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꽈당!

우당탕탕 4남매 맘

by 서툰사남매맘

얼굴이 아프다. 문에 부딪혔던 통증으로


책 여덟 권을 품에 안고 허겁지겁 걷던 나는, 결국 문을 피하지 못했다. 두통보다 더 아릿한 이마의 통증보다 더 크게 나를 찌른 건, 서두름으로 얼룩진 하루였다.


아침엔 송파도서관에 갔다. 거기엔 내가 좋아하는 책 냄새와 나를 유혹하는 제목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책장 사이를 걷다 보면 시간은 늘 물처럼 흘러버린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회 모임이 있다는 걸 떠올렸을 땐 이미 시간이 늦어 있었고, 나는 헐레벌떡 집으로 돌아와 세탁기를 열고 젖은 빨래를 건조기로 옮겼다. 그 와중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가야 했다. 숨이 찼고, 마음이 더 바빴다. 결국 모임엔 조금 늦었다.


모임이 끝나자마자 이번엔 거마도서관으로 향했다. 빌리고 싶었던 이슬아 작가의 에세이집 『부지런한 사랑』를 떠올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는 길에 마음을 끄는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꼭 읽어야 해’, ‘이건 놓치면 아쉬워’ 하는 마음에 책이 여덟 권으로 늘었다. 그렇게 책을 가득 안은 채 운동하러 가던 중, 문이 나를 막았다. 아니, 내가 문을 보지 못했다.


이마가 욱신거렸다.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부끄러웠다. 이렇게 ‘꽈당’하고 부딪히는 건 또 처음이었다. 다행히 내 앞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뒤통수에서 눈총이 따갑게 느껴졌다. 부끄러워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그 순간 어쩌면 지금의 내 삶도 이마처럼 아픈 곳 투성이가 아닐까 싶었다. 운동, 수업, 집안일, 도서관, 그리고 네 아이. 나는 하루라는 달력을 숨도 못 쉬고 살아낸다. 완벽한 하루는 없었고, 완벽한 나도 없다.


노래 <내 생에 아름다운> (이승환)을 듣다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버겁고도 눈부신 날들이었어.”
이 말이 꼭 내게 하는 말 같다. 벅차지만 눈부시게 사랑스러운 날들. 엉망이지만 웃음이 있고, 허둥대지만 애쓰는 마음이 있다.


분실한 도서관 책을 다시 변상했던 일은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아이들 반찬이 부실했던 날, 숙제 공지를 놓친 날, 다 있다. 그 모든 날들이 나를 꾸짖기보단 껴안아 주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엄마다.


영화 <리틀 미스 선샤인>도 떠오른다. 누더기처럼 엉성한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고, 그 여정 끝에서 결국 서로를 끌어안게 된다. 어쩌면 나도 그 영화 속 가족처럼, 울퉁불퉁한 하루 끝에야 비로소 나를 이해하게 되는지 모른다.


나는 완벽과는 거리가 먼 엄마다. 하지만 그 틈 투성이의 하루 속에도 분명히 사랑이 있고, 애씀이 있고, 지치지 않으려는 나의 다짐이 있다. 서툴지만 멈추지 않는 걸음. 울퉁불퉁하지만 꺾이지 않는 마음.
이 책의 제목은 『서툰 엄마의 울퉁불퉁 사남매 육아』다.
그리고 오늘, 그 제목에 딱 어울리는 하루를,
나는 얼굴에 멍이 들어가며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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