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 Agent Jun 22. 2023

Play Ball! 팀 '좋은 스포츠'의 창단(3)

첫 미팅

수도권에 위치한 모 구단의 1층 작은 사무실에 나, 김변이 소개해준 김변의 베프이자 모 구단의 마케팅 직원, 그리고 그 베프가 소개 해주고픈 선수 출신 야구인, 그리고 그 야구인과 함께 온 야구 관련 업체 대표 이렇게 4명이 처음으로 마주 앉게 되었다.


통성명을 하고 명함을 돌리고 앉아서 새롭게 만나게 된 두 명의 얼굴과 인상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여담이지만 선수들은 물론 야구인들에게는 일종의 공통의 패션 코드가 있다. 옷이야 자연스레 트레이닝 복이 편한 직종이니 트레이닝 복을 선호하고,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파우치 백이다.


주로 명품 로고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파우치 백을 많이 들고 다니는데, 그날 처음 만난 두 분도 비슷한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선수인 답게 우람한 체구에 검정 티셔츠, 그리고 파우치 백을 들고 나타난 임기창(가명)씨와 적당히 덩치가 있는 체구에 파마머리를 하고 있는 임기창씨의 지인. 지금 생각해 보건대 첫 비즈니스 미팅에 적합한 복장은 아닌 것 같았다. 


사실 비즈니스 미팅을 수도 없이 다녀본 사람은 모두 인정하겠지만, 첫 만남에서 복장과 말투는 첫인상을 결정짓는데 큰 역할을 한다. 게다가 미팅 시작도 전에 둘이서 이야기 나누며 껄껄대고 웃고 있는 모습에 내 신뢰감은 조금씩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직접 이해관계자도 아닌데 업체 대표를 대동한 것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 시간 남짓한 미팅을 하는 동안 우리에겐 공통의 질문들이 있었다. 그들은 내게 '왜 교수가 에이전시를 하려고 하는지' 물어왔고, 나는 임기창씨에게 '왜 직접 에이전시를 하지 않고 누군가가 고용해 주기를 바라는지'를 물어왔다. 나의 동기야 이미 이전 글에서도 기술하였으니 더 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결론짓자면 간단하였다. 임기창씨는 선수들과의 네트워크는 강하지만 이들을 합법적으로 대리하고 협상할 자격이 없었다. 또한 에이전시를 시작하는데 투입될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선수를 찾고 있던 나와, 자격과 자금을 찾고 있던 임씨. 어찌 보면 서로의 교집합이겠지만 냉정하게 분석해 보면 절대적으로 내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일단 임기창씨의 말처럼 선수들이 기창씨를 신뢰하는지도 알지 못했고, 만약 강한 신뢰감이 형성되어 있다면 조직 운영과 사업 구상에 나보다 임씨의 영향력이 커질 것은 자명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선수들은 선후배 관계로 끈끈하게 얽혀있다. 선수들의 인간관계가 자연스레 선수위주이기 때문에 인간관계의 스펙트럼은 그다지 크지 않다. 따라서 이 유대감은 일반인들이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또한 다들 아마추어 시절부터 관계를 맺고 있기에 내가 아무리 도깨비 같은 능력이 있다 한들 그 관계 사이로 들어가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언뜻 통해 보이는 이해관계 속에서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미팅이 끝나갈 무렵 내가 물었다. 내가 당신을 고용한다면 얼마의 연봉을 생각하고 있냐고. 믿기 힘든 숫자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일 억" 


속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선수들 연봉의 5%가 에이전트 수수료인데, 회사가 운영되려면 인건비는 무조건 40% 이하로 맞추어야 한다. 그런데 임기창씨의 연봉만으로도 최소 20억 선수 한 명이 필요했다. 여기에 사업에 필요한 각종 비용을 생각한다면 보유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최소 70-80억은 되어야 했다. 물론 임씨가 말한 선수들의 모두 유망하고 미래 슈퍼스타가 될 선수들이었지만 이들의 현재 연봉 총액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대학에서 마케팅과 스포츠 파이낸싱 등을 가르치면서 수도 없는 budgeting과 손익계산서 분석, 사업 수익성 예측을 해봤다. 또한 600백 페이지가 넘는 평창동계올림픽 시설 사후활용 안 정부 보고서를 책임 연구자로 작성하면서 '조' 단위의 경제효과까지 측정해 온 나의 지식에 비추었을 때도 감당해서는 안된 사업이었다. 


특정 상품에 가지고 있는 개인의 가치를 쉽게 수치화하고 도식화한다면, Value = Intention to buy -Opportunity cost 일 텐데, 일종의 사명감에 이끌린 나의 가치는 기회비용 따위를 잃게 만들었다. 이 또한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속성일까? 


"나쁘지 않네요. 잘 알겠습니다"


이 말을 마치고 미팅장을 빠져나왔다. 



작가의 이전글 (번외) 나는 왜 그동안 글을 쓰지 않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