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원짜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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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오늘! 아무 일 안 일어나면 다행이에요
<유퀴즈>에서 고현정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귀를 의심할 만큼 뜻밖의 일이었다.
정기적으로 차를 점검하고,
차량 관리라면 누구보다 철저했던 그였다.
더구나 그는 현대모비스에서 일하는 자동차 연구원.
그런 그가 이런 실수를?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니,
교체는 했지만 주기가 더 짧았어야 했다.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였고,
그 대가는 작지 않았다. 거금이었다.
요즘 같은 시기에 7만 원, 아니 70만 원도 큰돈인데, 700만 원이라니.
외벌이로 버텨가는 가정,
아이 셋의 학원비만으로도 빠듯한 우리 살림에선 한숨만 나왔다.
속이 쓰리고,
가슴 한편이 얼얼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되돌릴 수는 없었다.
내가 선택한 건 분노도, 원망도 아니었다.
“사람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더 큰 사고가 아니어서 참 감사하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마음은 조금 놓였다.
낙담 대신 감사를 품으니, 숨이 조금씩 트였다.
수리는 1~2주쯤 걸린다고 했다.
당장 막내는 등원해야 했다.
택시를 타고 가까운 지하철역에 내렸다.
지하철에서 내려, 다시 걸어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 눈앞이 하얘졌다.
등원을 마친 후, 어린이집 앞 편의점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겨우 숨을 돌렸다.
시간은 어느덧 정오를 지나 있었고, 나는 여전히 공복이었다.
다행히 그날은 아이들이 공원 산책을 나가는 날이었다.
점심이 조금 늦춰져 막내도 식사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길가 작은 한식집에 들렀다.
차돌된장찌개를 시켰고, 말 그대로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비웠다.
허기가 반찬이기도 했지만, 그 집 된장엔 무언가 깊은 맛이 있었다.
블로그에 강추한다고 포스팅까지 했다.
그날 나는 완전한 ‘뚜벅이’였다.
막내를 데리러 갈 때도 지하철을 탔다.
차로는 20분이면 갈 거리를, 대중교통으로는 정확히 2배, 40분이 걸렸다.
따로 운동할 필요도 없었다.
계단을 오르내리고, 걷고 또 걸어 하루 만보를 훌쩍 넘겼다.
하루 이틀은 이렇게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1~2주라면? 자신이 없었다.
그때 떠오른 게 시어머님의 경차였다.
사고 후 무서워 운전을 그만두셨고, 둘째 아들, 내 서방님이 회사일로 타고 다니고 있었다.
사정을 설명하고 잠시 차를 쓸 수 있을지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허락해 주셨다.
그날 밤, 그는 차를 우리 집 주차장까지 가져다주었다. 말없이, 흔쾌히.
생기지 않았으면 좋았을 사고였지만,
덕분에 나는 또 한 편의 글감을 얻었다.
일련의 과정을 돌아보니, 견인차 기사님의 배려, 서비스센터 직원의 친절,
선뜻 차를 내어준 서방님의 너그러움,
그리고 모든 과정을 조용히 견뎌준 막내까지.
감사한 마음이 하나씩 떠올랐다.
700만 원이 사라졌지만, 나는 오늘도 되뇐다.
“이만해서 다행이다.”
더 큰 아픔이 아니어서,
삶이 나에게 또 한 번 견디는 법을 가르쳐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