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在창조하다.
두 번 재(再)가 아닌 있을 재(在)이다.
by 호연지기 한민수 코치 Sep 7. 2020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무엇일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이 있을까?
어느 순간 우리는 태어나있었다.
태초의 기억이 부모로부터 전수되어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 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의 국민들은 장인정신이 살아있고, 가업 대대로 내려오는 유·무형의 자산이 있다.
유형의 자산은 익히 아는 것들이라면,
무형의 자산은 심리적 유산, 할아버지의 친구들, 할머니의 포근함, 아버지의 재능, 어머니의 배려 등을 일컫는다.
그렇기에 유형의 자산, 재산 등은 쉽게 사라질 수 있는 것들이지만, 무형의 자산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무형의 자산이 많이 단절되어 있다.
그 잔재가 일제시대와 6.25 전쟁과 아직도 휴전 중인 상태가 그렇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무형의 자산의 단절감을 무의식 속에 저장하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발전 등 유형의 자산 성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때론 궁금해한다.
할아버지의 유산이 어디로 갔을까.
유일하게 들은 이야기는 사.기 당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질적 유산이다.
나의 할아버지는 노년에 소일거리로 버스표를 파셨다.
지금은 '버스표'(?)하면 그런게 있나 싶지만, 80년대에는 종이 버스표가 있었다.
그것을 100장을 팔면 1장 가격 정도 남는 구조였던 걸로 기억난다.
할아버지는 그 버스표를 판매하시면서, 손자 보는 낙(즐거움)으로 살아가신 듯(?)하다.
매주 할아버지를 찾아뵈었다.
직장인들이 출퇴근하는 다리 위에 앉으셔서 지나가는 직장인들에게 버스표를 판매하셨다.
매주 토요일 1-2시경 사이에 그 다리 위에 계시는 할아버지께 가는 시간이 참 좋았던 거 같다.
시간대도 1-2시경이니(그때는 토요 근무도 했으니)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시간이었다.
할아버지를 뵙고 앉아서 햇살을 쬐다
남자 둘이 대화를 많이 나누지도 못하고,
할아버지가 이제 가라고 하시면, 그때 일어나 인사드리고 나왔다.
항상 내가 가려고 하면 손에 쥐어주셨다.
세종대왕님 종이를..
지금 생각하니 찡하다.
그 버스표 파셔서 얼마나 버신다고...
매주 갈 때마다 한 장씩 주셨으니,
내가 초등 2~중학생까지 매주 갔으니, 그 용돈이 어마어마했다.
잘 저축해 두었고, 중학교 때 부모님 집 장만하실 때 투자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 돈이라도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으면 내가 좀 더 넉넉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지만, 이런 상상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어린아이 '민수'에게는 그때 당시 몇 백만 원보다 부모님의 뜻을 이루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이 좋았을 거다.
그런데, 이러한 물질적 가치는 어디론가 흘러가 잘 사용되고 사라졌지만, 나에게 남아있는 약 6년 동안의 할아버지와의 따뜻한 햇살 아래 토요일 오후 시간은 심리적 유산으로 잘 심기어져 있다.
이제 9살의 민수에게 심기어진 "심리적 유산"이 말한다.
지금까지 40년 인생을 이끌어온 것처럼, 앞으로 40년 인생은 더 따뜻한 햇살로 비춰질거라고.
비록, 지금 태풍이 불어와도,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다시 굵고 튼튼하게 꼰 동아줄을 허리띠에 매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