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초등학교 적응기 (2주 차)

인생에 있어서 쉽지 않은 시기를 지나고 있는 우리 아이들

by 예쁜 구름

어린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금방 적응하니까 괜찮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괜찮음이 어른들 눈에 괜찮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른들의 시간표에서는 확실히 어린아이들이 어른에 비해 빠르게 적응해 보이겠지만, 아이들의 시간표에서는 그 시간이 짧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날, 걱정했던 것과 달리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고 온 아이들은 첫 주 내내 웃음을 잃지 않고 학교를 다녔다. 큰 아이는 단어 몇 개 연결해서 말하니 친구들이 알아들어서 신기하다며 영어가 재밌다고까지 했다. (한국에서는 영어공부를 너무너무 싫어하던 아이다.)

둘째 아이는 그저 노니까 즐거워 보였다.


2주 차가 되니 상황이 달라졌다.

원래 뭐든지 처음 배우는 며칠은 흥분되고 설레다가도 그 기분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자신의 실력이 늘지 않음에 스트레스를 받고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 누구나 겪는 일반적인 코스이긴 하다.

우리 아이들도 예외는 없었다.


큰 아이는 친구를 많이 사겼다고 했다. 쉬는 시간에 추워서 밖에 나가기 너무 싫은데 의무적으로 나가야 하는 게 좀 힘들다고 한다. 수업이나 점심시간에는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무난히 지내는데, 밖에 나가는 시간에는 그저 뛰노는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색해서 혼자 걷다 들어온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과학을 좋아하는 단짝이 있어서 같이 책 읽고 만들기하면서 쉬는 시간을 보내던 아이다. 여기선 그런 친구가 없으니 조금 외로운 마음도 든단다. 어제는 기분이 많이 가라앉은 채로 집에 오더니 한국 친구들이 떠나는 날 전해 준 편지를 읽고 있었다.


오늘 아이들을 맞이하러 스쿨버스가 오는 시간에 맞춰 나가 기다리고 있는데, 큰 아이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아이가 많이 울었단다. 영어와 새로운 환경 때문에 많이 힘든 것 같다고 한다. 큰 아이가 한국에 가고 싶다며 서럽게 우는 바람에 선생님도 너무 슬프셨단다.


큰 아이에게 물어보니, 영어를 말하는 것이 힘든 게 아니라 본인에게 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게 더 억울하고 힘들다고 한다. 오늘 영어 대본을 읽는 시간이 있었는데 큰 아이는 어제 나와 함께 자기 파트를 읽는 연습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오늘 수업시간, 선생님으로부터 큰 아이를 도와주라는 요청을 받은 친구가 그 대사를 몽땅 대신 읽어버렸다고 한다. 큰 아이는 아무리 자기가 영어를 잘 못해도 자기 파트는 자기가 읽고 싶었는데 친구가 자기 기회를 빼앗아갔다며 서러워했다. 더군다나 그 상황을 선생님께 설명도 잘 못하니, 선생님은 그저 아이가 영어말하는 게 스트레스여서 우는 줄 아셨던 것이다.


선생님께 조금 전 큰 아이의 상황에 대해 정중하게 메일을 보냈다. 선생님이 큰 아이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실 수 있기를 바라며.


나에게 더 큰 걱정은 둘째 아들이다.

만 4살 킨더에 다니는 아이가 뭐가 걱정이냐고 하겠지만, 오늘 아침엔 학교에 안 가겠다고 울고불고.

친구가 자기를 때린다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안 가겠단다. (큰 아이가 가끔 유치원 교실을 들여다보는데 친구들도 다 착하고 너무 잘 논단다.)


둘째 아들은 캐나다 온 이후로 한 달 동안 형과 붙어있으면서 한국말이 훨씬 더 늘었다.

표현도 다양해지고 얼마나 귀엽게 말을 잘하는지 모른다.

한국말이 폭발적으로 느는 시기에 뜬금없이 영어만 들리는 환경에 있으려니 얼마나 힘들까.


아직 한국말을 많이 배워야 하는 시기라서 나도 집에서 둘째 아이에게는 한국말만 쓰고 있는데, 아무래도 한국말 욕심은 잠시 접어두고 영어 표현에 좀 더 익숙해지도록 노출해 줘야 하나 싶다.


시간이 약이라고 쉽게 말하기엔 이 아이들은 참 어린 나이에 인생의 힘든 과정을 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짠하고 안쓰럽다.

고통스러운 시간이겠지만, 이 시간이 지나가면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단단하고 강한 아이들이 되어 있을까라는 기대도 조금은 한다.


요즘 한국 회사 업무 로드가 많아 아이들과 거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데, 오늘 밤에 업무 진도 좀 많이 빼놓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오락실이라도 가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정착 자금 얼마나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