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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Aug 05. 2017

다시, 방콕

모든 것이 적당해서 좋다

"모든 것이 적당하다"


그래서 좋다.

예전에는 몰랐던 심심함, 적당함, 어중간함, 편리함과 같은 느낌의 매력을 이번에 와닿도록 알아 가고 있다.



적당한 기후 - 이국적임을 느낄 수 있는 아열대 기후. 외국에 어느 낯선 곳에 나와 있구나 하고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기후. 그리고 모든 것이 생기 있게 피어 나고, 24시간 무언가 계속 열려 있는 느낌. 활기 있는 느낌!

도시의 적당한 편리성 - 문명과 많은 상황들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는 안정감. 적당히 소소하고 적당히 화려해서 좋다.

도시 방콕 특유의 개인주의의 가능성과 친근한 활기 그 중간 어디쯤 - 상황에 따라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맛있는 음식 - 그저 특별하고 사랑스러울 뿐!



"적당히 익숙하고 적당히 낯설다" 


딱 좋다.

이 정도의 느낌.

지금의 내게는!



예전에 내가 방콕을 좋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곳에서 어디로든 뻗어 나갈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내가 택하는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사실.

그 흥분된 느낌이 내 마음을 얼마나 설레게 했던지.

이 곳은 아시아의 허브이자,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어디든 택해서 가볍게 날아 갈 수 있는 근거지가 아니던가.

나의 단골가게인 카오산의 가장 저렴한 비행기 티켓을 찾아주는 여행사에 가서, 어디를 가고 싶은지 목적지만 말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면 나는 며칠 뒤, 그 곳에 정말 발 디디고 있게 될 테니까.

나는 그렇게 인도를 갔고, 미얀마를 갔고, 스페인을 갔었다.

이 곳 방콕에서.


그런데 지금의 방콕은 그저 집 마냥 편하고 친근하면서 여행지다운 설레임을 내게 안겨 준다.




내가 방콕에 오면 으레 의례처럼 하는 일들이 있다.

이런 의식들을 거쳐야, 비로소 내가 방콕에 왔구나 하고 실감나기 시작하며 주위가 완벽히 친근하게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한다.


늘 꼭 가는 국수집들

이 집들은 먹어 줘야 아, 내가 태국에 왔구나, 방콕에 왔구나 실감나는 느낌이다.

팟타이 팟타이 팟타이! 무엇보다 창과 팟타이! :)

이번에 내가 그렇게 듬직하게 여기던, 묵묵하게 팟타이에만 몰두하시던 아저씨가 없어졌다.

우기라서 그럴 꺼라고 믿고 싶다! 아니면, 좋은 몫을 얻어 가게를 오픈하셨다면 축하할 일. :)


아침이면 타이티 할아버지네

늘 같은 자리에 계신 할아버지의 타이티. 난 다 먹어 봐도 여기가 제일 맛있다. 황금비율이랄까. :)

그만큼 온갖 달달한 것들이 다 들어간다는 얘기인지는 몰라도.

사실 이 곳으로 향할 때면, 안 계시면 어쩌나 하는 약간의 걱정스러움을 늘 갖고 발길을 향한다.

왠걸. 항상 너무나 넘치게 건강해 보이신다. 다행이다. :)



그 다음은 수박소녀네

수박소녀라고 이름붙인 카오산 지역 람부뜨리로드에서 과일주스 노점을 하던 아주 예뻤던 태국 소녀.

사실 유부녀일 지도 모르지만. :)

그렇게 늘 보이던 그녀가 이번에는 없다.

시집 갔나? 흠...


세븐일레븐의 소세지와 오렌지맛 야구르트!






이제, 나 방콕이구나!

실감나기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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