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이 바로 거실에 대한 구상이다. 우리는 애초에 인테리어에 관심도 없고, 감각이 있는 편도 아니다. 대충 사는 부부다. 그런데 공간의 활용에 대해서는 항상 끊임없는 대화를 나눠왔다.
독서나 공부하러 카페 가는 게 우리에겐 대부분의 데이트
결혼을 한 지 딱 2년 하고 한두 달이 지나가고 있다. 2년간 함께 살아본 결과, 우리는 아나운서 부부라는 직업적 특성에도 불구하고(타 지역으로 이사하면서 둘 다 지금은 관뒀다.) 텔레비전을 많이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불구하고'라는 말이 틀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직업적 특성 때문에 텔레비전을 보는 일이 오히려 일처럼 느껴질 때가 많은 것도 있을 테니. 아무튼 그렇다면 거실에는 텔레비전을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그보다는 공부하고 독서하는 시간을 더 즐기기 때문에 그 부분을 활용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작은 방으로 들어가 있던 서재를 거실로 꺼내기로 한 것이다.
거실의 서재화.
답은 간단하다. TV는 안방으로 넣었고, 책장을 꺼내어 거실벽에 붙였다. 맞은편엔 편한 자세로 책을 읽을 소파를 두었고, 책장 옆으로는 서재에서 쓰던 책상을 붙여 컴퓨터와 공부를 할 수 있는 오픈테이블 느낌을 주었다. 또한 새로 이사한 집은 특이하게도 큰 냉장고 자리가 두 개나 있는데, 그중 한 칸은 독서실처럼 폐쇄된 책상 자리로 만들었다.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공부 공간이 생긴 것이다.
TV 대신 놓은 큰 책장
남는 냉장고 자리를 활용해 독서실 분위기로 꾸몄다
대부분은 이전부터 쓰던 책장과 책상을 활용한 것인데, 이번 이사에서 새로 야심 차게 준비한 것은 바로 바 테이블이다. 거실 베란다는 바다 뷰인데, 바로 이 이점을 극대화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바 테이블을 설치하고 나니 아침마다 모닝커피를 한 잔 하며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우리만의 근사한 홈카페가 완성되었다. 내가 가장 애정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애정 하는 독서 공간
정리하자면 우리의 거실은 다양한 책상들과 책장들로 가득하다. 도서관을 가더라도 어떤 때는 오픈 테이블에서, 어떤 때에는 밀폐된 공간에서 공부하고 싶지 않던가? 바로 그런 다양한 공간을 구성한 것이다.
이사 한 지 한 달이 넘어가도록 사실 아직 짐을 제대로 못 풀었다. 그래도 이렇게 큰 그림을 잘 맞추어가니 우리만의 특색이 담긴 거실이 완성된 것 같아 뿌듯하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느끼는 감사와 소중함을 더 크게 체감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중이다.
끝으로 이런 구성으로 살아보니 어떤지 궁금하실지도 모르겠다. 무척 만족하는데, 단점도 있다. 바로 손님들이 왔을 때 보여드릴 TV가 안방으로 가있으니 꽤나 난감하다. 할 말이 많아 즐거운 친구들은 웃고 떠드느라 상관없지만, 과묵하신 어른들은 공간의 소리를 채워주던 TV가 없어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손님들이 왔을 때 TV를 꺼내야 하나 고민이 잠시 들었는데, 매일 찾아오시는 것도 아니고 더 따스하고 집중도 높은 대화를 하자 결심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본인 마음먹기에 따라 손님들과 더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단점이 곧 장점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