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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Aug 08. 2017

여행과 불안정함에 대하여

소소한 단상

# 불안정함에 대하여 


여행을 한참 할 때에는 불안정성을 감수해야만 했다. 여행하는 나날들의 대부분은 행복감으로 가득 차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함과 불안정성이라는 놈이 항상 맘 한 구석에서 함께 하고 있다. 그러다가 이 녀석들이 마음의 수면 위로 고개를 빼꼼 내밀면서 나의 전반적인 생각과 마음을 지배하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사실상 오래 지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보다는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새로움, 흥분이 더욱 컸기 때문에.



이 불안정성은 사실 여행할 때보다도 다녀온 이후에 더욱 급격하게 커졌다. 일상에서 자리를 잡았건, 아니면 반쯤 일상과 여행 그 중간쯤에 반쯤 다리를 걸쳐 놓은 잠재적 일상인 혹은 잠재적 여행자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경우에 이 불안정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일상의 안정성을 꿈꾸면서 불안해 한다. 반면 일상을 지내고 있는 동안에는 마음의 목소리에 따라서 이상적으로 원하는 대로 사는 자유로운 여행자의 삶을 끊임없이 꿈꾸면서 그러지 못하는 동안에 내 삶이 고갈되고 소진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함을 느낀다.

내가 이 불안함이 좋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적은 당연히 한 번도 없었다. 단연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녀석을 인정하고 껴안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현실에 완벽하게 뿌리 내리고 여행자의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이제는 어느 정도 때가 되면 더욱 불끈 솟아 오르는 이 마음의 존재를 완전히 인정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껴안은 듯하다.



불안정함. 

예전에는 이것이 나라는 사람의 불완전함과 불안함을 상징하는것 같아 싫은 적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만의 파라다이스를 포기하지 않은 이상주의자의 삶, 자신에 대해서 혹은 더 낫고 멋진 인생에 대해서 끊임 없이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필수 불가결하게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늘 경계선에 있는 사람. 하지만 삶과 인생에 대한 또 다를, 더욱 많은 가능성에 대한 탐색을 멈추지 않는 호기심 넘치는 사람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결론 내리고 싶다.



그러니 어느 순간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이 맞는가?’, ‘충분히 내가 원했듯이 자유롭게 그러면서도 진중하게 인생을 대하고 살아 가고 있는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이 떠오를 때면, 앞으로는 당황하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그렇게 익숙해 지도록 연습 중이다. 다만 내 삶에 더욱 귀 기울여 달라고 내 마음이 더욱 크게 소리 치는 순간이라고 받아 들여 주는 것이다. 예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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