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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l 26. 2017

여행의 낭만과 현실 사이

비행 중의 바람

비행기를 타면, 늘 그 순간부터가 여행의 시작이기에 기내에서 하고 싶은 낭만이 한가득이다.

가면서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가끔 뭔가 정리하고 싶거나 새로운 생각이 들면 일기도 쓰고.

그러기를 늘 바란다. 정말 늘 희망하면서 설레어 하며 비행기를 탄다. :)

그러다가 한 두 시간만 지나면, 그냥 발 한 번 쭉 뻗어 봤으면!

KL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 6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그 생각밖에 없었다.

정말 그 하나의 생각이 그렇게나 간절할 뿐이었다.        

  

에어아시아의 이상한 뚝심

에어아시아는 가격은 저렴하게 받으면서, 의외로 많은 비용을 냉방에 쓰나 보다.

처음의 그 초저온 초강풍의 냉방을 끝까지 6시간 동안 지속하는 그들의 뚝심을 마지막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옷은 비록 기내 수하물로 갖고 타긴 했지만 꽁꽁 싸맨 큰 배낭 깊숙이 들어 있어서 꺼낼 엄두도 못 내고, 구멍이 숭숭 뚫린 치앙마이에서 산 스카프를 숄 마냥 몸에 걸치고 버텼다.

양말도 없다. 양말 한 켤레가 이렇게 아쉬울 때라니.

그것도 배낭 안에 있긴 있는데. 지금 내게 아주 없는 건 아닌데. 휴...     

내려서 보니, KL 공항의 냉방 상황도 마찬가지다.

거기서 7시간을 보내니 뭐 몸 상태는 나빠지면 나빠졌지 더 좋아지진 않는다.     


호텔에선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보내겠지

일단 쉬자.

쉰다.

혼자다.

좀 심심하긴 하다.

일단 긴 비행과 경유 시간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 무조건 쉬기로 한다.

근데 좀 많이 심심하다 벌써.



둘째 날. 이제 수영장 선베드에 좀 누워 있어 볼까 했더니, 아침에 점령한 아이들이 해질녘까지 버티고 있다.

계속 발코니에서 내다 보지만 상황은 똑같다.

하루 종일 고민하지만, 일단 후퇴하기로 한다.


다음 날,      

이제 진짜 내가 원하는 숙소로 옮겼으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

이 곳에 정착해서 사는 유럽인의 주택 안에 있는 방 하나를 에어비앤비를 통해 빌렸다. Garden  Room 이다.

1층에 있는 단 하나의 게스트룸으로 바로 정원과 초록빛이 넘실대는 다이닝 공간이자 라운지로 바로 연결되어 한껏 기대하고 있었다. 2층 사람들은 이 공간을 잘 쓰지 않는 것 같아서.      

왠걸. 하루 종일 내 방 앞 공간에서 죽치고 있다.

저 사랑스러운 다이닝 테이블에서 조용히 커피 마시고 책 읽고 글도 쓰고 싶은데 하루 종일 시끌시끌.

2층에 더 좋은 테이블이 있는데 왜 거기를 안 쓰지? 흠...


여행 중에 많은 생각과 사색을 할 것 같지?

정작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어떻게 밖을 나가서, 어느 집을 가서, 무엇을 먹지? 이다.

그러다 보면 또 애써 가보고 싶은 곳이 없진 않기에 트립어드바이저를 켜서 검색에 돌입.

시내 센터까진 좀 먼데 어떻게 나가지? 호텔 안 툭툭 기사들은 좀 비싸게 부르겠지?

좀 걸어 나가다가 막 오는 툭툭을 잡을까? 등등.

그리고 내일은 뭐하지? 오랜만에 움직여서 투어를 해볼까?

그럼 예약을 해야 겠네? 직접 로비로 가서 의논하고 얘기를 할까? 아니면 그냥 전화로 할까? 등등.

의외로 소득없는 자질구레한 생각들의 연속.


그래서 결론은, 일상과 여행은 별 차이가 없는 것일까?

조금씩 더 여행을 해보면서 경험해 가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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