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학교 선생님과 일대일 면담

육아 10년 만에 처음으로 선생님께 불려 간 날.

by 예쁜 구름

큰 아이는 한국에서 3학년을 마칠 때쯤 캐나다로 이민을 왔다. 캐나다 학교는 올 1월부터 Grade 4로 다니기 시작했다.

초반에 큰 아이가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두 가지 같았다.

하나. 추운 겨울날에도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예외 없이 운동장에 나갔다와야하는 규칙에 대한 어려움

둘. 영어 소통 어려움으로 인해 본인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답답함.


캐나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지 3주 정도가 되었을 때 아이는 캐나다 학교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아이들과 어울려 뛰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난 아침마다 도시락 싸는 번거로움을 제외하고는 숙제니 학원이니 진도니 하는 걱정도 없이 편안한 학부모 생활을 해 온 것 같다.

그리고 3개월 반이 지난 시점.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학교 수업이 끝난 시간 즈음, 체육 선생님한테 연락이 왔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연락은 좋은 소식일리가 없다.

큰 아이가 체육시간에 다른 여자 아이 몸을 툭 건드렸단다. 그 모습을 포착한 선생님은 큰 아이를 불러서 다른 사람의 몸을 터치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는데 아이가 "No"라고 대답을 했다는 것이다. 선생님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에 당황을 했다며 나에게 알려온 것이다.


일단 난 한숨부터 나왔다. 안 그래도 남자아이들 키우기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는 요즘이었는데 결국 하나씩 일이 터지는구나 싶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해맑은 얼굴로 아이가 하교했다. 학교에서 별일 없었단다.

내가 선생님께 전화받은 얘기를 꺼내니 아이가 당황했다. 그 일이 엄마가 전화까지 받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한국이었으면 그냥 선생님한테 한 소리 듣고 끝났을 일이니.


선생님께 왜 "No"라고 대답했는지 물어보니, 자기는 선생님이 영어로 뭐라 뭐라 말하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단다. 그래서 그냥 "No"라고 했단다. 여자아이 몸을 장난으로 친 것은 맞다고 한다. 아이에게 선생님께 편지를 쓰라고 했다. 잘못한 것을 인정하는 내용과 왜 선생님 물음에 "No"라고 대답을 했는지 설명하는 편지였고, Chat GPT 도움을 받아 작성하였다.

나는 나대로 담임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내용과 아이가 영어를 이해하지 못해 대답을 잘 못 한 부분에 대해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렇게 넘어가나 했는데.. 선생님이 안 그래도 나를 한번 보고 싶었단다. 큰 아이가 영어도 많이 늘었고 수업도 잘 따라가는데 학교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 문제가 있단다.


그렇게 하여 오늘 아침 선생님과 면담을 하고 오게 되었다.

선생님이 큰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 얘기하시는데 정말 한숨을 많이 쉬셨다. 아이가 적잖이 선생님을 힘들게 한 것 같다.

들어보니 딱 집에서 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수업시간 쉬는 시간 할 것 없이 종이 접고 만들고 책상 지저분하게 하고,

영어 단어 테스트 좀 같이 해보자고 해도 안 한다고 하고 자기 책만 읽고.


아주 학교가 자기 안방이었던 거다.

그러니 한국보다 캐나다학교가 즐겁다는 얘기나 하고 있었지.


캐나다 선생님들은 말투가 굉장히 친절한 편이다.

명령조로 말하시는 것이 거의 없고, "이렇게 한번 해보는 게 어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이것에 집중하면 좋겠다"라는 식으로 표현하신다.

큰 아이에게 이런 표현은 지켜야 할 규칙이 아니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사항이었던 것이다.


큰 아이의 초등학교 2, 3학년 선생님들은 굉장히 엄격한 편이었고 난 그 부분을 참 좋아했다.

아이가 학교생활을 바르게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아이에게 캐나다 학교는 놀이터였고 선생님은 교회 선생님처럼 편안했으며 교실이 아주 자기 세상이었던 것이다.


큰 아이 담임선생님의 고충이 느껴져서 너무 죄송했다. 선생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결국 큰 아이에게는 좀 더 엄격하게 지시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보기로 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엄마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것을 협박 삼아. 선생님도 나도 큰 아이는 이런 작은 협박이 조금 필요하다는 의견에 일치를 했고 당분간은 서로 이메일로 계속 상황을 업데이트하기로하였다.


내 생전 학교에 안 좋은 일로 불려 가본 일이 없건만,

캐나다에서 선생님께 불려 가는 새로운 경험을 하였다.

제발 둘째 아이 때문에도 불려 가는 일은 없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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