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업'을 네 개나 운영하는 재벌이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접속했다. 쿠팡 셀러로 '살아남기' 위해 숫진 세상과 씨름하느라, 정작 내 마음의 글자들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주는 도저히 글을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야말로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폭풍 같은 시간이었다.
큰딸이 야심 차게 주 5일 수학 학원을 선언했을 때, 내심 기특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침 9시의 정적. 어제는 병원 핑계, 오늘은 늦잠 핑계로 결석이다. 속이 타들어 가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본인이 결정한 거잖아!'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문득 작년 이맘때가 떠올랐다.
13시간이라는 대수술을 견뎌냈던 아이. 한파를 뚫고 다녀온 고대병원 정기검진에서 "잘 회복되었다"는 교수님의 말 한마디에 그토록 감사해놓고, 고작 학원 빠진 것에 일희일비하는 내 모습이라니. 그래, 살아있으니 속도 썩이는 거다. 건강하게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사실은 충분한데 말이다.
막내의 눈다래끼는 결국 고름을 짜내는 사태까지 갔다. 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에 내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2주 뒤에 또 처치를 해야 한다니, 대학 시절 내가 겪었던 그 공포스러운 통증이 떠올라 벌써부터 가슴이 저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셋째를 데리고 간 정형외과에서는 뜻밖의 진단을 받았다. "어머니, 애가 틱이 있네요?"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아이의 목 스트레칭이 그저 습관인 줄 알았는데, 스트레스가 원인이란다. 영어, 수학, 리드인, 피아노, 태권도... 내가 아이를 너무 몰아붙였나 싶어 미안함이 몰려왔다. 결국 수학 학원을 그만두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무겁다. 엄마가 되는 일은 왜 매일이 초보 같을까.
요즘 어딜 가나 AI 이야기뿐이다. AI가 노래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세상이라지만, 나는 확신한다. AI는 절대 인간 특유의 '서사(Narrative)'에서 오는 감동을 흉내 낼 수 없다.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가수들의 목소리처럼, 눈물 젖은 육아의 현장에는 기계가 복제할 수 없는 숭고함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AI가 죽어도 할 수 없는 일. 바로 '생육하고 번성하는 일'이다. 나는 그 위대한 일을 해냈다. 하나님이 주신 기업인 아이들을 넷이나 키우고 있으니, 나는 사실 어마어마한 자산가다. 비록 매일 소리 지르고, 도망가고 싶고, 때로는 원망 섞인 기도를 올리는 '전쟁 같은 일상'을 살고 있지만 말이다.
주차 문제로 얼굴을 붉히고, 아이들 병원 수발에 진이 다 빠지는 하루였지만, 결국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신앙이다.
"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다." (시 127:3)
나는 '기업'이 4개나 있는 진짜 재벌이다. 이 아이들이 나의 상급이다. 2026년 한 해는 더 성경을 가까이하고, 복음을 누리며, 예수님을 기뻐하는 가정이 되길 기도한다. '독박 육아'와 '온라인 셀러' 사이에서 휘청거릴지언정, 하나님이 주신 이 귀한 선물들을 끝까지 사랑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