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하고 대견했던 아이들에 대한 기록
오늘은 정말 바쁜 날이었다.
아이들의 첫 등교 준비를 위해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와 도시락을 준비했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준 뒤 LINC (영주권자를 위한 영어 수업) 영어 테스트를 보러 서둘러 움직였다.
오후엔 쌓여있는 한국회사 업무를 하였고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리고 온 후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다시 회사 업무를 진행하였다. 현지 회사 지원을 위한 이력서도 업데이트하고 커버레터도 썼다. 일하다 중간에 아이들 씻기고 재우는 건 이제야 좀 익숙해지고 있다.
그야말로 쉴 틈 없이 정신없는 날이었지만, 아이들의 첫 등교날에 대한 기록은 꼭 남겨두고 싶어서 밤 12시가 넘은 시간 자판을 두드린다.
큰 아이는 캐나다 학교 등교를 앞둔 전날 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한국에서 특별한 영어교육 없이 나와 리딩 공부한 게 다였던지라 영어에 대한 걱정이 제일 컸던 것 같다.
둘째 아이는 유치원 가서 논다는 생각에 그저 신난 것 같았다.
아이들 도시락은 일찌감치 퀄리티는 포기하였기에 부담 없이 생각나는 음식과 과일, 빵 정도를 싸서 가방에 넣어주었다.
아침에 학교에 도착하자 칼바람이 불렀다. 어찌나 바람이 차고 춥던지 손가락이고 볼이고 공기에 닿기만 해도 얼어버릴 것 같았는데, 일찍 도착한 아이들이 학교 앞 잔디에서 놀고 있었다.
학교 오피스에서 행정 선생님이 우리를 아주 반갑고 환하게 맞아주었다. 긴장한 우리 아이들은 평소답지 않게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이 오피스로 들어왔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밝고 환한 표정과 목소리로 아이들을 반겨주었다.
큰 아이 선생님이 아이를 데리고 교실로 가면서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을 시켜주었다. 작은 아이는 아빠손을 잡고 선생님을 따라 유치원 교실로 들어갔고 나는 행정 선생님과 몇 마디 더 나눈 후 뒤 뒤따라 교실로 들어갔다. 아기자기한 장난감들과 교구로 가득한 사랑스러운 교실이었다. 작은 아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여기저기 둘러보았는데 몸은 여전히 수줍음을 안은채 아빠에게 기대어 있었다.
아이 사물함에는 아이 이름이 쓰여있었다. 실내 운동화를 걸어놓는 걸이도 있었고, 아이의 책가방과 스노재킷과 팬츠를 넣어둘 공간이 있었다. 작은 아이 담임 선생님은 두 분이다. 어찌나 밝고 친절한지 내가 그 유치원을 다니고 싶을 정도였다.
혹시라도 엄마아빠 따라 집에 간다고 하면 어쩌나 했던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 혼자 잘 있을 거란다. 잘할 수 있단다. 너무도 기특하고 대견한 모습에 뿌듯한 마음으로 아이들 두고 교실을 나왔다.
행정실에 돌아가서 스쿨버스 일정에 대해 확인한 뒤, 선생님께 혹시 큰 아이 교실을 한번 볼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행정선생님이 큰 아이 담임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고 오케이 사인을 주셨다.
큰 아이는 4학년이다. 한국의 교실을 상상했던 나는 유치원 교실 같은 아기자기한 모습에 웃음이 났다. 둥그런 책상에 여러 아이가 둘러앉아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한결 편안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큰 아이를 보며 안심하고 돌아왔다.
하교 시간.
걱정반 기대반 되는 모습으로 아이들을 픽업하러 갔다. 정문으로 나오는 아이들을 보자마자 내 첫 질문은 "오늘 어땠어? 힘들지 않았어?"였다.
두 아이 모두 너무 즐거웠단다. 영어도 잘 못 하는 아이들이라 얼마나 오늘이 버거웠을까 걱정했는데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나 보다. 큰 아이는 친구들도 자기를 많이 도와주고, 자기도 친구들을 많이 도와줬단다. 작은 아이는 운동시간이 너무 즐거웠단다.
어찌나 대견하고 자랑스럽던지. 두 아이들을 꼭 안아주었다.
걱정은 언제나 엄마 몫일뿐, 아이들은 스스로 너무 잘하고 있었다. 내일의 학교 생활도 기대된단다.
이렇게 첫 캐나다 학교 생활이 무사히 지나갔다.
내일은 스쿨버스로 등교하는 날.
참 다행히도 스쿨버스로 오가는 길이 모두 1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이것저것 그냥 다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