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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Apr 17. 2018

베트남 여행, 가장 좋았던 순간

하노이, 훼, 호이안

지난 달 3월 중순, 일주일 동안 베트남을 다녀 왔다.

친구와 하노이에서 넘치게 즐겁게 보내고서 혼자가 되었다.

지난 번에 못 가서 왠지 아쉬움이 남았던 중부의 훼로 가기로 한다.

하노이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오전 6시 비행기로 다낭을 향해 날아 올랐다.




다낭에서 훼로 향하던 기차

난 왜 이리 늘 고생을 자처할까.

다시 한 번 나를 탓하지 않을 수 없던 시간!!

일 뻔 했으나, 실은 나의 베트남 여행 중 가장 좋은 순간이 되어 주었다.



다낭에서 훼로 가던 기차 안.

나는 1200원 정도를 아끼려다 그만 인도 기차의 가장 터프한 클래스인 제너럴 클래스에 버금가는 기차칸을 타는 어마어마한 결정을 한 나를 향해 한숨을 푹 쉴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도 사람들이 누워 자고 있고, 닭도 저 어딘가 함께 가고 있나 보다. 닭 소리도 나를 반긴다.

흐음... 왠지 모르게 참 친근하다.

인도에서 많이 경험했던 이 느낌!

왜 나는 돌고 돌아도 결국 이런 여행일까 하는 생각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내 자리는 이미 누가 벌러덩 누워 자고 있고, 깨우더라도 발 밑에 이미 다른 사람이 자고 있고.

어쩌나 하고 있는데 그나마 젊은 현지 사람이 눈에 띈다.

그 앞에 앉아도 되냐 하니 쉬크하게 그러든지 말든지 하는 반응이다.

드디어 자리에 앉으니 옆으로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해바라기씨로 통하다


한 두 시간이 지나, 청년의 어머니가 옆에 오시더니 해바라기씨를 먹으라고 내게 주신다.

더 선량해 보일 수가 없는 인상이다.

그나저나 해바라기씨? 호박씨?

나도 중국인마냥 해바라기씨 꽤나 잘 까먹을 수 있는데, 이번 껀 조금 헤매고 있자니 마주보고 있던 청년이

“너 먹을 수 있어?”

하며 한국어로 통역된 폰 화면을 보여 준다.

그러면서 어찌나 수줍게 예쁘게 웃던지.


그 때에 비로소 보니 그는 10대 중반 즈음 되어 보이고, 그의 쉬크함은 수줍음이던 것 같았다.

말 한 마디 없이 있었는데 내가 한국인인 건 어찌 알았을까.

무심한 듯 있더니, 이렇게 따스하고 귀엽고 배려심이 넘치는 아이였구나.

나는 Yes, No 만으로, 고개의 끄덕임과 가로저음만으로 의사 소통을 해야 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 환한 웃음으로 그 아이에게 답을 한다.


어머니도 어찌나 나를 챙겨 주시는지.

“너 여행 중이야?”

실은 이것저것 나에 대해 궁금했었나 보다.

인터넷을 못 쓰는 나는 통역기능을 사용하지 못했기에 가장 환한 표정으로 끄덕인다.

나도 너와 정말 얘기하고 싶다고, 그런 마음을 한껏 담아. :)



그렇게 한참 시간을 보내다가 인사를 하고 내리려니, 주위의 말 한 번 하지 못했던 주위 사람들이 다 손을 흔들며 인사해 준다.

배 다 드러내고 자던 아저씨들까지ㅎㅎ

기차에서 내려 돌아 보니, 맞은편 그 아이는 내 뒷모습을 보고 있었고 눈을 마주치니 수줍은 듯 손을 흔들어 준다.

이런 예쁜 경험 참 오랜만이다.

너무 좋은 건 아끼고 싶기에, 그에게 사진은 청하지 않았다.

저 예쁜 풍경은 그저 덤이었을 뿐이고 :)





앞으로 난 왠지 너를 떠올리면, 무심한 듯 자리에 기대어 있다가 아름다운 풍경을 끝도 없이 지긋이 아득히 바라 보던 너의 눈빛이 떠오를 것 같다.

마치 처음 보는 듯 신기한 듯 혹은 심드렁한 듯 핸드폰의 셔터를 눌러 대던 너의 그 감수성이.


처음 한 두시간 동안 서로 마주 보고 있었지만,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풍경을 각자 바라 보며 서로를 의식하듯 의식하지 않는 듯하며 기차의 끝없는 바퀴 소리와 함께 하던 그 순간.

난 그 침묵의 시간도 왠지 모르게 따뜻했다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계속 그렇게 따뜻한 사람으로 눈에 따뜻한 것들 많이 담으며 그 친구가 참 행복했으면 하고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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