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은 Nov 12. 2017

나의 샹그릴라,
내가 가장 사랑했던 마을 탕보체

네팔 EBC

이 곳의 압도적인 풍경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정말이지, 이 곳의 느낌을 언어로 표현해서 사람들에게 읽히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사람들을 직접 이 곳으로 데려와서 그들의 눈과 귀, 코와 손으로 하나하나 느끼게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약간의 오르막 길을 오르고 또 올랐을 때, 예상도 못했던 말 그대로 탁 트인 시야 안에 흰 눈이 요처럼 가득 쌓여 있는 평원이 나타났을 때의 비현실적인 느낌이란! 그것은 마치 눈이 소복하게 내린 샹그릴라를 현실에서 만난 듯한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계속

“우와, 진짜 예쁘다! 진짜 아름답다!” 를 얼마나 외쳤는지 모른다. 

내 말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 하나 없는데 혼잣말처럼 계속 되뇌었다.

정말 내게는 탕보체가 숨겨진 샹그릴라, 제임스 힐튼의 소설 속 목적지라기 보다는 세상에 다시 없을 평온한 지상 낙원인 듯했다.



탕보체는 특히 곰빠가 중심인 마을이다. 탕보체 곰빠는 솔로 쿰부 지역에서는 가장 큰 절이기에 이 마을은 유난히 고요하고 차분하면서 단정한 느낌이 빼어나게 드는 곳이다. 왼편으로는 크디 큰 곰빠, 오른편으로는 아마다블람이 바로 내 눈앞에 있다. 탐체르쿠 뒷편으로 보이던 그 아마다블람 말이다!! 그리고 그 사이로 깨끗하고 청명한 히말라야의 바람이 휘휘 불고 있었다. 이러한 미지의 평온함을 느끼고 싶어서 힘겨운 지역을 찾아서 여행하는 나였다. 그 어떤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이 곳은 아직까지도 자연 그 자체였다. 그나마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타지 않아서 태고적 히말라야의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풍광을 지니고 있었다. 탁 트인 설산의 평원과 한 쪽으로 빼꼼 솟아서 이 곳을 내려다 보며 안아 주고 있는 아마다블람, 그리고 이 곳 사람들의 정갈하면서 깊은 신심을 보여 주는 너무나 아름다운 곰빠, 차갑지만 정신이 딱 들게 할 만큼의 청명하고 깨끗한 바람까지. 그리고 이전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코가 뻥 뚫릴 것 같은 상쾌한 공기! 이 곳에서 며칠이고 머물고 싶을 만큼 유난히 편안함을 느낀다. 



이 곳은 내게 특별하게 아름다운 순간을 선물로 안겨 준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무서운 듯하면서도, 지금까지 가보았던 ‘화장실에 이르는 길’ 중 가장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새벽 중에서도 가장 깊은 새벽일 것 같은 순간, 잠에서 깨어 화장실을 가려고 했다. 고산 지역에서는 추위 때문인지 몸에서 물이 빠져 나오는 시간의 간격이 더 짧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화장실이 무려 야외에 있다. 2월 초 고산지역의 새벽이라니! 그저 바라만 보고 싶을 뿐, 피부로는 굳이 느끼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어쩔 수 없이, 겨우 따뜻해진 이불 속을 아쉬운 듯이 빠져 나와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세상에나! 내 눈앞에는 달빛을 받아서 믿을 수 없을 만큼 하얀 빛을 온 봉우리를 통해서 뿜어 내고 있는 아마다블람이 있고, 그 옆으로 너무나 반짝이는 별들을 아름답게 거느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보석 같다! 나의 부족한 표현력이 이렇게나 아쉬울 수가! 정말 그 어떤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같은 광석의 아름다움보다 몇 천 배는 아름다울 것 같은 반짝임이었다. 나는 그렇게 아마다블람의 호위를 받으면서 화장실에 이르렀다. 세상에 이런 경험이 또 있을까. 이건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풍경이자 느낌이다!


누구든 이 지역을 다녀 온 사람은 탕보체가 정말 아름다웠노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경험으로 고이 간직하고픈 그런 아름다운 순간 중의 하나이다. 이후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 ‘탕보체’ 라는 단어가 나오면,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새벽의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고는 가슴 깊이 그리움 섞인 탄성을 내뱉고 만다.


히말라야 지역에서 내가 겪어본 아름다운 화장실 Best!

호도협 - 객잔 게스트하우스 – 이 곳은 이미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이라고 명명된 바 있다. 시원하게 볼 일을 보면서 내 눈앞까지 다가온 거대한 산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호연지기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이 절로 든다.

탕보체 - 탕보체 롯지의 화장실은 그냥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곳에 이르는 길! 그것도 달이 빛나는 밤에!

안나푸르나 서킷의 어퍼 피상 - 이 곳도 너무나 아름다운 안나푸르나 미봉들을 그대로 바라 보면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화장실들의 창문을 뻥 뚫어 놓아서 시야가 선명한 만큼 이런 곳들에서는 추위를 감수해야 하기도 한다.

라다크 나의 숙소 -  그 아름다운 라다크 산들의 능선을 한 눈에 바라보며 앉아 있는 느낌이란.  :)

매거진의 이전글 자연의 시간을 따르게 되는 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