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력을 해보자.
캘리포니아에서 켄터키로 오는 길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려움을 겪었던 건 괜시리 더 복잡하던 내 마음뿐이었지. 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사람을 직접 고치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하겠다고 덜컥 켄터키로 날아왔으니. 처음엔 유학생은 타지에서 홀로 외로이 고군분투한다는 말이 내게 크게 와닿지 않았었다. 내가 켄터키에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던 풀타임 일을 그만뒀으니 당장 매달 필수로 나가는 고정 지출을 어떻게 처리할 건가 하는 고민이 컸다. 다행히 차곡차곡 저금했던 돈이 나의 용기 있는 이 결정에 큰 도움이 됐다. 당장 밖에 나앉아있는 일은 피하겠구나.
공부하겠다고 먼 길을 떠나 켄터키라는 주에 왔으니 본질적인 것이 우선이다. 근데 당장 월세랑 각종 공과금 그리고 식비 교통비를 합한 매달 고정 지출비가 머리에 아른아른 계속 떠올랐다.
현재 나는 돈도 시간도 체력도 절실한 때를 지나가고 있다. 나름 전략적이고도 효율적이게 접근하려고 해 봐도 쉽지 않다. 투자를 할 때도 한 푼도 없이 하는 게 아니고 씨드머니로 투자를 시작하는 게 아닌가.
나와 비슷한 케이스로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켄터키 루이빌로 최근 온 친구가 있다. 가끔 아니 자주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생각을 하곤 한다고 한다. 동감이다. 나도 가끔 같은 생각을 한다. 신념을 가지고 사람을 살리는 의학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굳이 여기까지 왔다.
다시 내가 이 머나먼 길을 떠난 이유를 곱씹으면 마음 저만치 묻어뒀던, 벌써 먼지가 가득 쌓인 희망이 보인다. 그 희망을 집어 들어 먼지를 야물딱지게 탈탈 턴다. 진한 갈색의 책장 중간칸에 고이 올려놨다. 인간인지라 절망하고 고통을 받지만 인간이니까 희망을 찾고 삶의 의미를 두고 매일을 살아가는 거 아닐까.
숨만 쉬어도 돈 나가는 세상인데 고정 지출비용이 있는 건 당연하지. 이 참에 N잡으로 경험도 스킬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다. 완전히 가족을 떠나 살아보는 게 진정한 독립이 아닐까. 고로 난 진정한 나로서 살아볼 기회가 여기 켄터키주 루이빌에 오면서 생긴 것이다.
어떤 고난과 고통과 역경 속에서도 결국에는 시각의 앵글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억지로 긍정적일 필요 없어. 굳이 그렇게까지 정신승리 해야 해? 할 수도 있겠으나. 난 그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