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만 평범한 아이를 기르는 엄마

아이교육에 대한 끝없는 고민.

by 예쁜 구름

요즘 큰 아들이 캐나다 학교에서 작은 이슈도 있었고 하다 보니, 특별히 큰 아이에 맞는 교육에 대해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chatGPT와 길게 대화도 나누고 있다.


우리 큰 아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남다른 면이 있긴 했다. 12개월이 막 지나서 엄마의 포닥 여정을 따라 캐나다에 왔고 몬트리올에서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경험하였는데,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아이가 똑똑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었다. 솔직히 말해 "공학박사 아들인데 그 정도 얘기는 들을 수 있지", "머리는 나쁘지 않다니까 다행이네"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숫자나 글자를 빨리 익히고 책을 참 좋아하긴 했지만 여느 아이들처럼 밖에서 뛰노는 것이나 뽀로로 같은 애니 보는 것도 너무 좋아해서 특별함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었다.


몇 가지 눈여겨본 점은 있었다.

어릴 때부터 블록으로 만드는 것을 참 좋아했고, 만들기를 할 때 입체적으로 생각하는 면이 조금 있었다. 가령 옆으로 누워있는 형태로 만들기를 시작하고 마지막에 일으켜 세워 완성을 한다던가.

어느 공간을 스쳐 지나가듯 빠르게 지나갔는데, 특정 위치에 특정 물건이 있었던 것을 기억했다던가.


하지만 거기까지.

뭐 좀 새롭게 해 보려면 안 하겠다고 회피부터 하니 어떻게든 시작하는 게 어려웠고,

시작을 했어도 뭔가 속도가 느리게 진행되는 일은 그 고비를 넘기게 하는 게 참 어려웠다.

뭐든 자기가 종이 잘라서 직접 만들어야 직성이 풀렸고,

한 가지 꽂히면 몇 시간이고 업그레이드하면서 만들고 또 만들고, 그렇게 몇 주 몇 달은 집중했다.

난 집안이 끝도 없이 어지러워지는 것에 스트레스만 쌓여갔고.


한국에서의 학교생활에서도 그저 조금 똘똘 한가보다에서 생각이 멈췄었는데,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단원 평가를 보면 어려운 문제는 잘 맞혀놓고 단순 계산은 한 두개씩 꼭 틀려왔기 때문이다.

교과 학원은 안 다닌 대신 아이스크림 홈런이라는 웹학습지를 하게 해 줬는데, 고학년 과학 영상까지 모조리 찾아보고 또 돌려봤다. 그럴 때는 똘똘해 보이다가도 쉬운 시험문제를 틀려오는 걸 보면 얘는 도대체 잘하는 아이인건지 아닌건지 헷갈렸다.


지인이 웩슬러 검사를 추천해 줬는데, 나는 아이의 지능을 미리 알고 싶지 않았다. 극성부모가 되기도 싫었고 편견을 가지고 아이를 바라보기도 싫었다. 분명한 건 이렇게 실험, 탐구, 만들기는 좋아하지만 엉덩이 힘이 약한 아이에게는 한국보다는 놀면서도 대학갈 수 있는 나라가 더 좋은 환경일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다 캐나다 오기 일주일 전, 혹시라도 아이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는데 전혀 모르고 해외로 나갔다가 좋은 기회마저 놓치는 건 아닐까 싶어서 급하게 웩슬러 지능검사 예약을 하고 진행했었다. (캐나다 온타리오는 웩슬러 검사를 진행하고 영재선발을 한다고 한다.)


전체 점수는 130이 나왔는데 상위 2%라고 한다. 점수를 보고서도 똘똘한 건 맞지만 고도영재인 것도 아니니 그냥 조금 똘똘한 평범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검사를 진행했던 선생님 말씀이 아이가 상당히 머리가 좋단다. 장난기가 많아서 문제를 풀면서 자기한테 자꾸 말 걸고 추임새를 넣느라 몇 문제가 시간초과되어 카운트가 안되었는데 사실 정답률은 훨씬 높았단다. 시공간 및 수리 관련 항목들은 상위 0.1~ 0.5%로 나왔다. 여기까지도 그러려니 했다.


캐나다에 와서도 줄곳 종이로 아이언맨 슈트 만들기, 엔트리 코딩으로 게임 만들기만 하고 있는 아이.

학교에서도 허구한 날 만들기만 해서 엄마를 학교에 불려 가게 만든 아이.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실패할까 봐 시작도 안 하는 아이.


아이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키우기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 왔다.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여러 정보를 찾아보고 정리해 보았는데,

우리 아이는 영재성 있는 아이 중에서도 몰입형 창의영재 확률이 무척 높다고 한다.

몰입형 창의영재 아이들이 가지는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상위 2% 영재아이들 중 일부 (10~15%), 전체적으로는 인구의 0.2% 정도 아이들이 몰입형 창의영재로 분류된다고 한다.


이 아이들은 기존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대체로 좋은 성적을 받고 상위대학에 무난히 진학하는 지적 영재아들과 살짝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자기 스스로 끌려야만 학습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짜인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본인 스스로의 동기부여가 크게 작용하는 아이들이다.


끊임없이 상상하고 창조해 낸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한 번에 잘할 것 같지 않은 일은 회피한단다.


이제야 좀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다. 한국학교에서 받았던 강점 테스트에도 창의성이 상위 0.3%로 나왔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란다. 그런데 호기심이 상위 50%로 절반이다. 이건 선택적 호기심을 의미한단다. 사회성도 높은 편이라 아이들과 잘 지내고 있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인지적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단다. 사실 지금도 난 미세하게 느끼고 있다. 친구들과 관심사가 벌어지는 것을.

어제는 내가 파이썬을 소개해주었더니 바로 흥미를 가지고 몰입하는 모습이 보였다.

챗지피티의 도움을 받으면서 아이언맨과 대화하는 스크립트를 한참 써 내려갔다.


난 아이의 특별함이 아주 천천히 발현되었으면 좋겠다.

평범한 친구들 속에서 탄탄한 정서를 가지고 성장하다가 성인이 될 때쯤 특별함이 발현되면 참 좋겠다. 하지만 속도를 내가 조절할 수 없을 테니 여러 가지로 마음과 환경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육아로 인해 업무 집중도가 흐트러질 때가 있어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우리 아이들이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있구나 하는.


실험 결과를 정리하고, 제안서를 쓰고, 파워포인트 작업을 하고, 영어로 논문을 쓰는 모습이 공학자를 꿈꾸는 큰 아이에게 알게 모르게 자극을 주고 있었겠구나 싶어 오히려 지금의 시간이 정말 귀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일에만 너무 집중하느라 아이들을 바라보지 못한 시간이 참 많았었는데,

지금의 시간이 속도가 느려지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이 조금 내려가는 것을 느낀다. 나에게도 참 좋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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