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엄마의 후회

넷째를 키우며, 나는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후회했다.

by 서툰사남매맘

“뿌지직 뿌지직.”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또 실패다.

예쁜 바나나 닮은 똥을 보고 싶었건만, 물처럼 흘러내리는 아이의 변을 보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이날에 시작한 장염은 며칠째 계속되고 있었다.


스타트를 끊은 초3 둘째는 하루 정도 죽을 먹고 속을 쉬게 하니 병원에 가지도 않고 금세 나아졌다.

이어받은 중3 첫째도 한 번 토하곤, 괜찮다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엄마는 막내도 그럴 거라 믿었다.

여느 감기처럼 자연히 나아질 줄 알았다.


첫째가 아기였을 땐, 열이 조금만 나도 발을 동동 구르며 응급실을 찾곤 했다.

넷째를 키우는 지금은 안다.

응급실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집에서도 할 수 있다는 걸.

해열제 먹이고, 물수건으로 식히고, 기도하며 지켜보는 일들.


하지만 아이가 넷이라고 해도, 아픔은 늘 처음 같다. 막내는 아직 다섯 살.

그 어린 몸이 계속된 설사로 힘들어하니, 잘못된 판단이었단 생각이 가슴을 친다.


“왜 병원에 안 왔어?”


연휴 마지막 날, 우리 가족의 주치의 같은 원장님은 친근한 말투로 물으셨다. 이 병원은 공휴일에도 오전 진료를 한다. 올 수 있었는데 왜 안 왔냐는 말이었다.


“금방 나아질 줄 알고요…”

진작 올 걸, 후회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이들이 하나둘 늘수록 엄마의 간도 함께 커졌다.

웬만한 증상엔 무덤덤해졌고, 때로는 그 무덤덤함이 실수가 된다.

아이의 설사 앞에서야 늦게 깨닫는다. 이번에도 병원에 너무 늦게 왔다.


“3개월 만이네~ 이사 간 줄 알았어.”

원장님의 반가운 인사에, 나도 모르게 “우와~”하고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그래, 무소식이 희소식이지.”


속으로만 대답했다. 맞아요. 선생님은 안 볼수록 좋은 분이지요.

아이 넷을 키우며 병원은 너무나 익숙한 장소가 되었지만, 이렇게 오래 비운 적은 드물었다.


“다음부턴 바로 와요. 어린 애들은 큰 애들이랑 달라요.”


이모 같은 간호사와 고모 같은 약사님의 손을 거쳐 처방전을 들고 나왔다.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다시는 이런 판단 실수 하지 말자,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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