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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학자P Sep 16. 2018

이 결혼으로 꿈은 커지고 행복의 기준은 낮아졌다.

결혼을 앞둔 당신에게 한 권, <스님의 주례사>

결혼을 생각하고 있거나, 부부로서의 삶을 시작한 이들이 있다면 꼭 소개하고 싶은 한 권이 있다.

이미 유명하기도 하지만, 바로 법륜스님의  <스님의 주례사>

 


부부의 서재에 처음으로 소개할 책을 고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우리가 함께 책 읽는 낭만적 전통을 만들고자 한 것이 <스님의 주례사>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앞서 올린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결혼을 하고 남편이 내게 처음으로 건넨 종이뭉치가

바로 법륜스님의 주례사였다.

언젠가 결혼할 사람과 읽고 싶었다던 그의 고백이,

프로포즈 때보다 오히려 내가 그의 아내가 된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그리고 그 신랄하고 투박한 지침 덕분인지 결혼 2년 차를 향해가는 우리는 아직 싸운 적이 없다.


 남편을 통해 알게 된 글이지만, 이후 구입한 책은 내가 먼저 읽었다.

무심히 툭툭 읽어 내려갔다.

인상 깊은 부분은 나중에 정리할 요량으로 포스트잇 플래그로 표시만 했을 뿐이다.

다 읽고 나서 남편에게도 읽으라고 건넸다.


 그랬더니 남편은 정성 어린 손글씨로 포스트잇을 적어 감상을 곳곳에 남겨두었다.

마도 그는 자신의 감상을 연애편지 적듯 적어 내려 간 것이 틀림없다.



남편의 포스트잇. 감상인지 일부러 보라는 연애편지인지.


아무래도 감상을 가장한 아부가 아닌가 의심이 되는 쪽지이지만,

남편이 귀여워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이 간지러운 필담을 우리의 전통으로 지켜가고자 다짐했다.



내가 포스트잇 플래그로 표시해 놓은 부분
"저는 가족이 있어 점점 더 자유로워지고 있습니다."


내가 표시한 한 부분을 꺼내놓자면 이렇다.

종종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연만 봐도 결혼을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실제로 안타까운 사연이 많다. 그 때문인지 결혼을 속박이나 구속, 자유를 망치는 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야말로 남편을 만나 더 자유로워지고 더 큰 꿈을 품게 되었다. 혼자일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경험을 하며 나는 일상의 삶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이 결혼으로
내 꿈은 커지고, 행복의 기준은 낮아졌다.



사소한 행복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더 자주 웃고 행복해한다.

나는 삶의 긴 여정을, 즐거워하며 사랑하는 이와 걸어가고 있다.


결혼을 덕 보려고 하지 말고, 계산하지 말고, 내가 더 채워주고 배려한다고 생각한다면

길 가는 사람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스님의 생각에 감명받았다.

그러나 책 속에서는 사랑과 전쟁에 나올 법한 온갖 이야기들이 들어있었다.

불륜부터 자식에 대한 고민까지, 사연이 다양했다.

 그에 대한 스님의 처방은 다른 듯하지만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모든 것은 마음에 있나니.


법륜 스님의 글과 함께 따스하면서도 초월적인 그림을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2009년 작고한 김점선 작가의 그림이다.



끝으로 우리의 감상들을 조금 더 풀어놓아본다.



아내의 감상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람이 주인이고, 인사받는 사람이 객이에요.
뭔가 베푸는 사람이 주인이고, 도움을 받는 사람이 객인 겁니다.


먼저 주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늘 베푸는 마음으로, 정신적인 풍요를 누리며 살고자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주인이 된다.



"만약 선물을 가져왔는데 당신이 그 선물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받지 않으면 그 선물은 누구 겁니까?"
"그야 가져온 사람 거지. 그런데 왜 이런 말을 묻는 건가?"

"지금 당신이 나에게 욕을 선물했는데,
그것을 내가 받지 않으면 그 욕은 누구의 것이 됩니까?"


이 부분은 부처님이  탁발을 갔는데 브라만 신분의 집주인이 시비를 걸며 욕을 한 상황이다.

이에 대응하는 부처님의 내공이 역시 보통이 아니다.

누구나 삶에서 받지 않아도 되는 선물을 가져오는 이를 마주한다.

그때 받지 않으면 가져온 자의 것이 된다.


얼마나 많은 상황 속에 이 지혜를 적용할 수 있는가.


내가 체크한 부분은 사실 대인관계나 삶의 지혜 같은 것들이 많았는데,

남편의 것은 하나부터 열까지 결혼에 대한 것들이었다.

이렇게 감상이나 인상 깊은 부분을 표시하면,

서로 비교해볼 수 있어 무척이나 재밌다.



남편의 감상


내가 무척 좋았던 메모




존경: 남의 인격, 사상, 행동 따위를 받들어 공경함
공경: 공손히 받들어 모심


남편이 적은 메모 중 제일 좋았던 부분은 나를 존경한다고 표현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나는 남편을 존경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좋은 감정 말고,

누군가의 행동을, 가치관을 존경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깊은 유대를 선사한다.

특히나 부부에게 존경이란 정말 중요한 자세가 아닌가 싶다.




어느덧 아침저녁 바람이 차다.

가을에 어울리는 책을 또 나눠 읽으며,

계절의 바람을 함께 느끼는 당신이 있어서 감사하고 고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지금 이 순간도 또다시 행복하다.

이 잦은 행복을 알게 되어 기쁘다.


만약 당신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혹은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면 배우자와 함께 읽어보길 적극 권장한다.


법륜스님, <스님의 주례사>, 휴 출판사, 초판 2010(개정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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