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Halton지역 부모 참여 컨퍼런스 다녀온 후기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닌 지 한 달이 지났다.
2주 차에 걱정하였던 것과는 달리 아이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학교에 적응해 나갔고, 요즘은 학교 가는 것이 즐겁다는 얘기도 가끔 한다.
큰 아이는 한국에서는 내가 영어 독해를 조금 가르쳤을 뿐 영어학원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보니 작문은커녕 단어시험도 본 적이 없었는데, 여기서 영어로 만화를 그리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문법도 안 맞고 단어도 발음대로 써서 스펠링이 많이 틀렸지만 그래도 애들끼리는 읽고 이해한다니 신기하다. 한국에서도 허구한 날 만화랑 소설을 쓰던 아이인데 여기서도 똑같이 하는 걸 보면 애들은 자기 스타일대로 다 적응하는구나 싶다.
아이의 적응은 아이에게 맡기고, 나는 나대로 캐나다 교육에 대해 적응하고 나름의 가치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캐나다 교육에 대해서 의견을 올린 글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 한국 교육과는 지향하는 점에 차이가 있고 교육 방식에도 차이가 많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캐나다 교육은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이 아웃풋이 약하고 배우는 것이 너무 없어 보인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입시 위주 교육이 아닌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을 배우는 데 초점이 있기 때문에 한국교육관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있다.
이제 막 캐나다에 들어와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있는 엄마의 입장에서 두 가지 의견은 모두 참고할만한 사항이다. 캐나다에서 아이들이 자라게 되지만, 난 여전히 한국 엄마이기에 한국 교육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아웃풋도 중요하고 좋은 대학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다. 하지만, 입시 위주의 학습으로 대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들을 병행하면서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하는 엄마다. 어찌 보면 참 애들한테 욕심이 많은 엄마인 것이다.
캐나다 교육에 이제 막 진입한 엄마의 입장에서 캐나다 교육에 대해 궁금한 점이 참 많았는데, 그때 학교에서 보낸 단체 메일이 눈에 들어왔다. 2025 PIC 행사 참여여부를 묻는 메일이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리는 워크샵이었는데 교육전문가의 keynote lecture를 포함하여 서른 개의 강의가 열리는 워크샵이었다. 아이들을 동반할 경우, 아이들 돌봄 시스템을 이용할 수도 있었다.
지난주 토요일 아침, 밀턴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리는 워크샵 장소에 도착하였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다. 난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국내외 학회에 많이 다니는 사람인데, 어지간한 국내 학회 규모였다. 참석한 부모만 600명이 넘었으니 작은 해외학회 규모라고 해도 되겠다.
Halton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행사인데, 신청비도 없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식과 샌드위치까지 제공해 주니 감동이었다.
Keynote 강사는 임상심리학자인 Dr. Alex Russell이라는 분이었다.
한 시간의 강의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인상 깊고 좋은 강의였다.
일단 요약하자면,
1. 교육에 있어서 Minding이라는 표현이 있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 책임감을 갖는 것, 자신감을 갖는 것 등을 포괄하는 표현이다.
2. 현대 부모들은 과잉보호로 인해 아이들의 minding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는 면이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부모의 책임감이 100, 아이들의 책임감이 0이라면 성인이 되었을 때는 부모의 책임감이 0, 아이들의 책임감이 100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점점 성장해 나갈 때 부모의 책임감은 100에서 0 방향으로 서서히 낮아져야 한다. 그것이 minding관점에서는 100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3. Minding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Reflection이다. 아이들이 작은 일을 스스로 해냈을 때 "Look at you!"라고 반응해 주는 것, 그것이 가장 큰 minding이다. 넘어진 아이를 보면 어쩔 줄 몰라하고 가서 붙잡아주고 대신 걸어주는 것은 좋지 않다. 실패도 성공도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만히 지켜봐 주되 응원하고 손뼉 쳐주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그들의 감정을 그대로 공감해 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4.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들을 보고 반응해 주는 그 모습으로 자기 스스로를 바라본다. 자신의 작은 성취를 함께 즐거워해주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자신감을 갖는다.
5. Minding에 가장 큰 방해 요소 중 하나가 핸드폰이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느라 아이의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말자.
Keynote 강의가 끝난 후, 30개의 강의 중 원하는 강의를 선택하여 들을 수 있었는데 나는 오전에는 코딩교육에 관련된 강의를 듣고 오후에는 경제교육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정말 다양한 강의들이 개설이 되었고, 각 강의들은 별도의 교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적게는 서너 명의 부모들이 많게는 스무 명 정도의 부모들이 교실마다 모여 앉아 강의를 들었다.
아직 캐나다 학부모 한 달 차인지라, 캐나다 교육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이번 워크샵은 확실히 인상 깊었다.
캐나다의 교육은 부모가 함께 참여하여 아이의 인성 전반을 가르치는 교육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청이 주관하여 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육을 받고 전문가들에게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였다는 점과, 정말 많은 부모들이 주말에 시간을 내어 그 현장에 참여하였다는 점이 강한 인상을 주었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워낙 한국인들 만날 기회가 없다보니 한국 부모들 만나면 반갑게 인사나 하려고 했는데, 한국분들이 보이지 않았던 점이다. 한국분들도 이런 워크샵에 많이 참석하였으면 좋겠다. 영어가 부담일 수는 있는데, 사실 가만히 앉아서 듣기만 해도 되니 리스닝 연습기회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지난주, 아이들의 ESL 선생님과 상담하는 시간이 있었다. 두 아이의 학교 적응 상황에 공유하고 할톤 지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듣는 시간이었다.
열심히 이야기 듣다가 정말 궁금했던 부분을 한 가지 질문했다.
"캐나다는 교과서가 없나요? 교과서가 없으면 학교에서 어떤 부분을 배우는지 알 수가 없지 않나요?"
선생님이 웃으면서 대답하셨다.
"캐나다도 교과서가 있긴 한데 너무 오래되어서 아무도 안 써요."
참 어이없었다. 교과서 없이 교육하는 게 방침이었던 것이 아니라, 교과서가 있긴 한데 개정이 안되고 있으니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담임선생님을 누구를 만나느냐가 아이의 교육에 굉장히 크리티컬 한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감사하게도 우리 아이들은 참 좋은 선생님들을 만난 것 같고, 구글 클래스룸으로 학교에서 사용한 자료들을 직접 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때마다 교과서를 개정하고 고퀄러티의 교과서를 편찬하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교육 공무원들의 수고도 새삼 느껴졌다.
캐나다의 교육 가치관과 한국의 교과서에 대한 열정이 결합된다면 최고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