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한국회사소속으로 원격근무 중인 난 커리어를 두고 끝없는 고민을 한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 없이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습관적으로 고민하고 습관적으로 도전한다.
캐나다에서 집을 샀고, 재산세를 내고 있고, 캐나다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캐나다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고, 캐나다 커뮤니티센터나 도서관을 거주민 자격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내가 진짜 캐나다의 사회 일원이 된다는 느낌은 캐나다 커리어가 시작되고 나서야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잠시 다녀갈 나라로서의 캐나다와 내가 살아갈 삶의 터전으로서의 캐나다는 참 다른 것 같다.
지금까지 다섯 군데 지원서를 넣었던 것 같다.
두 군데는 내 분야에 맞는 업종이지만 엔트리 레벨을 채용하는 포지션이었고, 한 군데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포지션이었고 심지어 글로벌 대기업이었다. 그리고 다른 두 군데는 박사급 연구원 채용이었는데 하나는 분야가 많이 달랐고, 다른 하나는 분야는 다르지만 요구하는 기술을 내가 보유하고 있었다.
다섯 군데 중에 면접 제의가 온 곳은 딱 한 곳이었다. 박사급 연구원을 채용하던 두 곳 중 내가 보유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회사였다. 한국에서의 경험은 캐나다에서 다 필요 없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적어도 이공계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결국 학력과 경력이 다 영향을 주는 것 같았다. 나는 인체 진단 분야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나에게 면접을 제의한 회사는 식품 추적 분야였다. 분야자체는 달라서 면접 준비하는데 시간을 좀 많이 썼다. 식품 추적과 관련한 논문도 좀 찾아보고 배경지식도 익히고 당연히 영어로 진행될 면접도 열심히 준비했다. 3페이지 정도 파워포인트로 간단한 배경 소개 자료도 작성을 했다.
면접자체는 큰 무리는 없었다. 직원이 다섯 명 정도밖에 안 되는 스타트업이었고, 한 명의 시니어 연구원이 실험을 도맡아 진행하다가 일손이 부족하여 추가로 인원을 채용하는 상황이었다. 내가 한국의 스타트업에서 겪은 상황과 동일했기에 상황파악은 확실히 되었다. 면접은 연구 경력과 스킬위주의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시니어 연구원이 나보다 살짝 젊고 산업체 경력이 얼마 안 된 박사였는데, 경영진 없이 진행한 1차 스크리닝 면접이었고 자기보다 아랫사람을 뽑는다는 면에서 나한테 썩 유리한 포지션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나이는 좀 있지만, 실제로 파이펫 잡고 실험 엄청 힘들게 달리는 거 가능한데 보여줄 수도 없고.. ^^;) 여하튼 면접 자체는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긴장되거나 어렵지는 않았다. 캐나다가 요즘 잡시장이 너무 안 좋다 보니 스타트업 연구원 자리 하나에도 링크드인을 통해 지원한 사람만 200명이 넘었다. 그중 서류라도 넘어가서 1차 면접을 본 것 자체가 나에겐 고무적인 일이었지만 2주가 지난 지금까지 연락이 없는 것 보면 탈락인 것 같긴 하다.
합격이 된다 해도 현재 원격으로 근무 중인 회사 일을 병행하면서 하고 싶다 보니 그게 취업에 허들이 될 수도 있긴 한 상황이라 비록 파트타임일지라도 당분간에 현재 회사에 충실하려고 마음을 먹는 시간이 되긴 했다. 한국 회사가 북미로 진출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포닥 지원 때도 면접을 본 적은 있었지만, 산업체 면접으로는 첫 경험이었기에 나에게는 참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또 어떤 경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를 긴장하게 하고 성장시키고 시선을 넓혀주는 경험들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