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안 친해지고 싶은데;;;
우리 가족이 다니는 소아과가 있다.
내가 이 병원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11인승인 우리 차 주차가 가능해야 하고, (기계식 주차는 불가)
대기 시간이 짧아야 하며,
약이 잘 들어야 한다.
이 세 가지 기준에 딱 맞아, 이 병원에 정착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마음이 끌리는 건, 원장님의 ‘사람 냄새’다.
이 병원은 북적이지 않는다. 그래서 가능한 진료의 여유.
이름을 기억해주고, 지난 병력까지 꿰뚫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바쁜 일상에 짧은 위로가 되어준다.
병력과 무관한 사소한 일상들도 기억해주시는 점이 감동을 준다.
어느 날, 중1 아들에게 선생님은 이런 얘길 꺼내셨다.
“우리 때는 수학 문제집도 귀했어. 일본 번역 문제집을 어렵게 구해서 풀었지.”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고, 오래전 기억을 꺼내셨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역시 의사는 다르구나. 공부를 사랑한 사람이었구나.
그런데, 신기하게 이 병원에 환자들이 별로 없다. 대기 시간이 짧은 이유다.
이 병원이 불호라고 싫어해서 안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좋다.
대기가 길지 않아서.
나는 줄을 오래 서서 대기해야 하는 맛집 보다는, 바로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좋아한다.
음식의 맛이 조금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맛알못인 나는, 맛의 차이도 잘 느끼지 못 한다.
정말 맛없지 않는 이상, 잘 먹는 편이다.
주부 15년차이다 보니, 남이 해주는 밥은 다 맛있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화분에 담긴 꽃들이 내 눈을 붙들었다.
흰 백합과 보랏빛 이름 모를 꽃. 생화인지 조화인지 헷갈릴 만큼 곱게 피어 있었다.
“조화예요?”
“아니야, 생화야.”
“이 꽃은 무슨 꽃이에요?”
“나도 몰라.”
선생님은 꽃 이름은 모르신단다.
나이 들수록 꽃이 좋아진다.
어쩌면 병원도 그런 존재 아닐까.
아플 때만 찾지만, 점점 그 따뜻함을 알아가는 곳.
정이 있는 민족답게, 내가 만나는 의료인들은 늘 가족 같다.
선생님은 친정엄마처럼, 간호사는 이모처럼, 약사님은 고모처럼.
내 아이들의 아픔을 함께 기억해주는 사람들.
그곳에서 우리는 ‘치료’만이 아닌, ‘위로’를 받아왔다.
(아이들이 많고, 잔병치례를 많이 해서 친해져서 일수도 있다;;;)
나는 병원에서 진료도 받고(아이가), 사람 냄새도 좀 받고, 꽃 구경도 했다.
다음 진료는 조금 늦게 오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아, 보라색 꽃의 이름을 아시는 분은 댓글로 남겨주시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