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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Aug 04. 2017

가장 사랑했던 세 곳 in 시엠립

My Favorite 3 Points - 이들을 마주하기 위해 오다

1. 쁘레룹 Pre Rup 지평선


아름다운 붉은색 사암 사원 반떼아이 스레이와 고즈넉하고 우아한 맛이 있는 반떼아이 삼레를 거쳐 마지막 쁘레룹으로 향한다. 어차피 우기인 이 곳에서 출발할 때부터 비가 내렸기에 선셋 포인트를 방문하기로 일정은 짰지만 사실상 기대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툭툭을 예약했는데, 기사가 비올 것 같다고 차를 가져 왔으니 말이다. 같은 가격에 해줘서 그저 말이 안 되게 고마웠을 뿐! :)

마침 쁘레룹으로 가려는데 비가 더없이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선셋이고 뭐고 아예 쁘레룹 자체를 보지 못할 정도의 장대비였다. 차창 밖으로 쁘레룹이 들어 왔다.

우와... 단순히 선셋포인트라고 하기에는 너무 웅장하고 힘이 느껴지는 멋진 사원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기사한테 얘기했다. '나 빨리 갔다 올께요. 조금만 기다려줘요.'라고.

그렇게 비를 뚫고 들어갔는데, 10여분 뒤 동남아의 스콜인지라 비가 그쳤다. 얼마나 기뻤던지.


그렇게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서 본 풍경을 나는 아주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풍경이 지금 이 순간의 내게 완벽할 만큼 딱 들어맞게 와닿았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가슴이 탁 트일 풍경'을 가장 바랬었다.

이 곳에서 덕분에 나는 그 갈증을 대부분 해소한 듯하다. :)



끝없이 이어지는 정글이라니! 저 야자수와 열대 식물로 이루어진 푸르디 푸른 지평선이라니!

아 너무나 이국적이고 아름답다.

그리고 이 앙코르 유적의 장중함과 스케일이 미처 헤아릴 수 없는 것임을 비로소 더없이 실감한다.

정말 고대 도시의 한 면을 비밀스럽게 슬쩍 엿보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한 곳을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봤는지 모른다.

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없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나는 지금, 이 순간이 멈추었으면 싶을 만큼,
이 풍경이 더없이 좋을 뿐이었다.


아, 아름답다.

사실 우리가 정말 수많은 미사여구를 동원하지만, 진짜 멋있고 좋은 것을 볼 때 나오는 말은 사실 나도 모르게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듯한 '아...' 이 단어 하나 뿐이지 않나.

이런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어서 이번 캄보디아 여행은 충분하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갑자기 뜬금없이 캄보디아를 오고 싶었던 것이, 이 풍경을 만나려고 그런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저 고맙고 감사했다.

만약 이렇게 나의 가슴을 한 번 툭 트이게 하지 못했다면, 계속 알 수 없는 어떤 갈증으로 여행이 미완인 듯한 느낌으로 남았을 것 같으니까.



2. 꼬 께 Koh Ker의 쁘라삿 쁘람 Prasat Pram


역시 스콜이 끊임없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아예 출발하기 전부터 비가 쏟아지기에, 사실 큰 기대조차 할 수 없는 날이었다.

그래서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가는 걸로 만족하자 싶었다.

시엠립에서 2시간 거리를 나 혼자 차를 빌려 갔다.

심각하게 고민하긴 했다. 혼자서? 차를? 가격은 어쩌나? 왜 다들 이 곳에 관심이 없는 듯하지? 흠...

왠지 다음은 쉽사리 오지 않을 수도 있기에 온 김에 가보기로 했다.


엄청난 규모 안에 흩뿌려져 있듯이 자연스럽게 위치한 꼬께 유적들.

그 곳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이 이 곳, 쁘라삿 쁘람(5개의 탑)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따프롬 유적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하는 < 천공의 섬 라퓨타 >처럼 이 곳에서도 그런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습이 가득하다.


이 생명력이 그저 아름다울 뿐!
우기 특유의 밀도높은 공기가 이 곳을 더욱 신비롭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마치 이른 아침의 촉촉함과 싱그러움처럼.


3. 벵밀리아 Beng Melea



폐허의 아름다움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유적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 가고 스러져 가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곳.

한 공간과 건축물이 제 기능을 하던 빛나는 시기만이 절정이라고 나는 생각지 않는다.

'스러져 간다'라고 표현했을 뿐, 또다른 형태로 시간과 느낌이 덧입혀지며 변화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답다 자연스러운 모든 것은.
그리고 시간을 온전히 품은 그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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