많은 저 불빛에 하나가 되기 위해 /


허세 가득하게 이 노래를 수없이 반복해서 들으면서 라다크로 향하고 있었다.

내가 한 달간 머물렀던 숙소는 그림 같은 풍광을 지닌 곳에 위치해 있었다.

평화로움이 넘쳐 흐르는 곳이었다.

우연처럼 필연인 듯 연락이 닿아 머물게 된 숙소였다. 마날리에서 만난 한국 언니가 자신이 머물다 온 퍼펙트! 퍼펙트! 라고 외친 숙소 주인의 연락처를 받아서 미리 연락을 해 두고 20여 시간의 버스를 타고 올라왔다. 추천받은 숙소에 대한 얘기를 같은 버스의 여행자들에게 얘기했더니 함께 하고 싶단다. 그렇게 확실한지 알 수 없는 연락처 하나만 들고 주인을 기다릴 때의 그 긴장감이란. ㅎㅎ 숙소 주인 다와는 마티즈같은 경차를 갖고 레의 터미널로 5명의 성인과 크나큰 배낭들을 픽업하기 위해 나와 주었다. ㅎㅎ 그렇게 우리는 저녁 무렵 숙소에 드디어 도착해서 배낭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내 눈을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내가 사랑하는 라다크의 풍경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집은 레 왕궁과 6000m가 넘는 레의 최고 고산이자 신성시 여겨지는 스톡 캉그리를 중심으로 우뚝 솟은 산군이 수평으로 길게 펼쳐진 아름답고 평화로운 광경이 그대로 바라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 그곳의 안주인이자 나의 베스트 프렌드가 된 쿤상

쿤상은 그저 내가 딱 닮고 싶은 여성상이었다.

현명하고 지혜스럽고 따뜻한 그녀 옆에 있을때면 내게서도 어느새 여유와 웃음이 넘쳐 났다.

그녀의 남편과 아이들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그녀의 모습을 볼 때면, 너무 예쁘다 대단하다 하는 생각에 존경스러울 뿐이었다. 항상 남편에 대해서 장난 섞인 소리를 하지만, 그 말들 깊숙히 남편에 대한 존경스러움이 그대로 묻어 났다.

그리고 세 아이들에게는 크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하고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첫째 딸은 너무나 든든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어머니를 거들면서 학교에서 가장 훌륭하고 똑똑한 학생이었다. 밑의 열 살 남짓한 두 남자 쌍둥이들은 너무나 사랑스러우면서 장난스러운 미소를 한 가득 품고 있는 따뜻한 아이들이었다. 쿤상은 그저 아이들이 행복해 하고 잘 하는 것들을 지지해 주려고 하는 현명한 어머니인 듯했다.


그럼에도 그녀 역시 어쩔 수 없는 어머니였다.

자식들 얘기만 나오면 어찌나 좋아하면서 은근 자랑을 하던지.ㅎㅎ

언제나처럼 저녁을 먹을 때면 그녀는 우리에게 더없이 맛있는 라다크식 유기농 요리를 끝없이 운반해주는 꿀벌 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다. 그러면서 여행자들을 배려해서 어느새 우리 앞에 자리를 앉고 이 얘기 저 얘기를 더없이 상냥하고 쾌활하게 건넨다.


“이것 봐봐. 이걸 큰아들이 만들었는데 과학 대회에서 최고 상을 받았다네. 둘이 두면 진짜 신기해. 이게 지렛대 원리를 만들어서 한 거라는데 남자 애들이라 확실이 다른 것 같아.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데 둘이서 뚱땅뚱땅 하더니 이걸 가져 가서는 상을 받아 오더라고. 쿄쿄쿄쿄쿄"


아이들이 과학 대회에서 상을 받은 발명품을 직접 가져 오셔서 하나하나 원리를 설명해 준다.ㅎㅎ 항상 웃음이 가득한 쿤상의 얼굴에서 가장 큰 웃음이 보인다. 그녀 특유의 쿄쿄쿄쿄 웃음 소리와 함께. 너무나 기분 좋고 유쾌한 소리!

그런 쿤상의 모습이 정말 예뻤다.

자신의 가족들을 온 마음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이.


무엇보다 그녀는 최고의 쿡이었다!

밖에서 먹는 음식들이 아쉬울 만큼 그녀는 뛰어난 요리사였다. 게다가 집 옆의 가든이라고 하는 밭에서 바로 수확한 것들로 만들어 주는 초절정 유기농 라다크 음식은 정말 맛깔스러웠다. 여러 나라의 요리를 넘나 드는 그녀의 솜씨는 정말 최고였다.



#

내가 좋아하는 라다크의 오후가 되면, 늘 바라 보이던 미루나무가 갑자기 색을 바꾸는 순간이 온다. 그 즈음이 되면 나는 그 순간을 기다리며 내 방 큰 창가에 의자를 두고서 계속 바라 보고 있다. 그렇게 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연두빛을 띄며 생명력 넘치는 바로 그 아름다운 순간이 온다.



그러다가 해가 질 무렵이면 레 왕궁이 바라 보이는 옥상에 테이블을 두고 혼자 앉아서 별빛과 불빛의 도움을 받으며, 좋아하는 책들을 차분히 읽어 내려간다. 그렇게 맘에 기분 좋은 동요가 일고 설레는 바람이 불어 올 테면, 고개를 들어 바로 눈 앞에 있는 레 왕궁과 하늘을 쳐다 본다. 아니면 저 멀리 있는 스톡 캉그리를 바라 본다. 그러면서 새삼 내가 사랑하는 이 곳에서 내가 소망하던 일상을 보내고 있음을 실감한다.


나는 이 시간을 충만한 행복감으로 보내고 있었으나, 누군가에게는 그저 심심하고 외로워 보였나 보다.

바로 이 곳의 바깥 주인 다와! :) 그는 내가 보일 때면 늘 말장난같은 유머를 인사로 건네며 나를 큰 소리를 내며 웃음이 터지도록 만들어 줬다. 그 개구진 아이 같은 눈빛이라니. 사실 나는 그가 나를 너무나 따뜻하게 배려하고 있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정말 고마운 다와.

그렇게 그는 내가 심심할까봐 한참 이것저것 얘기를 건네며 나의 기분 좋은 대화 상대가 되어준다. 그렇게 깔깔깔 웃으면서 얘기하고 장난치고 있으면 저 밑에서 쿤상이 누군가와 얘기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혹시나 싶어 아래를 내려다 보니, 쿤상이 큰 딸과 함께 밭에서 저녁용 식재료를 거두고 있다.

“쿤상!”

내가 그녀를 부른다.


그녀가 우리 쪽을 올려다 보고, 다와와 나는 같이 웃으면서 손을 흔든다.

그렇게 소소하게 기분좋은 시간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면서 나는 점점 이들 가족과 익숙해져 가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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